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 강세장이 끝나는 시점은 언제일까? 2탄

by Tommyhslee

작년(2025년) 11월에 글을 하나 쓴 게 있다. '주식 강세장이 끝나는 시점은 언제일까?'라는 글이었다.


https://blog.naver.com/tommyhslee1/224065571502


글을 썼던 이유는 명확했다. 25년 4월 2,200선 바닥을 찍고 꾸준히 상승하던 코스피가 10월 4천 선을 돌파하며 2배 가까이 상승했는데 11월 4천 선이 깨지고 하락하는 모습을 보였기 때문에, 당시 시장 상황을 정리하고자 글을 썼다. 지금 보면 굉장히 짧은 음봉이지만 당시 분위기는 꽤나 안 좋았다. 일단 코스피가 2,200에서 스트레이트로 4천까지 달려온 것에 대한 부담이 상당했다. 코스피가 두 배 올랐다는 건 당시로써 경이로운 성과였다. 전인미답의 4천 선까지 돌파했으니 이제 올만큼 왔다는 분위기가 팽배했다. 여기에 AI 버블 논란까지 가세하며 시장은 크게 흔들렸다.


위 글을 보면 알겠지만, 당시 나는 그 흔들림이 꽤 좋은 기회가 될 것으로 생각했다. 갖고 있던 현금을 모두 털어 넣었고 잘 쓰지 않던 레버리지도 일으켰다. 주가를 떠받치는 유동성과 실적이라는 양 날개가 매우 견고했고, 특히 실적 가시성이 상당히 강력하다고 봤기 때문이다. 결과는 상상이상이었다. 코스피는 6,300까지 치솟았고 반도체 종목도 그야말로 날았다. 당시 글 마지막에 이런 문구를 적었다.


개인적으로 조심스럽게 한 가지 생각을 더 얘기하면, 주가의 상승은 유동성이 만들고, 그 바닥은 실적이 지킨다. 실적이 아무리 좋아도 peak-out이라든가, PER 또는 PBR 밸류의 cap을 논하기 때문에 실적만으로 주가를 쳐다보면 주가의 큰 상승을 놓칠 수 있다. 주식은 꿈을 먹고 산다. 유동성은 그 꿈을 주가로 치환하는 매개체다. 그 힘을 결코 간과해선 안된다.


당시 이 예상은 꽤나 잘 맞은편이지만 약간은 애매한 부분도 있다. 먼저 AI 주식이 펼치는 꿈과 미래는 훌륭했다. 예상이 잘 맞았다. 하지만 작금의 코스피는 꿈만으로 올라오지 않았다. 실적은 바닥을 지킨 게 아니라 두 반도체 거인을 밑에서부터 끌어올렸다. 반도체 기업들은 연일 상향되는 추정치에 맞춰서 강제로 올라간다는 표현이 맞을듯하다. 지금 삼성전자의 '26년 영업이익 컨센서스가 180조 정도다. 당기순이익 150조니까 PER 10배가 안된다. '27년 기준으로는 8배다. 같은 기간 하이닉스는 6배 - 5배다. 주가가 이렇게 올랐지만 두 기업의 PER multiple은 여전히 역사적으로 중간 혹은 그보다 약간 아래다. 물론 급격한 상승에 두 회사 모두 PBR은 천장을 뚫었다.


여기서 모든 이의 고민이 시작된다. 두 회사는 언제까지 올라갈까? 이제 주식을 팔아야 하나?

삼성전자의 이익 추정은 최근 200조, 250조까지도 나오고 있다. 하이닉스도 비슷하다. 이 사이클이 이어진다면 2027년에도 증익이 가능하다.


https://www.mk.co.kr/news/stock/11968588


하지만 마냥 행복 회로 만 돌릴 수는 없다. 왜 그런지 두 가지 키워드로 정리해 봤다.


