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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멜리스’ 홍수아 "중국 진출 처음엔 대륙급 고생"

결과론적으로 보면 화가 복이 된 연기자

홍수아가 연기하는 가인은 고등학생 때부터 짝사랑하는 남자가 있었다. 그런데 이 남자가 별안간 결혼한다는 이야기가 들려온다. 알고 보니 짝사랑하던 남자와 결혼하는 여자는 다른 사람도 아니고 가인의 친구인 은정. 사랑하던 남자가 친구의 품절남이 되었다면 친구의 결혼 생활을 축복해 주어야 하는 게 정상이지만 가인은 사랑하는 남자를 빼앗아간 친구를 증오하기 시작한다. 사랑하는 남자의 곁에 있어야 할 아내가 친구 은정이 아니라 나(가인)였다고 되뇌면서부터 <멜리스>의 비극은 잉태되기 시작한다.     


<멜리스>의 리플리 증후군 히로인 가인을 연기하는 배우는 요즘 중국에서 대륙의 여신으로 통하는 홍수아다. 장나라와 추자현의 바통을 이어 중국 진출에 성공한 한국 여배우로 상종가를 올리는 홍수아를 인터뷰하면서 느낄 수 있던 건 그가 중국에서 이름을 알릴 수 있었던 것보다 연기할 수 있는 기회가 많아졌음을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다는 걸 강조하고 싶었다는 점이다. 한때 연기에  목말라하던 그가 대륙에서 많은 사랑을 받으며 ‘연기 승전보’를 계속 전할 수 있기를 바란다.     

-홍수아 씨가 연기하는 가인은 리플리 증후군을 겪는다.

“사람은 자신에게 유리한 쪽으로 합리화하는 경향이 있다. 주변에서 리플리 증후군을 많이 겪어봤다. 리플리 증후군은 시기와 질투에서 비롯된다. 이 영화는 감독님이 집필했다. 연기하면서 이해되지 않는 부분은 감독님이 많이 지도해줬다.”     


-이 영화는 가상의 시나리오가 아니라 거여동 여고동창 살인사건을 바탕으로 만들어졌다.

“친구를 질투하면서부터 비극이 시작됐다. 친구 은정이 있는 자리가 내 자리인데 하는 탐욕과 거짓말이 비극을 몰고 왔다. 내 주변에 있는 사람도 내 앞에서는 웃고는 있지만 뒤에서는 무슨 생각을 하는가 알 수 없다. 가장 가까이 있는 사람이 실은 가장 무서운 사람으로 돌변할 수도 있다는 걸 보여주는 영화가 <멜리스>다.”     


-은정의 남편은 가인을 의심해서 아내 은정에게 친구를 조심하라고 경고한다. 만일 홍수아 씨가 은정의 입장이라면 가인을 의심했을까.

“저 역시 은정처럼 가인을 믿었을 거다. 사람을 잘 믿는 편이고 의리를 지키려고 노력하는 스타일이다. 설마 친구가 나쁜 마음을 먹고 다가올 것이라는 경계를 하지 못할 것 같다. 사람을 믿는 성격 때문에 상처를 받을 때도 있다. 특별한 목적을 가지고 다가오는 사람이 있을 때가 있다. 앞에서는 웃고 좋은 이야기만 해서 좋은 사람인 줄로만 알았다가 뒤통수를 맞을 때가 있다.”     


-중국에 진출했을 때 초창기에는 ‘대륙급 고생’을 했다고 들었다.

“<원령>을 찍은 장소가 영하 17도 이하로 내려가는 굉장히 추운 곳이었다. 문제는 숙소가 난방이 제대로 되지 않는 곳이었다. 숙소를 변경하기 위해 시내로 나가려고 해도 족히 한 시간이나 걸려 울며 겨자먹기로 그 숙소에서 잘 수밖에 없었다.      


온수도 제대로 나오지 않아 샤워할 생각은 엄두도 내지 못하고 찬물로 머리 감기 일쑤였다. 병이 날 것만 같아 한국으로 되돌아갈 생각이 굴뚝같았다. 그렇지만 다른 중국 배우들도 조건이 열악하기는 마찬가지였다. 한국에서 왔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저만 특별 대우받을 수는 없었다.      


