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졸업 후 한다는 게 고작

by 김시현

'졸업하고 한다는 게 공부방이니.'


'정신 차리고 지금도 안 늦었으니까 취업 준비해. 더 늦으면 하고 싶어도 못해.'


'요즘도 공부방 하니?'


'학교도 좋은데 나왔는데 왜'


'알바 개념으로 하는 거지? 다른 거 준비하는 건 있고?'


공부방 창업을 한지는 올해로 3년째다. 일을 하면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참 많이 들었다. 자꾸 들으니까 내가 하는 일을 부끄러워해야 하나 싶었다. 지금 생각해 보면 바보 같은 생각이었다.


2022년 2월 나는 첫 번째 대학을 졸업했다. 졸업 후 1년은 전업으로 수능을 다시 준비했다. 수험생활을 시작한 것에 대해 남들에게는 이야기하지 않았다. 같이 사는 가족에게까지 비밀로 할 수는 없어서 엄마와 동생에게만 말했다(타지에서 일하고 있는 아빠에게는 말하지 않았다. 합격하면 말해야지. 괜히 기대주기 싫었다). 그렇게 1년 동안 집과 스터디카페만 오갔다. 주일마다 가는 교회에서 보는 몇 안 되는 친구와 한 주의 삶 나눔을 하는 것이 사람과 대화하는 유일한 시간이었다. 서너 달에 한두 번 보는 고등학교 동창과 밥을 먹었고 그 외의 시간은 혼자였다. 많이 노력했는데 결과는 슬프게도 실패였다(그때도 약대진학을 목표로 수능을 준비했다. 몇 번의 실패 끝에 이후 2025년 3월 약대에 입학한다).


주변에 수능공부에 대해 말하지 않길 참 잘했다고 생각했다. 당연히 될 줄 알았는데 후회 없이 공부한 일 년이라 아쉽지도 않았다. 학원을 가서 공부를 했다면, 수학과외를 돈 주고 들었으면 결과가 달랐을까 잠시 생각했는데 핑계를 댈수록 찌질해지는 기분이라 그만뒀다. 사람이 아무리 애를 써도 안되려는 일은 끝까지 안되나 싶었다. 1년을 더 할까 성적표를 보고 잠시 고민했다. '한 문제만 더 맞췄으면 붙었을 텐데'라고 생각을 했는데. 1년 더 이렇게 살면 죽거나 미치거나 둘 중 하나가 합격보다 먼저일 것 같아서 쓸데없는 생각은 하지 않기로 했다. 사실 올해도 붙을 거라 확신했는데 배신한 결과는 다시 한번 도전해도 결과는 불투명하다는 것을 여실히 느끼게 했다.


수능을 준비하는 내내 내게도 플랜 B가 있었다. 이번에 안되면, 뭐 하지. 그런 생각을 수능을 준비하는 내내 가끔 했다.


'조금 늦었지만 취업을 지금부터라도 준비할까. 아니면 로스쿨 준비를 할까.'


졸업 후 1년을 실패로 버렸다. 이제는 꿈만 좇을 수 있는 시기가 아니라고 생각했다. 내 인생은 아주 조금씩 꼬여가고 있었다. 취업을 하려면 서울로 다시 가야 한다. 그런데 서울에 가기는 싫었다. 사람들로 빽빽이 찬 지하철도, 본가 월세의 3배나 되는 코딱지만 한 원룸 월셋값도 마주해야 할 것이니까. 주말 점심을 같이 먹어줄 친구는 있지만 매일의 저녁을 함께할 가족도 없다. 전처럼 혼자 모든 것을 해야겠지. 그럴 바에는 대구에 계속 있고 싶었다.


그럼 로스쿨은 어떤가. 아니, 그것도 싫다. 이제 나는 더 이상 새로운 것을 공부하고 싶지 않다. 수험생활은 넌더리가 난다. 공부도 지긋지긋하다. 엉덩이로 공부한 나는 머리가 좋은 줄 착각해서, 그놈의 자기 객관화를 못해서 이 지경이 되었다. 리트를 보고 학부 성적을 어찌 들이밀어 로스쿨에 간 들, 죽기 살기로 남들이 공부하는 변호사 시험을 내가 붙을 수 있을까. 자신이 없었다.


쉬고 싶다고 생각했는데 동시에 지금은 절대 쉴 수 없다고 생각했다. 1년의 수험생활은 실패로 끝났고(대학생 2학년 때부터 시험의 종류가 도중에 바뀌기는 했지만 나는 20살 이후 4년을 수험생활로 허비했다) 열심히 살았음에도 남들은 시간을 허비하며 논 것으로 여긴다. 여기서 쉬면 다시 돌아가지 못할 것이다. 새로운 일을 찾아야 했다. 취업도 로스쿨도 아니라면 뭘 해야 할까. 나는 내가 잘하는 것과 좋아하는 일의 교집합을 찾아보기로 했다. 두리뭉실한 진로탐색이 '학원 창업'이라는 쌩둥 맞은 선택지로 좁혀지기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가장 잘할 수 있고, 제일 많이 했던 거니까. 수능국어랑 수능영어를 가르치는 일은 평균 이상으로 할 자신이 있었다. 학원에서 강사로 일하는 것도 잠시 생각했는데 창업을 해도 충분히 잘 해낼 수 있을 거라는 근거 없는 자신감이 들었다. 혼자서 모든 것을 계획하고 만들고 싶었다. 그러나 이내 학원 창업에 적어도 몇 천만 원의 초기 자본이 필요함을 깨달았다. 그럼 어떻게 하지? 결국 생각한 것이 공부방 창업이었다.


'그래, 공부방으로 시작해서 자금을 모으고 학원을 창업하자.'


2022년 12월, 공부방을 창업하기로 결심했다.


"엄마, 내일 부동산 좀 같이 가줘."


'공부방 창업방법'이라고 유튜브와 네이버 검색창에 검색한 후 해야 할 일들을 노트에 적었다. 사업자 등록부터 교육청에 가서 개인과외 교습자 신청 등 해야 할 일들이 몇 가지 되었다. 24살 2월에 대학을 졸업했으니까 졸업하고 딱 1년이 지나는 시점이었다. 엄마는 예상대로 내 결정을 탐탁지 않아 했다.


"취업은 생각이 없니."


"엄마가 같이 안 가주면 나 혼자 내일 부동산에 갈 거야. 그래도 혼자 집 보러 가는 것보단 같이 가는 게 나을 것 같아서 물어본 거고."


다음날 우리는 부동산에 집을 보러 갔다. 본가에서 걸어서 10분 거리에 있는 부동산이었다.


약대 2달 다니고 느끼는 점 | 공부방 창업썰과 27살 내집 마련 | cpa 중도포기와 20대 후회하는 것들 | 약대 입시 이야기

https://youtu.be/UyCfx_9-A_g?si=WczTGejdRTEVfLF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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