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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국가대표2’ 결혼지상주의와 맞닿는 스포츠신파

대개의 스포츠 영화는 챔피언의 실력을 갖추지 못한 운동선수가 각고의 심혈을 기울인 노력 끝에 승리, 또는 금메달의 영광에 안착한다는 ‘승자의 공식’을 갖는다. 하지만 <국가대표2>의 전작인 <국가대표>는 이런 기존의 스포츠 영화가 가지는 공식을 보란 듯이 변주한다.      


승자의 공식 대신에, 패자의 정서를 객석에 전달하는 신파적인 변주로 말미암아 ‘스포츠 신파’라는 새로운 공식을 관객에게 선보인 스포츠 영화가 <국가대표>인데 <국가대표2> 역시 전작의 스포츠 신파라는 공식을 답습하고 있다.      

한데 <국가대표> 시리즈에서 스포츠 신파가 작동하게 하기 위해서는 영화 속 캐릭터들의 스포츠 종목이 인기 종목이어서는 안 된다. 오합지졸 멤버들이 모이는 것만으로는 이 공식이 성립되지 않는다. 올림픽이나 국제대회에서 인지도가 낮은 비인기 종목이라야 하는 ‘마이너의 정서’도 갖춰져야 비로소 스포츠 신파가 온전하게 작동할 수 있다.      


여기에 ‘타자의 정서’도 추가되어야 한다. 전작을 살펴보라. 하정우가 연기하는 입양아 밥은 한국 핏줄임에도 불구하고 이방인의 정서, 즉 타자의 정서를 갖는다. 마찬가지로 <국가대표2>의 리지원(수애 분) 역시 한민족이라는 한 핏줄이기는 하지만 새터민이라는 이방인의 정서를 공유한다. <국가대표>가 온전한 스포츠 신파로 다가서기 위해서는 오합지졸 멤버에 마이너의 정서. 타자의 정서 이 세 가지가 합쳐져야 성립 가능해진다.     


그런데 이번 신작 <국가대표2>는 ‘판타지적 요소’가 눈에 띈다. 실제 상황이라면 이런 상황이 벌어지거나 이런 선수가 국가대표로 뽑힐 리가 만무한데 영화 속에서는 성립된다는 이야기다. 첫 번째 판타지적 요소는 ‘보디 체크’다. 여자는 남자보다 물리적인 타격에 다치기 쉽다. 이에 여자 아이스하키에는 남자 아이스하키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하키 선수와 하키 선수가 몸을 부딪치는 육탄전인 보디 체크가 일어나지 않는다.      


하지만 영화는 극적인 요소를 끌어올리기 위해 여자 아이스하키 대회에서 보디 체크가 허용되는 상황으로 묘사된다. 두 번째는 ‘타투’, 문신이다. 오연서가 연기하는 박채경의 목을 보면 문신이 새겨져 있는 것을 관찰할 수 있는데 실제 국가대표는 드러나는 신체 부위에 문신을 할 수 없다.      

영화 속 캐릭터들이 핀란드로의 국가대표 진출을 위해 여자 아이스하키 국가대표에 지원하는 등으로 자아 성취를 위해 국가대표를 지원하는데, 유독 한 명의 캐릭터가 국가대표를 지원하는 이유가 석연치 않다. 김가연(김예원 분)은 전직 피겨스케이팅 선수. 자신이 생각했던 것보다 결혼정보회사 등급이 낮게 나왔다는 이유만으로 국가대표에 지원하는 것이 김가연의 국가대표 지원 동기로 그려지는데, 그렇다면 김가연이 국가대표를 지원하는 동기는 다른 캐릭터가 자아 성취를 위해 지원하는 것과는 상반되게 ‘결혼 지상주의’라는 동기가 성립하게 된다.     


즉, 국가대표로 이름을 날리면 결혼정보회사가 지정하는 등급이 올라갈 것이고, 그러면 김가연이 바라는 이성을 선택할 폭도 결혼정보회사 안에서 넓어진다는 결혼 지상주의로 인해 국가대표를 지원하게 되었다는 얄팍한 동기가 성립하게 된다. 여성의 사회 진출이 넓어져야 하는 요즘 같은 때에, 국가대표 진출 동기가 결혼 지상주의로 천착된다는 설정이 아쉬운 영화다.


미디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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