똥개라고 불렸던 꼬맹이는 시댁에서 싫어했다.
어제 시댁조카 결혼식이 있어서 언니는 지방에 다녀왔어.
조카들이 이제 나이들이 있으니 하나둘씩 결혼을 하기 시작하더라고.
그러다 보니 언니도 부지런히 결혼식을 참석하게 되었지.
기분 좋은 결혼식날,
널 유난히 싫어했던 시댁 형님이 나한테 갑자기 말을 걸더라.
"아니 동서는 예쁘지도 않고 품종도 없는 개를 왜 그렇게 오래 키웠어?
돈까지 들이면서 말이야."
갑자기 훅 치고 들어오는 말에 난 뭐라고 답을 해야 하나 망설이고 있었는데
현재 10살 된 몰티즈를 키우고 있는 다른 형님이 내 표정과 내 눈치를 보며 그 형님에게 말했지.
"형님, 동서한테 그렇게 말하면 동서가 서운해하지요.
가족처럼 지내고 오래 키운 개인데 그렇게 말씀하시면 안 돼요."
너를 작년에 안락사로 보낸 것을 시댁 식구들이 다 알고 있는데 저렇게 무례하게 말을 해서
화를 내야 하나... 아니면 개를 좋아하는 사람이 아니니 그냥 넘어가야 하나 잠깐 고민을 했었지.
옆에 계셨던 형님이 그렇게 말을 하니 본인도 미안했는지 아니면 그냥 내가 아무 말 않고 빤히 쳐다보고 있으니 새끼 때부터 키웠냐고 다시 묻더라.
그래서 전부터 키웠던 어미개가 낳은 새끼가 꼬맹이였고 꼬맹이는 생후 2개월에 데리고 와서 키웠다고 했더니
"그럼 동서눈엔 예쁠 수 있겠네."
하길래
"저한텐 어떤 개보다 예쁜 개였어요."라고 말하고 더 이상 대화를 이어가진 않았어
그렇게 말한 형님은 너를 유독 싫어했었어.
예쁘지도 않은 개를 데리고 왔다고 핀잔을 줬던 기억이 있어서 너를 다신 시댁에 데리고 가지 않았었어.
너를 처음 시댁에 데리고 간 날,
아마도 설명절이었을 거야.
저렇게 옷을 입히고 데리고 갔는데...
아무도 너한테 명절에 꼬까옷 입고 왔으니 간식이나 사 먹으라고 흔한 천 원짜리 지폐를 네 옷에 있는 주머니게 넣어 주는 사람이 없더라.
나도 기대하진 않았어~ㅎㅎ 솔직히 시댁 어른들이나 조카들 중 개를 좋아하는 사람이 거의 없었거든.
다른 형님 한 분만 빼고 말이야.
(한복 입히고 복주머니를 네 목에 달아주었으면 상황이 좀 달라졌으려나?^^)
그러나 친정 식구들은 다 개를 좋아하다 보니
설명절에 네가 입은 옷에 저렇게 만 원짜리와 오천 원 짜리를 넣어 주더라고.
너 간식 사 먹으라고 말이야.
그래서 저 돈을 어떻게 했느냐고?
설마.. 언니가 썼겠니?ㅎㅎ
네가 좋아하는 간식 사서 너에게 주었었지.
내가 간식을 사다 주니 너는 아주 맛있게 먹더라.
그 기억이 나네.
어제 언니가 부들부들했던 것이 또 생각나서 이렇게 글을 쓰면서 풀어본다.
너의 털색이 갈색이고
주둥이는 까맣고 하는 것이 전형적인 "똥개"의 모습이긴 해.
그래서 너를 데리고 산책 나가면 아이들이 "똥개다." 혹은 "도둑개다."라고 한 적도 있었어.
때로는 "여우다." 하는 아이도 있었고, 네가 어릴 적에는 꼬리털이 제법 예뻤기에
"다람쥐다."라고 한 아이도 있었지~^^
그리고 너를 좀 멀리서 보면 포메라니안 하고 비슷하게 보이는 경우가 종종 있어서인지
"와~포메다!" 했다가 가까이서 널 보면 "어.. 똥개네..." 이러고 가는 아이들도 있었어.
그렇게 아이들은 너를 다양하게 불렀었지.
그리고 한 번은 너를 데리고 네가 좋아하는 길을 걷고 있었는데 어떤 차가 갑자기 멈추더니
운전자석의 창문을 내리면서 어떤 아저씨가
"저기요, 지금 같이 산책하고 있는 강아지 종이 뭐예요?"라고 물어보더라.
그래서
"잡종인데요..."라고 했지.(언니가 참 센스가 없고 순발력도 없지.. 시고르자브르종이라 할걸...)
그랬더니 그 아저씨가
"처음 보는 종이라 궁금했어요. 그런데 귀엽게 생긴 아이네요."
하면서 차를 몰고 가더라고.
너를 귀엽고 예쁘게 봐주는 사람들도 있었지만 대부분의 사람의 눈에는 그냥 너는
똥개였던 거야.
오래전 너의 건강검진을 위해 동물병원에 갔던 어느 날,
수의사 선생님한테 네가 똥개냐고 물어본 적이 있었다.
그랬더니 수의사 선생님 왈,
"꼬맹이는 포메라니안 하고 스피츠종이 섞여서 태어난 강아지입니다. 그러니 똥개는 아니지요."
라며 웃으시며 말씀하셨는데 아마도 돌려서 말씀하신 듯...
아무튼! 누가 뭐래도 넌 나한텐 너무 예쁜 존재였고 소중한 존재였다는 걸 너에게 다시 알려주고 싶어서 오늘
이렇게 글을 써.
넌 잘 쉬고 있니? 아픈 곳은 없고??
언니는 그럭저럭 잘 지내고 있어.
언니 걱정은 안 해도 되니까 넌 부디 편안하고 즐겁고 건강하게 잘 지내고 있길 바라.
알았지?^^
다음 주에도 널 계속 이렇게 소환하고 불러낼 거니까 귀찮아하지 말고~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