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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어떤 날 Jul 22. 2024

축제

언제나 고양이_4

오혜성 씨가 밥을 먹는 동안 엄지여사는 앞에 앉아 오혜성 씨의 표정을 살핀다. 최대한 찬성하는 쪽으로 분위기를 만들고 싶은데 오늘 피곤해 보이지는 않은지, 오랜만에 구운 삼치가 간은 맞는지 우물거리는 오혜성 씨를 보며 생각하고 생각한다.


-근데 여보, 오늘 뭐 좋은 일 있어? 당신 전화 목소리 엄청 듣기 좋던데~

-그래? 그렇게 들렸어? 하고 싶은 얘기가 있긴 하지~

-뭔데 나 다 먹었어, 말해봐 빨리~


엄지여사는 고양이 카페에 올라온 아기 고양이의 사진창을 열어서 오혜성 씨의 옆자리로 옮겨 앉았다.

-얘 어때?

-응 이쁘네~ 어우 귀엽네~

-고양이는 노랑이지?

-그럼 우리 시골에서도 노량 고양이가 대장이고 꺼멍, 얼룩이 뭐 예전에는 고양이들이 다 그랬는데 지금은 어우, 고양이들이 뭐 고양이 같지가 않아~

-그치? 얘 엄마가 길고양이인데 어느 분이 집에 데려다가 키우고 있는데 임신한 줄 몰랐대. 근데 글쎄 다섯 마리나 새끼를 낳았다잖아... 주인을 찾고 있다는데..

-어우 그분 좋은 일 하시네~ 그 옆에 주둥이 얼룩이도 이쁘네~

이때다 결정적 한 방,

-우리 한 마리 데려올까?


-어, 그래, 그러자, 어디야 가까워?


뭐지 이 신속한 반응은... 오늘 삼치가 너무 맛있었나? 된장찌개가 맘에 들었나? 엄지여사는 속으로 궁금했지만 그건 나중에 풀 궁금증이고 지금은 결단의 도장을 찍어야 한다.


-공주라는데... 너무 먼가...?

-아우~ 공주 우리 둘이 드라이브 간다고 생각하면 되지 뭐~ 가자 공주~~!

-진짜? 나 그럼 이분한테 확정 연락한다~!!!

-그래그래 그러자고, 우리 은찬이가 백 점도 맞고 약속도 했는데 해야지~


엄지여사는 맘이 바뀌기 전에 그리고 혹시나 다른 사람이 이 예쁜 아이를 찜하기 전에 게시글의 연락처로 문자를 보냈다.


-안녕하세요~ 노랑 아이를 입양하고 싶습니다.


오혜성 씨는 엄지여사의 뒷모습을 보며 마음이 좋기도 짠하기도 했다.

작년인가도 엄지여사가 고양이 얘기를 했었는데 말이 끝나기도 무섭게

-난 고양이까지는 못 먹여 살린다~

라고 한 것이 계속 마음에 걸렸기 때문이다.


그때 엄지여사의 흘기는 눈이 욕이었으면 덜 미안했을 텐데 오히려 뭔가 이해한다는 눈빛이어서 그랬던 거 같다. 그래서 미안했다. 고민하면서 했을 말을 무 자르듯 잘라버려서.


-오 여보, 연락 왔어, 우리가 데려올 수 있대.

-그래? 잘 됐네, 월요일로 잡아 한가하게 다녀오자.

-잠깐만, 아 지금 보호하시는 분이 두 달 되면 보낸다고 그때 오래, 그럼.. 12월 이 되겠네.

-어 그래? 보호를 제대로 하시네, 그래 잘 맞춰서 얘기해 봐~

-근데 여보, 난 당신이 이렇게 빨리 오케이 할 줄 몰랐어, 어쩐 일이야?


엄지여사도 오혜성 씨가 기억하는 그날이 걸렸던가 보다, 오혜성 씨는 생각했다. 미안했다.


-그야 뭐... 당신이 뭔가를 하자고 하면 그게 또 가장 적당한 때인 거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

 우리 애들도 고양이 노래를 했었는데 그때는 너무 어렸고 지금은 애들한테도 더 좋은 거 같고.

-뭐야~ 오늘 당신 좀 멋지다.

-어 그래? 내가 좀 멋지지~~

 은겸아~~!!!! 치킨 주문해라 멋진 아빠가 쏜다~~!!!!!


각자의 구역에서 각자의 즐거움을 가지던 아이들이 치킨이라는 말에 부활한 나사로처럼 훌훌 나와서 앉는다. 엄지여사는 눈짓으로 아직은 비밀이라고 오혜성 씨를 쳐다봤다. 오랜만에 아내의 윙크를 본 오혜성 씨는 신이 나서 말한다.


-아들~, 두 마리 시키고, 더 먹고 싶은 거 읎냐?


곧 만나게 될 백점이, 사진을 받은 밤은 잠이 오지 않았다.
은영이 보내 준 동영상



우리 고양이를 만나고 이 아이를 주인공으로 이야기를 쓰고 싶었습니다.

어떤 이야기가 나올지 모르지만 일단 씁니다. 기록은 기억을 더 생생하고 행복하게 하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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