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면, 우리가 물리를 배워야 하는 이유
생각해보자. 누군가가 나에게 ‘관성’이 무엇이냐고 묻는다면, 이에 대해 정확하게 대답할 수 있을까? ‘관성’이라는 단어를 모르는 사람은 많지 않다. 하지만 그 정확한 의미를 이해하고 있는 사람 역시 많지 않다. 관성을 완벽히 이해하기 위해서는 관성계와 비관성계, 그리고 관성력이라는 어려운 개념들을 총체적으로 이해해야 하기 때문이다. 관성계, 비관성계, 관성력이라는 단어를 처음 접하는 사람들도 많을 것이다. 사뭇 딱딱하고 어려워만 보이지만, 이 개념들은 버스가 급출발하면 왜 몸이 뒤로 쏠리는지, 왜 엘리베이터가 올라갈 때 몸이 무거워지는지 등의 지극히 일상적인 현상을 설명할 수 있게 해 준다. 더 나아가, 이는 우리를 둘러싼 ‘공간’을 근본적으로 이해하는 데 기초가 된다. 잠시 일반상대성이론 이야기로 넘어와 보자. 일반상대성이론은 ‘시공간의 상대성’이라는 파격적인 패러다임을 제시함으로써, 시간과 공간은 절대불변이라는 당대의 통념을 완전히 뒤엎어 놓았고, 인식론을 비롯한 여러 철학 분야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쳤다. 이렇듯 20세기 가장 위대한 물리학 혁명으로 꼽히는 일반상대성이론 역시, 관성계와 비관성계를 통합하려는 물리적 시도의 결과물이었다. 이제 관성계와 비관성계를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느껴지지 않는가? 그렇다면, 과연 관성계와 비관성계, 그리고 관성력이란 무엇일까?
30km/h의 일정한 속도로 직선 도로를 달리고 있는 자동차에 타고 있는 상황을 생각해보자. 만약 이 자동차가 소리도 나지 않고, 주행 중 진동도 없으며, 창문이 검게 칠해져 밖을 바라볼 수 없다면, 우리는 이 자동차가 멈춰 있는지, 달리고 있는지 구분할 수 있을까? 우리의 경험에 비추어 보았을 때, 도무지 구분할 수 없을 것 같다. 이런 자동차의 내부는 관성계라고 한다. 이번에는 자동차가 1초에 10km/h 씩 속도를 붙이고 있다고 생각해보자. 즉, 불과 10초만에 130km/h의 속도까지 가속이 될 것이다. 이번에는 이 자동차가 멈춰 있는지, 달리고 있는지 구분할 수 있을까? 이번에는 구분할 수 있을 것이다. 몸이 뒤로 쏠리기 때문이다. 이런 자동차의 내부는 비관성계라고 한다. 즉, 가속운동하는 물체의 내부는 비관성계가 되고, 가속운동하지 않는 물체의 내부는 관성계가 된다. 여기에서 가속운동이란, 속도가 점점 느려지거나, 빨라지는 것처럼 속도가 변하는 운동을 말한다.
정의는 간단하다. 가속하고 있으면 비관성계, 그렇지 않으면 관성계라는 것이다. 그렇다면, 고작 가속도가 있고 없고가 무엇이 그렇게 다른 것일까? 다시 위의 자동차 예시로 돌아가 보자. 일정한 속도로 달리는 자동차에 타고 있을 때는 정지상태와 구분할 방법이 없지만, 가속하고 있는 자동차에 타고 있을 때는 몸이 쏠리는 ‘힘’을 받기 때문에 정지상태와 구분할 수 있었다. 즉, 비관성계에서는 관성계에서는 작용하지 않는 특별한 힘이 작용한다. 이 힘의 이름이 바로 관성력이다. 정리하자면, 비관성계에서는 관성력이 존재하고, 관성계에서는 관성력이 존재하지 않는다.
관성력은 일상생활 곳곳에서 찾을 수 있다. 버스가 급출발하면 몸이 뒤로 쏠리는 경험을 해 보았을 것이다. 버스가 급출발하는 상황은 버스가 앞으로 가속도를 갖고 나아가는 상황이기 때문에 이때 버스 내부는 비관성계가 된다. 비관성계에서는 관성력이 작용한다. 이때 관성력이 내 몸을 뒤로 밀어내어 몸이 뒤로 쏠리게 되는 것이다.
또, 엘리베이터에 탄 후 엘리베이터가 올라가기 시작하면 몸이 무거워지는 경험을 해 보았을 것이다. 엘리베이터가 올라가기 시작할 때에는 엘리베이터가 위로 가속하고 있으므로 엘리베이터 내부가 비관성계가 된다. 이때, 관성력이 몸을 내리누르게 되어 몸이 무거워진 것 같은 느낌을 받게 된다. 하지만 이런 느낌은 곧 없어지게 된다. 그 이유는, 엘리베이터가 어느 정도 속도에 도달하게 되면 일정한 속도로 올라가기 때문에 가속도가 없어 엘리베이터 내부가 관성계가 되기 때문이다. 관성계가 되면서 몸을 내리누르던 관성력이 사라져 몸이 무거워지는 느낌도 사라진다.
태풍의 회전 방향도 관성력으로 설명할 수 있다. 태풍에 관한 일기예보를 주의 깊게 보면, 항상 태풍은 반시계방향으로 회전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는 지구의 자전으로 인해 생기는 현상이다. 회전운동 역시 가속도 운동이다. 따라서 지구 위에 있는 모두는 비관성계 안에 있는 셈이다. 다만 이때 관성력은 매우 큰 규모에서만 느낄 수 있기 때문에 일상생활 속에서 우리는 느끼지 못한다. 태풍 정도의 규모가 되면 지구의 자전에 의한 관성력을 받게 되는데, 이때 관성력이 태풍을 회전시키는 역할을 하는 것이다. 북반구에서는 자전 방향이 반시계방향이고 남반구에서는 시계방향이다. 이로 인해 북반구에서는 관성력이 태풍을 반시계방향으로 회전시키고, 남반구에서는 태풍을 시계방향으로 회전시킨다. 실제로 호주나 페루와 같은 남반구 국가들에 상륙하는 태풍은 시계방향으로만 회전한다.
지금까지 관성력이 무엇인지를 알아보았고, 이를 통해 태풍의 회전 방향이 일정한 이유와 버스에서 몸이 쏠리는 이유가 같음을 알게 되었다. 관성력을 모른다면, 이를 이해할 수 없을 것이다.
나는 이것이 우리가 물리학을 배워야 하는 이유라고 생각한다. 물리학을 배우면, 관련 없어 보이는 복잡한 현상들이 근본적으로는 단순한 하나의 원리에 기인함을 깨닫게 된다. 현상의 본질을 통찰하는 능력이 길러지는 것이다. 물리학에 대해 ‘어렵고 지루한 학문’이라는 편견을 갖고 있었다면, 조금 시각을 바꿔 보는 것은 어떨까? 자연의 본질을 포착하는 즐거운 경험을 하게 될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