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금 부서진 마음, 두서없이 이곳에 내려놓아도 될까요
며칠 전, 학교 축제를 한다는 연락을 받았다.
우즈베크 음식을 가져와 장사를 해보면 어떻겠냐는 제안이었고, 나는 별다른 망설임 없이 알겠다고 했다.
그런데 준비 과정은 생각보다 이상하게 흘러갔다.
어떻게 진행되는지 물어봐도 “이번에 처음이라 잘 모르겠다”며 기다려달라는 말만 돌아왔고, 결국 행사 전날 행사 당일 정확한 안내 없이 음식 준비만 강요한 학교에 우리는 큰 손해를 보고 억울한 갑질까지 당하고 말았다.
정말 누군가에게 털어놓고 싶었지만 마땅한 사람이 떠오르지 않을 때, 조용히 올려놓으면 누군가는 봐줄 것 같은 마음에 조용히 유튜브 댓글에 글을 올렸는데
몇몇 분들이 댓글을 남겨주셨고, 따뜻한 응원의 말에 나도 모르게 울컥했다.
정말 큰 위로였다.
그 말들이 없었다면 그날의 밤이 얼마나 더 길고 버거웠을지, 나도 잘 모르겠다.
그런데도, 말하지 못한 마음은 여전히 남아 있었다.
댓글을 읽으며 위로를 받기도 했지만, 그 뒤에 앉아 있던 나는 여전히 지쳐 있었고,
그 누구에게도 꺼내놓지 못한 마음들은 조용히 바닥에 가라앉아 있었다.
사실 그날 저녁 정신없이 돌아와 매장에서 설거지를 하며 준비를 마치던 중 손님 두 명이 들어왔다. 우즈베크 여자들이었다.
남편은 익숙한 말투로 그들과 인사를 나누었고, 자연스럽게 웃음도 오갔다.
그 장면이 이상하리만큼 오래 남았다.
나는 안다. 남편이 원래 손님들에게 친절한 사람이라는 걸. 같은 나라 사람을 만나면 더 반갑고 편하게 대한다는 것도 이해한다.
그런데 그날은, 그 웃음과 대화가 유독 낯설게 느껴졌다.
내가 그 자리에 있었는데, 내 앞인데, 내가 잘 모르는 언어로. 그리고
그 웃음이 나와는 아무 상관없는 것처럼 느껴졌다.
내가 너무 고지식해진 걸까.
아니면, 그냥 내가 너무 지쳐서 그런 걸까.
남편은 이런 내게 미안하다고 여러 번 말했지만
그냥 알 수 없는 큰 상처를 받은 듯했다.
사실 나는 평소에 남편 가게에서 함께 일하지 않는다.
아이들도 챙기고, 내 일도 있고, 집안일도 하면 하루가 어떻게 가는지도 모른다.
그런데 행사 준비 때문에 며칠 남편과 같이 움직이다 보니, 마음 한구석이 자꾸 무거워졌다.
다들 잠든 밤이면, 내가 이 모든 걸 잘 해내고 있는 건가
도대체 어디까지 감당해야 하는 건가,
그런 생각들이 끝도 없이 올라왔다.
뭘 하려 해도 손에 잡히지 않고,
아무것도 안 해도 생각이 멈추질 않는다.
그냥 멍하니 있다가도 눈물이 나고,
누가 한마디만 건네도 마음이 왈칵 쏟아질 것 같은 날들이 이어졌다.
그래서 오늘은, 혼자 어딘가로 훌쩍 떠나고 싶다는 생각이 부쩍 들어 엄마에게 아이들 잠깐 봐달라고, 혼자 여행 가고 싶다 하니
말은 안 하시는데 내심 걱정 가득해 보이는 엄마.
아이들도, 남편도, 일도 잠시 내려놓고,
나 하나만 데리고 조용한 곳으로 가 전혀 관련 없는 책들도 읽으며 조용히 시간을 보내고 싶은데
혼자 어딘가 여행해본 적도 없고
이것도 쉽지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