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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어떤 날 Jul 05. 2024

단풍이로부터

언제나 고양이_1

그 고양이는 가을 무렵 은영이를 만났다.

바람이 차가워지기 시작한 어느 날,

물 마실 곳을 찾고 있었는데 마침 쓰레기를 버리러 나온 은영과 마주쳤다.

-어머 너 어디서 온 거니?

은영은 그렇게 고양이를 받아주었고 은영의 친구들은 간택되었다며 은영을 부러워했다.

-간택..? 눈이 마주치는 걸 말하는 건가.

고양이는 생각했다.

은영의 집은 크지는 않았지만 따뜻했다.

먹을 물이 있는 것이 가장 좋았다.

은영이는 이름도 지어줬다.

-알록달록 단풍잎 같은 털을 가졌네,

단풍이 어때,,? 단풍아~ 마음에 들어..?

단풍이는 지난가을 떨어진 나뭇잎을 모아 웅크리고 잠들었던 날을 생각했다.

-내 이불이랑 장난감이었던 잎들이 내 이름이 되었네..

엄마 단풍이


단풍이는 얼마 후 엄마가 되었다.

은영이가 있어 다행이었다.

믿을만한 인간, 단풍이는 은영이가 좋았다.


단풍이의 다섯 아가.

은영은 좋기도 하고 걱정되기도 했다.

당장은 아기들이 단풍이의 젖을 먹지만 여섯 마리와 함께 살리라고는 상상도 못했다.

육아는 힘들어

은영은 부모님과 떨어져 이곳 공주에서 작은 회사에 다니고 있다.

부모님과 함께 살았다면 분명 반대하셨을 일이다.

단풍이를 보고 그냥 돌아올 수 없었던 그 오후를 떠올리며 후회는 아니지만 좀 생각을 해봤어야 했다고... 몇 초간 먼 산을 보고는 했다.

단풍이도 힘들긴 마찬가지였다.

크지 않은 체구에 아기를 다섯이나 먹이고 챙기려니 어느 날은 먹을 힘도 없었다.

그럴 때면 은영은 단풍이를 위해 특별식을 주었다.

-엄마가 잘 먹어야지, 단풍아 이거 먹자. 아가들은 자고 있으니 얼른 일어나.

단풍이는 은영이가 좋았다. 고마웠다.

고맙다고 말을 하니 은영이 웃는다.

-그래 야옹~ 많아 먹어~ 우리 단풍이.

엄마 단풍이의 고난도 육아


어느 날은 아기들에게 시달려 기력이 없는 단풍이를 은영이 창가에 앉게 해준 적도 있다.

단풍이는 까만 하늘에 혼자 둥그런 달을 바라보며 잠시 쉬었다.

-나는 단풍이라고 부르는데 아기들은 이름이 없네... 언니가 아직 생각 중인 건가...

은영이의 고민도 깊어지고 단풍이의 사색도 길어질 무렵 아기들이 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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