처음에는 중국어도 능숙하지 않았다. 연기는 호흡이 중요하다. 중국어는 4성조에 따라 같은 말이라도 뜻이 달라진다. 생각해 보라. 만일 외국인 배우가 한국 배우와 촬영하는데 어설픈 한국어로 진지한 연기를 한다면 상대역인 한국 배우는 감정 집중이 안 될 것이다. 중국 배우 역시 마찬가지다. 중국어가 능통하지 못한 한국 배우가 어설픈 중국어를 하니 불편했을 거다. 중국 배우들에게 민폐 되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에 중국어를 빨리 배우려고 노력했고, 중국 배우와 스태프에게 좀 더 다가서려는 노력을 많이 했다.”      

-중국 진출 초창기 힘들었을 때 한국으로 귀국하지 않고 버틸 수 있는 원동력은 무엇이었나.

“스타로 대우받기 위해 중국에 진출한 게 아니고, 중국도 저라는 배우를 몰랐기에 다시 시작하는 신인의 자세로 버텼다. 한국에서는 연기할 기회가 많지 않았다. 기왕 중국에 온 이상 최선을 다해서 연기하면 다른 기회가 오겠지 하는 심정으로 버텼다.”     


-중국판 <상속자들>인 <억만계승인> 작가가 홍수아 씨를 ‘영리한 배우’라고 칭찬했다.

“고마워서 작가에게 ‘선생님 감사합니다’라는 메시지를 전했다. 중국에서 촬영할 때 김치찌개를 주문할 때가 있으면 저만 먹는 게 아니라 중국 스태프를 다 불러서 함께 먹는다. 그런 붙임성 때문에 작가가 보시기에 ‘수아는 성격 좋고 스태프를 잘 챙기는구나’ 하는 칭찬을 많이 했다.”     


-APAN에서 한류스타상을 수상했다.

“13년 동안 연기하면서 제대로 된 상을 받는 건 그때가 처음이었다. 당시 수상 소감으로 ‘국내에서도 좋은 작품으로 뵙고 싶다. 상을 받기 위해 중국에서 활동한 것은 아니지만 상을 받게 되어 감사하다’는 이야기를 했다. 그동안 고생했던 것들이 눈 녹듯 녹는 기분이었다.”


-‘대륙 여신’이라는 별명이 있다.

“여신이 되고 싶다.(웃음) 여신이 되려면 멀었다. 대륙 여신은 추자현 언니다. 저는 대륙 여신 언니를 닮고 싶을 뿐이다. 그런데도 중국 팬 분들은 감사하게도 저에게 ‘공주님’ 또는 ‘여신’이라는 반응을 많이 해주셔서 감사하다. 이런 표현들이 동화적인 표현이라 중국 팬 분들이 순수하다는 걸 새삼 실감한다.”     

-한국에서는 ‘톱 유명세’를 타지 못하다가 중국에서 대륙 여신으로 인기몰이를 한 케이스라, 결과론적으로 본다면 화가 복이 된 게 아닌가.

“맞다. 한국에서 작품이 없어서 중국으로 갔는데 중국은 제 2의 연기 인생을 펼치게 만들어주었다. 중국은 연기 인생의 터닝 포인트를 만들어준 곳이다. 국내에서라면 여주인공을 맡기 힘들었을 텐데 중국에서는 감사하게도 36부작 중국판 상속자인 <억만계승인>에서 여주인공을 연기한다. 중국이라는 큰 시장에서 여주인공을 맡는다는 게 저 스스로도 감격스럽다.”     


-중국 팬들이 홍수아 씨를 사랑하는 이유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중국 팬들은 한창 전에 찍은 예능 <영웅호걸>에서 제가 맡은 캐릭터를 다 기억할 정도로 사랑해 주신다. 지금도 제 웨이보에 와서 ‘<영웅호걸> 때의 수아 언니를 보고 싶다’는 반응이 나올 정도다.      


