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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호주 사는 이야기 Sep 18. 2022

호주에서 일하는 것은 한국과 어떻게 다를까?

스트레스는 어디에나 존재한다.



호주에서 간호사 이야기를 적으면서, 사람들에게 너무 긍정적인 이야기만 하는 게 아니냐는 질문을 받았다.

자신의 친구는 호주에서 일을 하는데( 간호사가 직업이라고는 이야기하지 않아서, 직업이 간호사 인지는 모르겠지만)

극심한 스트레스와 두통을 달고 사는데, 너무 호주의 긍정적인 이야기, 스트레스가 적다는 이야기를 하는 거 아니냐고 질문을 하셨다.



많은 생각이 들었다.


일단, 다행히 나는 한국에서 직장 생활을, 미국에서도 잠깐의 일을, 그리고 호주에서도 10년 가까이 일을 하고 있는 입장에서,,

비교를 할 수 있다는데, 약간은 경험에 바탕을 둔 이야기를 할 수 있다는 것에 대해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나의 업무 비교는 철저히 나의 개인적인 경험에 비추어 이야기해 보겠다.


호주는 비교적, 스트레스가 적게 일을 할 수 있는 장점은 있다.

계급의 수직적 구조보다는 수평적 구조이고, 직급보다는 업무에 중점을 두기에,

나이와 관계없이 편하게 일 처리를 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예를 들어, 김 부장님이 이러이러한 일을 주셨는데, 내가 생각한 거와는 방향도 다른데

말을 해 말어?부터, 고민을 하는데, 여기서는 바로 가서 이게 이런 거 같은데, 내가 방향이 다르니?

라고 직각적으로 질문하고, 그 질문에 일말의 오펜스 없이 답을 주고, 커뮤니케이션이 가능하다는 거다.

한국에서는, 아니, 내가 너한테 일을 줬음 하면 되지 왜 질문을 하냐부터, 감히 내가 이렇게 하라는데 토를 다냐.

내가 아무래도 경력이 많으니 내 말이 맞지 너 말이 맞냐는 수많은 질문과 예상 답을 생각하고 머리 아파할 필요가 없다는 거다.

그 하나의 커뮤니케이션 하나로, 직원이 얼마나 머리 아플지는, 개개인이 받아들이기 나름이지만, 여긴 그런 경우가 적다.


그리고 간호사로 일하고 있는 호주는, 한국 간호계에서 유명한 태움이 없다.

태움이란, 알다시피, 신입 간호사가 오게 되면, 과도한 업무를 주거나, 여러 가지 일로 꼬투리 잡아 혼내고 닦달하는 걸 말하는데,

나는 호주에서 간호 생활을 처음 시작한 사람으로, 아마 한국이었음 타서 재가 되었을 진데,

아직까지 건재하다..

말하자면, 여기선 다 도와주는 분위기다. 모르는 건 당연하니, 알려주고, 도와준다.

설명해주고, 같이 해준다. 물건이 어딨는지 모른다고 하면 굳이 함께 같이 걸어가 같이 찾아 주고 알려준다.

어디 어디로 가서 그곳에 돌아서 두 번째 어디에 있는데, 어쩌고 가 아니고, 정말 함께 가준다.

그 차이는 정말 크다. 정말 정말 크다.

그 찰나의 순간은 경력직 간호사는 3분이면 될 일이, 신입에겐 그 중요한 시간 30분이 지체되고, 그럼으로써 환자는 30분간 방치되고

그 말도 안 되는 상황에, 또 다른 일이 지체되는 도미노 현상에 신입 간호사는 멘붕이 오게 되는데.

그 친절한 말과 행동으로, 그런 모든 상황을 제어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그리고 그 친절은 또 다른 친절을 낳는다.

나도 이제 신입이 들어오면, 말 대신 함께 해 주고, 같이 가주고 알려준다.

그럼 얼마나 고마워하는지 모른다.

친절 전달되고 그 친절은 또 다른 친절을 낳는 것이다.


멘붕이 오게 된 날은, 아마 그 신입 간호사는 그 일로 집에 가서 걱정하고

스트레스를 받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나는 그런 일이 신입 땐 없었기에, 집에 가져가는 불안과 걱정은 없었다.