1. Growth

문제는 성장률이다. 여기서 성장률을 두 가지를 말한다. 반도체 가격의 그로스, 그리고 삼성전자, 하이닉스의 영업이익 그로스다. 메모리 가격은 계속 상승하고 있다. 그로스는 다소 낮아졌지만 절대 가격이 올라가고 있으므로 이 그로스는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


다만 시장이 다소 과열되어있는 것은 맞다. 최근 SK하이닉스 최태원 회장도 일반 메모리칩 가격이 고부가가치로 불리는 HBM보다 높다며 시장이 왜곡되어있다고 말했다. 이 부분은 분명 조금은 하향안정화 될거다. 다만 반도체 가격 그로스가 떨어지는건 실적 그로스가 떨어지는 것보다 덜 예민하다. 어쨋든 가격이 계속 오른다는게 중요하다.


최 회장은 "HBM의 이익률이 60%인데, 일반 메모리 칩 이익률은 80% 수준"이라며 "일반 칩을 파는 것이 더 이익이 되는 왜곡 현상도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https://www.fnnews.com/news/202602221832243799



그 다음이 실적 성장률이다. 예컨대 올해 삼성전자의 영업이익은 작년 대비 4배 이상 늘어난다. 더 디테일하게 보면 작년 상반기 삼성전자의 분기 영업이익은 4~6조 정도밖에 안됐다. 지금은 분기 30조, 40조를 바라보고 있으니 바닥에서 생각하면 적게는 5배, 많게는 10배까지도 늘어난 거다. 주가는 작년 5만 원 바닥에서 20만 원까지 4배가 올랐다. 충분히 더 갈 수 있는 여력은 있다. 그럼 성장률을 보자.




삼성전자 분기영업이익 및 그로


삼성전자의 성장률은 여전히 막강하지만 추이는 그렇지 않다. 현재 컨센서스를 보면 2026년 2분기까지는 무려 800% 성장하지만 그다음 분기는 300%, 그다음 분기는 아마 100% 후 반대 정도가 될 것 같다. 300%, 100% 후반이라는 그로스가 낮냐? 하면 절대 그렇지 않다. 문제는 추세와 분위기다.


내가 주변에서 가장 많이 받는 질문 중에 하나가 "실적이 이렇게 좋은데 주가는 왜 빠지나?"인데, 보통 그로스에 스크래치가 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예를 들어 파마리서치나 삼양식품 같은 회사들. 매년 실적은 사상 최대를 달성한다. 하지만 PER 멀티플이 내려오고 주가도 조정 받는다. 왜일까? 그로스가 떨어지고 실적이 점진적으로 확대되는 성숙 국면에 들어가서 그렇다.


그로스가 우하향하는 그림이 그려지는 시점부터 멀티플은 상향되기 어렵다. 시장이 형성한 일정 멀티플을 기준으로 실적에 따라 주가가 오르고 내리는 그림이 연출될 가능성이 높다.



다만 삼성전자의 PER은 평균이라는 개념이 다소 애매하다. 반도체는 그 진폭이 좁아질 순 있어도 분명한 시크리 산업이고 위 표를 보면 불황과 호황에 따라 PER gap이 상당하다. 시크리컬 산업은 고 PER에 사서 저 PER에 팔라는 격언이 있다. 실적이 안 좋을 때 사서 좋을 때 팔라는 말이다.


그로스만 본다면 2026년 2분기 실적 전후가 삼성전자의 PER이 가장 낮은 시점이 될 거다. 물론 주식은 여러 변수에 따라 움직이니고, 선행적으로 움직이는 부분도 있으니 언제가 가장 낮은 PER이 될지는 모른다. 그리고 실적 자체는 2027년에 감익이 되는 게 아니니 PER은 뒤로 갈수록 더 낮아질 수도 있다. 그럼에도 우리는 어느 정도 비중을 조정해야 할 시점을 머릿속에 넣어두고 있어야 한다. 그 시점의 첫 번째가 삼성전자의 그로스가 떨어지는 시점, 그리고 두 번째가 실적이 정체 또는 하락하는 시점이다. 첫 번째 시그널이 포착되면 두 번째 시그널은 가시권에 들어올 가능성이 높다. 이 시점에 비중에 대한 조정이 필요할 것이다.


