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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굿바이 싱글’ 대안가족이 마냥 정답은 아냐

- 이 기사는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굿바이 싱글>은 스타병에 걸린 철없는 40대 스타 주연(김혜수 분)이 철드는 과정을 묘사하는 영화이자, 동시에 대안 가족도 얼마든지 혈연으로 묶인 진짜 가족 못지않게 훌륭할 수 있음을 설파하는 ‘대안 가족’을 찬양하는 영화임을 살펴볼 수 있다. 젊은 이성친구가 아무리 좋다고는 하지만 띠동갑을 넘어선 20살 이상 차이나는 남자배우에게 사랑을 구걸해대는 주연의 애정 취향을 철이 든 중년 배우의 모습이라고는 보기 힘들지 않겠는가.     


<굿바이 싱글>은 주연이 남편 또는 남자친구가 없는 상태에서 아기를 갖고자 하는 ‘미혼녀의 미혼모 되기 프로젝트’다. 아기를 갖고자 하면 정상적으로 아기를 키울 수 없는 예비 엄마를 찾아야 하는데, 마침 주연의 눈에 띈 예비 엄마가 학생의 신분으로 아이를 가진 단지(김현수 분).      

단지가 아이를 출산하기 전까지 주연은 단지와 한 지붕 아래에서 살기는 하는데, 주연은 처음에는 단지에게 감정이입하려고 들지 않는다. 단지의 아이만 가지면 그만이지, 단지의 개인사까지 파고들거나 단지의 감정에 동화할 생각은 털끝만큼도 없었다. 하지만 주연은 단지와 서서히 감정을 교감하기에 다다른다. 이는 로맨틱 코미디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공식, 즉 티격태격하던 두 남녀가 서로에게 감정이입하고 급기야는 사랑하는 사이에 이른다는 공식의 변주에 다름 아니다.     


아이만 가지면 되는 주연이 아이의 엄마인 미혼모 단지에게까지 감정을 확장하고 교감을 나눈다는 설정, 즉 피 한 방울 섞이지 않은 단지와 정서적인 유대를 넘어서서 언니와 같은 정을 나누는 것까지는 대안 가족을 강화하기 위한 변형된 가족주의라고 치자. 그런데 이 영화의 맹점은 대안 가족이 중요하다는 것을 강조하기 위해 단지의 가족을 ‘진상’으로 묘사하고 있다는 점이다.       


단지의 언니는 동생인 단지에게는 관심이 없고 연애하는 오빠에게만 관심을 갖는다. 혈육인 동생에게 관심이 없고 사랑하는 사람에게만 관심을 갖는다는 건 주연과 단지의 정서적인 교류, 대안 가족과는 대극 관계에 놓인 혈육 관계를 보여준다. 단지가 낳은 아이가 주연이 키울 것이라는 걸 알게 되자 단지의 언니가 작정하고 주연에게 돈을 뜯을 기회를 노린다는 설정은, 주연과 단지의 대안 가족을 강화하기 위해 혈육 가족 관계를 대안 가족보다 못한 관계로 설정하고 마는 것이다.     

이 영화의 패착은 그뿐만이 아니다. 단지가 임신한 것을 취재진에게 들키지 않으려면 단지는 주연의 집 안에서만 은거해야 하는데 단지는 주연에게 한 번 주의를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다시 한 번 주연의 집 밖으로 나가서는 기어이 주연으로 하여금 곤경을 겪게 만든다. 한 번 실수한 것을 두 번이나 반복한다는 건은 혈연관계의 가족이 대안 가족보다 못하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혈연가족을 악역으로 만드는 고약한 수에 다름 아니다.      


하나 더, 극적인 상황을 유도하기 위해 영화에서는 기자회견이 취소된 자리에서 김 대표(김용건 분)을 향해 기자들이 반말을 하는 장면이 나오는데, 프레스는 그 어떤 상황에서도 주최 측에 말을 놓는 결례는 절대로 하지 않는다. 임신한 단지의 배를 보고 학부모들이 대놓고 수근거리는 장면은 극적인 상황을 유도하기 위해 학부모를 악당으로 만드는 고약한 설정이 아닐 수 없다.


미디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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