나의 아픈 다리 외에는. ㅎㅎ


그리고, 한국에서의 회식 문화가 없다.

사실 나는 한국의 회식 문화가 너무 힘들었던 사람으로, 이건 굳이 걸고 넘어가고 싶다.

지금이야 많이 달라졌다고 하지만, 우리 회사는 너무도 자주 회식을 했고,

윗사람이 오늘 술 한잔 하러 가자고 하면, 무조건 가야 하는 분위기였다.

술을 그렇게 진탕 마시고 12 시 넘어 집에 가면, 또 아침 6시에 일어나 사람들을 다시 보고. 일을 하고.

또 술을 마신다. 그렇게 친해진 사람은 더 친해지고, 만약 빠지게 되면, 왕따가 되었다.

이게 무슨 어른 문화란 말인가..


호주는 회식이 없다.

회사 파티는 연말에 크리스마스쯤 있고,

간간히 맘 맞는 사람이 펍에서 한두 잔 들이켤 순 있지만, 꽐라가 되도록 마시진 않는다.

그리고 맘 맞는 사람이 모인다 해도 못 가더라고, 그 담달엔 아무 문제가 없다.

그저 어제 한잔 마시고 회포 풀고 끝!이다.

간간히 회사 파티가 있다면, 회사 시간에 적당히 음식을 같이 먹고 한 시간 수다도 떨고,

음료도 마시며 회포를 풀기도 한다. 대충, 금요일 오후에 자주 있는 일이다.

그러므로, 가족과도 돈독하고,  술을 마시지 않는다고, 별일이 없고,

그저 편안하게 내 일 하고, 함께 일을 하며 그렇게 회사 생활을 한다.


다시 한번, 이게 너무 호주 중심적으로 들릴 수도 있겠다.

나의 개인적이 회사 생활인데 말이다.


다시 한번 돌아가

그럼 한국 회사의 장점은,

아무래도 한국말도 하고, 편안하고, 일도 늦게 까지 할 수 있고,

늦게 까지 술도 마실 수 있는 그런 문화인 거 같다( 절대 비꼬는 거 아니고,

이게 장점이기도 하다.) 그래서, 이런 문화를 좋아한다면, 호주 생활은 힘들 수 있다.

나는 처음에 이 부분에서 호주 생활이 힘들었다.

이 작은 스트레스는 어떤 때는 크게 들어와 울기도 했다. 친구들이랑 회포도 풀고,

조개구이도 먹으면서 소주 한잔 거나하게 먹고, 노래방 가서 신나게 노래 부르며, 이게 사는 거지!!! 하고 싶은 데

그럴 수 없는 거다.


호주의 또 다른 단점은, 영어로 말하기에, 우린 아무래도 언어에 스트레스가 생길 수 있고,

그로 인해 언어 장벽이 아무래도 존재하고, 그로 인해, 사람들과 친밀한 관계를 유지하는 게 어려울 수도 있다.

진급이 영어로 지연되거나 없을 수도 있고, 성공 지향적인 사람이라면, 조금 힘들 수 있다.

가족이 없다면, 아무래도 외로워질 수 있는 상황이 있고,

가족이 없다면, 이 이국 타향에서 뭘 하나, 한국처럼 재미나게 살 고 싶다고 생각하는 부분이 많기에

한국을 많이 그리워하게 된다.

저녁도 맛있는 거 먹고, 노래방도 가고, 늦게까지 마시고 택시 타고 편안하게 집에 올 수 있는 부분이 쉽지 않다.

할 순 있지만, 돈이 아주 많이 든다.


그래서 가족 중심적인 문화를 선호한다면 호주는 정말 잘 맞을 수 있다.


이렇게 호주 생활의 장점과 단점은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다.


사는 건 어디에서나 다 비슷하다고 생각한다.


맘만 먹으면 다 할 수 있고 즐길 수 있다.

그렇지만 회사 문화는 아무래도 호주가 좀 더 릴랙스 하지 않나 하는 생각을 한다.


여기까지가 나의 개인적인 생각이다.

딱 끊어지게 속 시원한 답은 아니지만,

그래도, 조금은 어떤가,, 하는 생각을 주었길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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