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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전경혜 Apr 17. 2024

여전히 흔들리며 나아가는, 근황.



작년과 재작년 온라인 수업을 듣고 전시를 하고 책을 출간했다. 쉼 없이 달려왔고 책 출간도 휘리릭 이루어졌다. 모든 것이 순식간에 이루어져서 나는 좀 얼이 빠져있었고 그래서인지 부족한 부분이 눈에 많이 보였다. 이미 내 손을 떠난 일이었다. 안타까움이 휘몰아쳤다. 나는 좀 쉬고 싶었다.

하지만 생각보다 쉬는 기간이 길어졌고 또다시 불안이 스멀스멀 올라왔다. 꾸준히 작업을 하는 작가가 되자고 다짐하고 다시 시작한 일인데 쉬는 동안 책은 뜨문뜨문 팔리고 출판사의 다음 책 이야기는 쏙 들어가 버렸다. 다음책 준비를 사부작사부작 머릿속의 내가 준비하는 동안에 불안은 커다란 구름처럼 커져버렸다.


잘 팔리진 않지만 다시 책을 낼 수 있는 기회가 주어졌던 것에 감사할 수는 없니? 뭐가 그렇게 조급해? 빨리 준비해서 또 만족스럽지 못한 책을 출간할래? 뭐가 문제야? 정신 차려!


혼자만의 발버둥이 시작됐다. 스스로를 질책하며 하루 한 달 몇 달을 보냈다. 기어이 민감한 촉수를 가진 엄마에게 내 불안을 들켜버렸다.

하지만 역시 시간이 약이라 했던가. 감정은 서서히 잠잠해졌다. 잠잠해진 결정적인 요인 중의 하나는 같이 공부했던 동료가 최근에 들었던 수업을 신청하면서부터다.

다시 성장할 수 있다!라는 희망이 내 마음에 또 불꽃을 일으켰다.

나는 왜 이렇게 성장에 목을 매는 사람이 되었을까?

그냥 존재하지 못하고 자꾸 뭔가를 해야만 할까? 그렇다고 활동적이고 진취적으로 움직이지도 않으면서.

내 모습은 꼭 유튜브나 여타 정신건강 프로그램에서 말하는 전형적인 게으른 완벽주의자의 모습이었다.

아, 내가 게으른 건 알았는데 완벽주의자였다니.

어찌 됐건 마음은 조금 조용해졌다. 물론 여러 책과 유튜브의 도움을 받았다. 내면소통, 상처받지 않는 영혼, 될 일은 된다 등의 내면을 다스리는 책 위주였다. 출판사와의 계약이나 눈에 보이는 성취보다는 지금 하고 있는 작업에서 느끼는 즐거움에 집중하자고 다짐했다.


그렇게 다짐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갑자기 쓸만한 아이디어가 떠올랐다. 그동안의 조급한 마음으로 사부작거렸던 머릿속의 별 볼 일 없는 아이디어와는 질이 달랐다. 요즘은 그 이야기를 스토리보드로 만들고 있다.

그리고 오늘, 불안과 조급함에 한 달 전 신청한 수업이 시작된다.

어제는 아무 연락이 없어서 시작은 하는 건가? 했던 연락이 왔고 카톡으로 줌미팅 주소를 받았다.

갑자기 명치에서 시작된 어떤 불끈한 덩어리가 목으로 오르락내리락하는 것이 느껴졌다.

언제나 새로운 사람들과의 만남은 오프라인이건 온라인이건 내게 이런 느낌에 휩싸이게 한다.


떨림과 긴장은 두 종류의 감정, 두려움과 설렘 때문이다. 하지만 두려움보다는 설렘을 선택한다면 그 감정이 너를 좋은 곳으로 데려다줄 것이다.

최근에 읽은 동기부여 책이 내게 말한다.

불끈하고 부르르 하고 울렁거리는 불안과 두려움의 에너지는 네가 아니야. 너는 그걸 지켜보고 경험하는 영혼이야.

라고 상처받지 않는 영혼이라는 책이 내게 말한다.

여전히 흔들리며 나아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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