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밀하게 위대하게’에이젝스형곤,순수하고 저돌적인 눈빛

뮤지컬 <은밀하게 위대하게>에서 에이젝스 형곤이 연기하는 리해진은 병든 어머니와 어린 두 동생을 가진 소년 가장이다. 집안의 생계를 유지하기 위해 북한 5446부대에 자원입대를 하는 리해진은 원류환의 도움을 받아 17살이라는 어린 나이에도 불구하고 최연소 조장이라는 지위를 얻는 북파 공작원이다.      

리해진은 ‘헐크’ 같은 인물이기도 하다. 평소에는 순한 고등학생으로 보여서 일진에게 시달릴 것만 같은 유약한 남자지만 임무가 주어지면 저돌적인 상남자로 돌변하는 이중적인 면모를 갖는 캐릭터이기도 하다. 뮤지컬에는 여성 관객을 위한 보너스 장면도 등장한다. 리해진이 상의탈의를 하는 장면이 나오는데, 에이젝스 형곤이 뮤지컬에서는 처음으로 상반신을 공개하는 거다. 에이젝스의 팬이라면 놓칠 수 없는 훈훈한 눈 보시가 아닐 수 없다.     

-뮤지컬이 나오기 전에 영화로 먼저 만들어진 작품입니다.

“영화와 웹툰에서는 리해진이 원류환을 동경하는 인물로 묘사됩니다. 원작에서는 동경 이상으로 두 사람 사이의 미묘한 감정을 암시하기도 합니다. 뮤지컬을 위해 리해진을 연기할 때 겉으로는 원류환을 동경하는 마음이 드러나지 않지만 티가 나지 않게 동경하는 캐릭터로 잡았어요.”     

-리해진이 원류환에게 품는 감정이 무엇인가에 대해 구체적으로 이야기해 주세요.

“연출가는 두 사람의 관계가 ‘브로맨스’처럼 보여서는 안 된다는 걸 강조하고 있어요. 존경하는 관계라고나 할까요. 사실 가수의 꿈을 품게 만든 롤 모델이 ‘비’ 선배님입니다. 비 선배님의 안무와 노래를 따라 하면서 ‘실제로 만나면 어떨까’ 하는 상상을 많이 해보았어요. 원류환을 동경하는 리해진의 마음을, 비 선배님을 동경하는 마음가짐으로 대입하고자 해요. 원류환을 향한 존경심이 험난한 부대 훈련 과정 속에서 더욱 커지지 않았을까 상상해봅니다.”     

-영화는 편집으로 액션 장면을 찍지만 뮤지컬은 무대에서 직접 액션 장면을 소화해야 합니다.

“영화는 특수효과가 가미되지만 뮤지컬에서는 불가능해요. 그리고 혼자만 잘 해서는 안 돼요. 상대 배우와 어떻게 액션을 맞출 것인가 하는 호흡도 중요해요. 상대 배우가 다치지 않으면서도 실감나게 묘사해야 하는 점이 관건입니다. 간첩처럼 보여야 하는 점도 애로사항이지만 생각보다 할 게 무척이나 많았어요.      

뮤지컬 속 안무가 기존에 연기한 뮤지컬과는 달리 ‘칼 군무’에요. 평범한 안무에 비해 춤에 대한 파워가 2배 정도 힘이 들어요. 이전에 해온 뮤지컬 작업이 노래와 연기, 안무에만 신경을 썼다면 <은밀하게 위대하게>는 액션에도 많은 신경을 써야 해요. 죽음의 고비를 넘긴 간첩이라는 카리스마를 보여드려야 한다는 점도 만만치 않아요(웃음).”     

-김수현 씨가 찍은 동명 타이틀의 영화와 비교된다는 부담감도 있을 법한데요.

“웹툰과 영화가 워낙 인기가 많았던 작품이라 뮤지컬에 대한 기대도 클 것이라고 생각해요. 관객의 기대를 실망시키지 않아야겠다는 부담감이 없다고 하면 거짓말이겠죠. 지금까지 나온 결과물로 본다면 춤과 액션, 노래 모두 좋다고 자부할 만해요. 뮤지컬 넘버 가운데서 원류환과 리해진, 리해랑 셋이서 다시 태어나면 무엇이 되고 싶은가를 이야기하다가 평범한 삶을 그리워하는 마음으로 부르는 노래가 제일 가슴에 와 닿아요.”   

  

-군대를 다녀와서 ‘군필돌’이라는 별명을 갖고 있어요.

“좋죠(웃음). 같이 활동하는 친구나 후배들은 군대 걱정을 하는 경우가 많아요. 군대를 다녀와야 한다는 부담이 없어서 참 좋아요. 2년만 더 있으면 민방위로 가요.”     

-맨 처음 뮤지컬 활동을 <국화꽃향기>로 시작했어요.

“에이젝스에서 메인 보컬이 아닌 랩을 맡고 있어요. 메인 보컬이 아니라서 에이젝스에서 신곡이 나오면 노래를 많이 부르는 파트도 아니었죠. 그런데 <국화꽃향기> 제작사 대표님이 방송에 나온 제 모습을 보고는 캐스팅을 했어요. KBS <출발 드림팀>에 출연했을 때 안 되는 상황 속에서도 악착같이 달려드는 저의 눈빛이 마음에 들었다고 해요.      

