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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투미 Apr 01. 2022

쇼핑 천국? 쇼핑 지옥!

쓰레기통 쇼핑(?)에 한 달을 써본 적 있나요

독립을 실행하면서 첫 번째로 사고 싶었던 건, 아니 사야 할 건 '청소기'였다. 첫날 집에 들어가자마자 할 것은 청소였으니까. 네이버, 오늘의 집, 쿠팡에 청소기를 검색했다. 세상에 청소기가 그렇게 많은지는 그전에 알지 못했다. 그 종류도 유선, 무선, 스팀, 물걸레 등등 천차만별. 단순히 '청소해야 하니까 청소기 사야지'라는 생각이던 나에게 엄청난 혼란이 왔다.

세상에 청소기 유형이 이렇게 많다니...!

그나마 갖은 광고로 내가 어렴풋이 알던 청소기인 LG, 삼성, 다이슨은 살 수 없었다. 나는 청소기에 그만한 예산을 투자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내가 바라는 청소기의 조건(?)을 간단히 추려봤다. 나는 대단한 흡입력을 바라기보다 간편하게 거치할 수 있으면서, 튀지 않는 디자인으로 인테리어를 해치지 않고, 물걸레 청소가 함께 되는 청소기를 원했다. 이렇게 조건을 정하니 선택지가 한결 줄어들었고, 그중 예산 내에 들어오는 제품을 추리니 다섯 손가락 안에 꼽을 정도가 됐다. 이제 이 제품에 대한 후기를 여러 사이트에서 샅샅이 뒤지고 제조 회사에 대해서 알아보니 다행히 한 개 제품으로 추려졌고 그 제품을 주문했다. 이렇게 청소기를 사는데만 3-4일이 꼬박 걸렸다.


그 뒤로 필요한 물품들을 나는 모두 이런 프로세스로 골랐다. 침대, 매트리스, 테이블, 심지어 냄비, 수저 등도 이런 식으로 골랐다. 시간은 오래 걸렸고 스트레스도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치열한 고민 끝에 내 마음에 드는 제품이 있다면 다행이었지만, 없다면 생길 때까지 찾아봤다. 제품을 고르다가 현타가 온 적이 한두 번이 아니긴 하지만, 가장 심한 것은 '쓰레기통'을 고를 때였다. 나름 로망에 취해서 독립한다기보다는 현실적으로 독립을 계획해왔다고 생각했지만, 입주 직전까지 쓰레기통에 대한 생각은 해본 적이 없었다. 그러다 문득 쓰레기통이 필요하다는 것을 깨닫고 역시나 같은 프로세스로 제품을 둘러보는데 쓰레기통은 그 무엇보다 삶의 질과 직결되는 제품이었다!


냄새나 벌레를 제대로 막아주지 못한다는 후기가 1개라도 있으면 뭔가 그 제품을 사기가 망설여졌다. 원룸에 쓰레기 냄새가 가득 차서 피할 곳도 없이 냄새와 함께 잠드는 모습이 자꾸만 상상되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스마트 쓰레기통(?)을 사거나 큰돈을 들이기는 아까웠다. 혼자 사는데 쓰레기가 얼마나 나온다고, 배보다 배꼽이 더 크지 싶었다. 다른 사람들은 뭘 쓰나 궁금해서 많이 찾아봤지만 자신의 쓰레기통을 소개해주는 사람은 없었다. 1인 가구에게 좋은 쓰레기통 추천글도 잘 없었다. 결국 마음에 드는 제품이 없어서 이리저리 둘러보다가 오늘의 집에서 후기가 가장 많은 제품을 주문했다.


한 달 정도 잘 썼던 친구

그런데 쓰레기통 자체는 평범했지만 큰 단점이 있었다. 10L짜리 쓰레기 봉지가 맞지 않는다는 점이었다. 그동안 편의점에서 파는 최소 사이즈가 10L라길래 10L짜리 봉투를 쓰고 있었는데, 봉투가 너무 작아서 쓰레기통에 끼워지지를 않았다. 그러다 보니 봉투를 애매하게 걸쳐두게 되어 쓰레기를 버릴 때마다 여간 신경 쓰이는 게 아니었다. 게다가 생각보다 10L 봉투는 금방 채워지지 않았다. 나는 일주일만 돼도 쓰레기통을 비우고 싶은데, 10L 쓰레기통은 거의 한 달을 썼다. 그러다 보니 쓰레기통을 볼 때마다 뭔가 찝찝한 느낌이 들었다.


봉투가 밖으로 꾸깃꾸깃 나오는 것도 맘에 안 듦

그래도 여러 노력을 들여 구매한 쓰레기통이 아까워 10L 봉투를 꾸역꾸역 밀어 넣던 어느 날, 쓰레기통 부품이 고장 났다. 그래서 마침 잘 됐다 싶어(?) 그동안 봐왔던 자주에서 쓰레기통을 구입했다. 2만 5천 원이라는, 쓰레기통에 투자하기엔 비싼 가격이라고 생각했지만, 무려 5L 쓰레기봉투도 들어간다는 점과 페달형이라는 점이 마음에 들었다. 물론, 집 근처 편의점은 10L짜리 봉투가 가장 최소 단위라 5L짜리를 구하기 위해 온 동네를 다 돌아다녀야 했지만. 1년 반째 잘 쓰고 있는 쓰레기통이지만 쇠 부분이 있어 쓰레기통 청소를 할 때마다 녹이 슨다는 점과 쓰레기통이 어느 정도 찼을 때 제대로 닫히지 않는다는 점에서 아쉽긴 하다. 이래서 쓰레기통 추천 글이 잘 없나 보다.


어쨌든, 이렇게 수많은 물건들을 하나하나 고르다 보니 스트레스와 함께 내가 시간을 낭비한다는 생각까지 들었다. 나는 분명 좀 더 나의 삶에 집중하고자 독립을 한 건데 아무리 꼭 필요한 준비 과정이라고 하지만 꼬박 한 달을 쇼핑하는데만 온 정신과 시간을 몰두하고 있으니 이게 과연 맞는 건가 싶기도 했다. 10시간째 빨래 바구니를 고르던 나는 갑자기 '이게 과연 잘하는 짓일까'하는 의문이 들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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