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투사와 교환학생에서 보고 느낀 모습
회사에는 열심히 살지만 한량같은 기질을 가진 사람들로 구성된 북클럽이 있다. 읽자는 책은 그냥 각자 느슨한 구속력 속에서 읽고 있고, 주로 영화감상을 더 기대하고 있는 듯하다. 나도 발제하고 토론을 이끌어갈 만한 자신은 없어 이러한 영화 감삼-보드게임의 포멧에 만족하고 있다.
파반느에 이어 두번째로 본 영화는 씨너스:죄인들이다.
2026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유력한 작품상 후보 중 하나인 영화는 흑인문화에 대해 주로 다룬다. 처음부터 끝까지 흑인문화라는 소재를 놓지 않는다. 특유의 흑인감성은 천상 딱딱하고 규율을 지키며 개인주의적인 나와는 상반되기에 작품으로서 한발짜국 떨어져서 감상하면 그 자체로 참 흥미롭다.
나는 카투사로 군복무를 마쳤다. 카투사로 선발되는 인원자체가 매우 적어서 하나로 묶이는 경향이 있지만, 사실 카투사는 일반 육군 못지 않게 어느 부대에 속하고, 어느 지역에 복무하는지에 따라 경험역시 천차만별이다. 나는 동두천과 평택에서 4개 정도의 미군 여단 및 대대에 속했었다. 이 부대들은 모두 전투부대로 흔히 영화에서 보는 거대하고 흑인 발음을 쓰는 미군들이 많았다. 백인은 상대적으로 합리적이고 이성적이고 다소 차가웠다면, 흑인은 감정적이고 흥이 많았다. 이런 흑인의 텐션은 같은 흑인이거나 스페니쉬 계열 혹은 아시아계 황인들이 잘 받아주곤 하였다. 흑인들은 특유의 리드미컬한 발음으로 힙한 노래를 신나게 틀고 춤을추고 농담을 하였지만, 다같이 뭉쳐있는 느낌은 아니였다. 각자 그 흥을 즐기고, 혼자만의 세상에서 재밌게 잘 논다고 생각했다.
씨너스에서는 묘하게 백인들에 의한 차별적 시대상을 다루면서도 주제의식은 그걸로 가져갔다고 보기 어려웠다. 흑인의 흥을 담아내면서 그 흥의 발원을 마냥 피해의식과는 연결짓지는 않은 영화였다. 그래서 새로웠고, 흥겨웠다. 여기서 흑인들은 주점에서 정말 각자의 개성대로 그들만의 세상에서 재밌게 놀고, 위기 순간에도 뱀파이어와 대비되게 각자의 개성이 강조된다(이것이 위기순간을 더 위험하게 만든다). 백인들의 억압을 받던 시기에도 각자의 노래로 그 힘든시기를 이겨냈을까?
내가 교환학생시절 놀러갔던 아일랜드의 더블린은 여행지로서 마냥 좋지는 않았다. 도시전체가 작은 런던의 느낌이였고, 런던보다는 투박하고 런던보다는 흥이 많았지만, 결국 런던을 어설프게 따라한 느낌이였다. 영국을 싫어하고, 그들이 했던 일들을 경멸하면서도 또 완전히 벗어나고 싶은지 아닌지 아직 그들 스스로 정의내리지 못한것만 같았다. 한가지 명확한건, 겉으로는 밖에서 보는 것보다 집단적 민족성을 강조하는 듯했다. 그들만의 언어를 고수하고, 여기저기 영국에 반발하는 그들의 메시지를 심어두었다. 아일랜드인이라는 하나의 정체성이 생각보다 뚜렸했다. 우리가 일본에 대항해 뭉치는 민족성 그 이상이라고 느껴질 정도로.
씨너스에서는 뱀파이어들의 노래 중간중간 더블린이 가사에 등장해, 이것이 아일랜드 민요인가? 싶었다. 그들은 흑인이 흥을 즐기는 방식과는 달랐다. 훨씬 더 집단적이였고, 맹목적이였다. 그들의 흥에는 뭔가 흑인들 무리와 달리 강압적인 모습이 있었다.
아일랜드인과 흑인은 모두 억압의 역사라는 일맥상통한 배경을 가지고 있다. 그 상황에서 아일랜드인은 더 똘똘 뭉치고, 흑인은 개인적으로 무장한 것만 같았다. 영화에서의 뱀파이어와 흑인의 모습이 내가 군대와, 여행지에서 느꼈던 모습과 유사한게 신기했다. 물론 그게 한국인1으로서 실제로 제대로 본 흑인과 아일랜드인의 모습은 아닐지 모르겠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