제작사에서 소속사에 뮤지컬 제의를 해오니 ‘제가 뮤지컬을 한다고요?’ 하고 저 스스로가 놀랄 수밖에 없었죠. 그런데 <국화꽃 향기>를 끝내고 나니 ‘조금만 더 하면 잘 할 수 있을 텐데’ 하고 계속 뮤지컬 욕심이 나는 거예요. <레미제라블>과 <총각네 야채가게>를 끝내고 <은밀하게 위대하게>까지 온 거죠.”     

-그룹에서 랩을 담당하다 보니 노래를 부르는 뮤지컬에는 부담이 많았을 텐데요.

“가수 겸 배우라는 목표를 향해 달려가고 있어요. 매체 연기도 해보았지만 무대에서 연기하는 꿈을 항상 가지고는 있었고요. 그러다가 처음으로 뮤지컬 제의가 들어왔을 때 ‘하면 도움이 될 것 같다’는 확신이 들었어요.      

사실 소속사에서는 뮤지컬을 하지 않길 바랐어요. 메인 보컬이 아닌데다가 연기 경력도 짧다 보니 소속사에서는 ‘나중에 네가 준비를 잘 하고 도전하는 게 어떻겠냐’고 만류한 거죠. 그럼에도 하면서 배우는 게 중요하다는 확신이 들었어요. 나중에는 소속사에서도 허락해서 뮤지컬에 설 수 있었는데 매체 연기와 무대 연기 둘 다 할 수 있었다는 게 중요한 것 같아요.”     

-뮤지컬 연기를 실제로 해보니 어떻던가요.

“하면 할수록 적응은 되는데 가면 갈수록 어려워요. 처음에는 동선조차 몰라서 어디에서 어떻게 가는 것조차 헤맸어요. 드라마 연기를 먼저 시작해서 촬영에 들어가면 앵글에 맞게 시선만 움직이면 되었어요. 드라마는 얼굴과 대사로만 처리하기 때문이죠. 하지만 무대에서는 얼굴만 연기하면 안돼요, 드라마처럼 표정적인 디테일을 살리는 것보다는 몸 전체로 연기하는 법을 익혀야 했어요. 매체 연기와는 다른 방식의 연기에 적응되지만 무대 연기를 하면 할수록 고민도 많아지고 어렵다는 걸 실감해요.”     

-에이젝스에서 노래할 때 및 넘버를 소화할 때 어떻게 노래를 해석하는가요.

“경험적인 요인으로 해석을 많이 해요. 아이돌 데뷔가 약간 늦었어요. 아이돌이 아닌 평범한 삶에 대한 경험이 많고, 군대도 다녀오다 보니 노래를 접할 때 다양한 경험을 쌓은 게 노래 해석에 도움이 될 때가 많아요. 가요는 사랑에 대한 이야기가 많아요. 사랑으로 아파본 경험이 사랑을 노래할 때 도움이 많이 돼요. 하지만 <은밀하게 위대하게>는 간첩의 이야기라 상상으로 해석해야 해서 어려울 때가 많아요. ‘집이 북한이고, 쌀 한 톨도 없을 때 어떻게 해야 하나’ 하는 식으로 상상을 하면서 노래를 해석해야 하니 <은밀하게 위대하게> 넘버 해석이 가장 어려운 것 같아요.”     

-에이젝스의 맏형이라는 부담감도 있을 것 같아요.

“처음 데뷔할 때 압박감이 심해서 스트레스를 받은 것도 있었어요. 지금은 5년 동안 숙소에서 같이 지내다 보니 친한 친구보다 멤버들과 함께 하는 시간이 많아요. 서로가 지내는 시간이 많으면 성격을 잘 알게 돼요. 동생들은 동생들 나름대로, 저는 저대로 멤버들 모두가 잘 맞춰줘요. 동생들이 저를 많이 따르고 의지해주니 리더로서의 책임감보다는 에이젝스가 더 잘 되어야겠다는 생각이 커가는 것 같아요.” 

    

-에이젝스가 중국 청두에서 축하 공연을 하기도 했어요.

“생각보다 많은 중국 분들이 찾아주셔서 많이 놀랐어요. 앞으로 중국 활동도 활발히 할 예정이죠. 가수로 뿐만이 아니라 중국 드라마나 예능을 통해서도 찾아뵐 예정이니 많은 관심을 갖고 지켜봐주셨으면 해요” 

    

-앞으로 어떤 음악적인 컬러를 추구하고 싶은가요.

“에이젝스는 지오디 선배님들처럼 옆집 형이나 오빠 같은 친근한 그룹으로 다가서고 싶게 만드는 콘셉트로 팬에게 어필하는 그룹입니다. 그래서 에이젝스의 음악적인 색깔도 편안하게 다가서려고 하죠. 운전할 때나 조깅할 때 편안하게 들을 수 있는 노래를 많이 들려드리고 싶어요. 연기적으로는 이제훈 배우를 좋아해요. 순수하면서도 강렬한 연기를 추구할 줄 아는 배우인데 <은밀하게 위대하게> 속 리해진이 그런 역할이에요. 순수하면서도 강렬한 연기를 보여드리고 싶어요.”

더무브 2월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