이제 꿈은 잠시 접어두고 실적과 성장률만 보자.


2. 반도체의 정반합

반도체는 단순한 IT제품이 아니다. 구태의연한 '산업의 쌀'이라는 말을 차치하고라도, 반도체가 안 들어가는 제품이 없고 그 중요성이 매해 더욱 빠르게 커지고 있기 때문에 단순히 가격 논리로만 접근하기 어렵다. 여기에 반도체가 AI의 핵심이자 그 자체로 각광받으면서 첨단 기술과 국가 안보, 지정학 등 요소와 더욱 강력하게 연결되었다. 그 말인즉슨 반도체는 상당한 복잡계로 둘러싸여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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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격이 치솟으면 부작용이 있는 법. 이미 여러 폼팩터에서 그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휴대폰, PC 가격이 오르고 AI 기업들의 Capex 지출이 미국 자본시장을 흔들 만큼 영향력이 커졌다. 상대적으로 원가 비중은 낮지만 가전이나 자동차 산업용에서 쓰이는 반도체까지 영향을 받는다. 이는 누군가에게 상당히 불편한 현실이 될 거다. 인플레이션을 야기한다고 생각할 수도 있고, 국가 안보에 영향을 준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AI가 국방에도 활용되니 수급 안정성을 생각하면 충분히 가능하다. 이런 인식은 반도체의 넓은 영향력 만큼 여러 곳에 퍼져있을 것이다.


이런 상황이 지속되면 반작용이 나온다. 증설과 같은 산업적인 이유 외에도 예측할 수 없는 반작용이 반도체에 어떤 유탄으로 날라올지 알 수 없다. 반도체 가격에 대한 통제나 관세일 수도 있고, 해외 투자, 기술 이전 등 여러 가지 가능성을 고려해 볼 수 있다. 물론 일어나지도 않은 일을 걱정할 필요는 없다. 하지만 주식 투자를 한다면 이런 상상력과 가능성은 늘 염두에 두어야 한다. 상상을 하는 이유는 이런 상황이 왔을 때 패닉에 빠지지 않고 어떻게 대응할지, 무엇을 점검해야 할지 예습하기 위함이다. 리스크 없는 주식은 없다.


삼성전자와 반도체 이야기를 이렇게 길게 쓴 건 결국 코스피는 삼성전자, 하이닉스 두 기업에 따라 그 운명이 결정되기 때문이다. 두 기업을 위시한 반도체 ETF로 쏠리는 수급이 반도체 섹터 전체를 들어 올리고, 코스피 ETF로 들어온 자금은 코스피 전체를 들어 올린다. 이 두 회사가 가져온 낙수효과는 생각보다 훨씬 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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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은 파티가 계속되고 있으니 즐길 수 있지만 리스크를 대비하고 싶다면 비중은 조금씩 조절할 필요가 있다. 양털 깎기 또는 헤어컷(hair cut)이라고 하는데 수익이 난 것들을 조금씩 줄여가며 이익을 실현하고 나머지 금액으로 시장 상승과 하락에 대응하는 것이다. 리스크 관리는 주식이 빠질 때만 하는 게 아니다. 주식이 오를 때도 리스크 관리가 필요하다.


물론 주식 시장은 변수가 많다. 상황이 달라지면 이 의견들도 달라지게되고 모든 추정을 새로이 해야한다. 우리는 주가를 예측할 수 없기 때문에 시나리오를 세우고 현재 주어진 재료들로 해석하는 방법밖에는 없다. 그래서 주식이 어려운 거라고 생각한다.


상승장은 잘 사는 것보다 잘 파는 게 중요하다. 지금 국장에 내가 잘해서 주식으로 돈을 번 사람은 없다. 시장이 강제로 떠먹여 준거다. 본인의 감을 너무 믿지 마시라. 주식과 사랑에 빠지지 말고, 특별한 감정 갖지 마시고 객관적인 숫자만을 보고 냉정하게 판단하시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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