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스키를 좋아하게 된 뒤로 저는 시간을 조금 다르게 바라보게 되었습니다. 빠르게 흘러가는 하루 속에서도 어떤 것들은 서두르지 않고 제 자리를 지키며 익어 간다는 점을 알게 되었기 때문입니다.
위스키 한 병에는 곡물, 물과 불, 나무와 공기, 그리고 기다림이 함께 들어 있습니다. 사람의 손이 닿는 순간은 짧지만, 그 이후의 시간은 통제할 수 없습니다.
통 안에서 일어나는 변화는 계획이 아니라 맡김에 가깝습니다. 기다림 끝에 남는 것은 언제나 완벽한 맛이 아니라 그 시간만의 고유한 흔적입니다.
이 책을 통해 전하고 싶었던 것도 결국은 그런 이야기였습니다. 어떤 위스키가 더 비싸고 더 희귀한가보다 어떤 순간에 어떤 잔을 들었는지가 더 오래 기억에 남는다는 사실 같은, 그런 이야기 말입니다.
처음 마신 위스키의 맛에 대한 감각은 흐려질지라도 그 자리에 있었던 사람들, 그날의 공기, 조금 어설펐지만, 괜히 어른이 된 것 같던 기분은 아직도 선명합니다. 위스키는 그렇게, 그 언제나처럼 맛과 향, 그 이상의 기억을 선물해 줄 것입니다.
이제 이 책을 덮는 순간, 우리 각자의 잔에는 또 다른 시간이 채워질 것입니다. 혼자 마시는 조용한 밤일 수도 있고, 누군가와 나누는 짧은 대화의 순간일 수도 있습니다.
그 어느 쪽이든 위스키는 말없이 곁에 머무를 것입니다.
부디 이 책이 위스키를 더 잘 알기 위한 안내서이기보다는, 자신만의 속도로 마셔도 괜찮다는 작은 허락이 되기를 바랍니다.
오늘의 잔이 완벽하지 않아도 괜찮습니다.
위스키는 늘 다음 시간을 남겨둘 테니까요.
이 글은 출간 예정인 책의 일부입니다.
읽어주신 분들께 남기는 글
이 연재는 여기서 숨을 고릅니다.
그러나 톰바틀 이야기는
일주일에 한 번, 계속 전할 예정입니다.
지금까지 쓴 이 이야기들은
아직 공개하지 않은 다른 원고들과 함께
곧 한 권의 책으로 묶이게 됩니다.
그 시간을 함께 기다려 주신다면 기쁘겠습니다.
그리고 언젠가,
글이 아닌 공간에서
톰바틀을 직접 만나 주셔도 좋겠습니다.
서울 성북구 장월로1길 74-4 1층
https://www.instagram.com/tombottle_coffe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