(중국 팬들이 한글로 직접 쓴 손 편지를 HP으로 직접 보여주며) ‘저기 언니, 내가 듣자 하니 우리는 특별히 주는 생강차를 마시고 나서 감기가 좋아질 당신의 이름. 파이팅(필자 주-중국 팬이 번역기로 돌린 편지)’ 혹은 ‘친애하는 슈아(?) 언니, 수고 많으셨습니다. 하루 여기가 모든 동반자에게 선생님의 사랑으로 저녁 식사하니 좋아하십시오’라는 손 편지로 저에 대한 애정을 적극적으로 표현한다.”     


-언론시사 기자간담회만 했다 하면 순식간에 포털에서 실시간 검색순위 상위권에 오르는 이슈몰이 메이커이기도 하다.

“‘안티가 많은 것 같지 않나’라는 생각에 속상하던 적이 있었다.  그때 주변 분 중 하나가 ‘그게 왜 속상해? 그것도 팬이야. 무관심한 게 더 무서운 거야’라는 답을 했다. 모든 사람들이 저를 좋아할 수만은 없다. 저와 관련된 기사는 모두 읽어도 악플은 읽지 않는다. 쿨하게 받아들이는 편이다. 요즘은 제 SNS도 기사거리가 되는데 그것 또한 감사한 일이다.”     


-앞으로 해보고 싶은 역할이 있다면.

“멜로 연기와 로맨틱 코미디 연기를 해보고 싶다. 곧 개봉하는 <포졸>에서는 액션 연기를 해보았는데 생각보다 너무 재미있었다. 하지만 중요한 게 있다. 장르를 불문하고 여러 연기를 보여줄 수 있다면 다양한 연기에 도전하고 싶다. 연기할 수 있다는 것은 행복한 거다.      


중국은 연기할 기회가 많다. 하지만 연기하고 싶어 하는 배우도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어마어마하게 많다. 기회가 많지만 그에 비례해서 경쟁도 치열한 중국에서 외국인인 한국 배우가 연기할 수 있다는 사실에 저 스스로도 놀랍다.”     

-중국에 가기만 하면 뜰 기회를 잡는다고 생각하는 건 착각이라는 느낌이 드는 답변이다.

“맞다. 모두들 그렇게 생각하기 쉽지만 중국 안에서도 배우들이 캐스팅을 따기 위해 엄청나게 노력한다. 경쟁이 치열한 가운데서도 중국에서 주연을 연기할 수 있다는 건 크나큰 행운이다. 작품이 없었을 때에는 성당에서 울면서 기도했을 정도로 연기가 하고 싶었다. 지금의 제가 있기까지에는 하느님의 도움이 있지 않았을까 싶다.”     

-중국을 진출하고 싶어 하는 배우들에게 조언하고 싶은 점이 있다면.

“결코 쉽지 않다. 아까도 밝혔다시피 중국에 진출하게 된 계기가 돈보다 연기가 너무 하고 싶어서 진출했던 것이다. 추자현 언니가 중국에서 성공해서 제 일처럼 뿌듯하다. 추자현 언니와 저는 공통점이 있다. 장나라 씨 같은 경우에는 스타가 되어서 중국에 진출한 케이스다. 하지만 추자현 언니랑 저는 스타로 출발한 게 아니라 신인의 자세로 중국에서 출발했다.”      


-본인의 중국어 실력은 레벨로 따졌을 때 어느 정도인가.

“레벨 10이 만점이라면 7 정도 될까?(웃음) 중국 작품을 할 때는 대본을 손에 쥐고 잠들 정도로 노력한다. 아무래도 외국인이다 보니 중국 배우보다 몇 배는 노력해서 외워야 한다. 어설픈 성조로 연기하다가 상대 배우의 연기 감정을 상하게 해서는 안 되는 게 중요하다.”     


-앞으로의 연기 신조가 있다면.

“안주하지 않고자 한다. 작품을 꾸준히 할 수 있다는 점이 행복하다. 작품이 없던 시련도 있었기에 지금 작품 할 수 있다는 점이 감사한 일이다. 아직은 갈 길이 멀지만 오르막길을 오르는 중이라 행복하다. 톱 배우는 정상에서 내려오지 않기 위해 전전긍긍할 수 있다. 하지만 저는 바닥도 내려가 보았다가 오르막길을 오르는 중이라 행운아라고 생각한다.”


(사진: 봄날소프트)

http://www.mediaus.co.kr/news/articleView.html?idxno=522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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