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주의와 양극화에 대한 단상

엄청나게 빠른 속도로 진행되는 미국의 양극화, 한국은 어떻게 될까?

by Tommyhslee

최근에 공통된 주제로 몇 가지 인풋이 있었다. 미국의 물가 상황이 예상보다 훨씬 심각해 의식주 같은 기본적인 생활비도 감당하기 어려운 어포더빌리티(affordability)가 화두라는 것, 좋아하는 프로그램인 <세계를 지금>을 통해 몇 차례 생생한 현지 소식을 접한 바 있다.


https://youtu.be/pqnCRcPScoI?si=jMaRCckgS0c5YPuQ

가장 좋아하는 프로그램 KBS1 <세계는 지금>

https://youtu.be/cZOiJqs1w_s?si=H8sYYy5IpjNCNxXh



그리고 Vanessa wingårdh라는 해외 유튜버의 고용 관련 영상. 간단히 요약하면 'AI로 인해 기업들이 대규모 구조조정은 물론 파트타임이나 계약직 고용을 통해 강력한 비용절감을 하고 있다. 이로 인해 인플레이션 상황에서도 임금은 오히려 낮아지고 기업의 실적은 사상 최고치를 기록하는 극단적 현상이 이어지고 있다'는 내용이었다. 아는 내용들이겠지만 잘 정리되어 있어 볼만하다.


https://youtu.be/b3h5e-A6dfs?si=QUlhiNfO-t_R3zqL


미국의 소득, 고용, 물가 이슈가 상당히 안 좋은 크로스(소득은 정체, 고용은 감소, 물가는 상승)를 보이며 안 좋은 소식이 계속 들려온다. 미국의 고용은 실제로 얼마나 안 좋을까? 실업률을 한 번 찾아봤다. 미국 노동통계국(Bureau of Labor Statistics)에서 발표하는 실업률을 보자.

Source: Investing.com


12월 실업률이 4.4%였고 최근 꾸준히 4% 이상을 기록하고 있다. 그러다 4분기 들어 조금씩 오르더니 12월에 4.5%까지 상승하며 우상향의 모습을 만들어가고 있다. 하지만 그렇게 불안한 수준인가 하면 아직 그 정도는 아니다. 아래에 장기 실업률 데이터를 보면 금융위기나 코로나 시기에 10~14%까지도 치솟은 사례가 있기 때문에 조금씩 올라가는 모습이 불안하긴 하지만 현시점만 보면 심각한 위기 수준이라고 보긴 어렵다.

Source: Investing.com



다만 고용과 실업 상황을 제대로 보려면 한 가지 데이터를 더 봐야 한다. ADP에서 발표하는 비농업 민간 고용지표인데, 이 데이터가 예사롭지 않다. 아래 이미지를 보면 12월 데이터가 소폭(4.1만명) 증가하긴 했지만 최근 몇 달간 거의 플랫하거나 마이너스도 기록하는 모습을 보였다. 코로나 이후 25년 상반기까지는 10~20만명 수준을 유지하며 나름 괜찮았는데 하반기 들어 갑작스럽게 고용이 박살 나고 있다.


Source: Investing.com


미국 경기가 소위 골디락스 상태일 때 이 지표는 아래와 같은 모습을 보인다. 월 20만명을 기준으로 왔다 갔다 한다. 이 지표가 마이너스가 되는 경우는 닷컴버블이나 금융위기, 코로나와 같은 대위기 때를 제외하면 그리 많지 않다. 지표로 봐도 미국의 고용은 AI 때문인지 다른 일시적인 이유 때문인지는 알 수 없으나 분명 어떤 영향을 받고 있다.

Source: Investing.com



물론 좋은 지표도 있다. 미국 주식시장과 관련된 지표들이다. S&P 500의 주당순이익(EPS)는 매년 증가하고 있다. 고용지표는 안 좋지만 기업 실적은 역사상 최고치를 매년 경신하고 있는 것이다. 아래 그래프에서 검은색 선을 참고하면 된다.

Source: Factset


S&P500은 2006년~2025년, 즉 20년간 딱 4번 마이너스 수익률을 보였다. 그나마도 2015년에는 -0.7% 였으니 거의 보합 수준이었다. 4번을 제외하곤 모두 상승했다. 확률로 치면 80%다. 상당히 높은 확률이다. 지난해에도 16% 정도 상승률을 보였다. 같은 해 미국의 연간 인플레이션이 2.7%이었으니 인플레이션 헷지는 물론 주식 상승률이 6배 정도다.

Source: Statista


실제로 미국에서도 주식을 보유한 시민들의 수익률은 높은 수익률을 기록했다. 자산이 18~20% 늘어난 셈이다.

Source: KBS1 <2026 글로벌 라이브>


미국 가구의 평균 순자산이 1백만달러(약 14억 원), 중위 자산이 19만달러(약 2억 5천만 원)정도로 알려져 있다. 사실 이것만 봐도 양극화가 엄청나다. 한국은 가구당 순자산이 약 4.5억, 중위 자산은 2~3억 정도로 알려져 있으니 평균-중위 자산 격차가 1.5~2배 수준인데 미국은 5~6배 차이가 난다. 상위 자산가에 얼마나 많은 부가 집중되어 있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아무튼 여기서 주목할 게 있다. 미국의 금융자산 비중이다. 미국은 전체 자산의 70%를 금융자산으로 보유하고 있다. 그중 58%가 금융 투자 상품이다. 주식은 40% 정도다. 10억을 갖고 있다면 4억이 주식이고 5.8억이 금융투자 상품인 셈이다. 한국은 부동산 비중이 높다 보니 금융 자산은 35% 밖에 안되고 그중 주식만 보면 20%다. 똑같은 10억을 기준으로 보면 2억만 주식이고 6.4억이 (아마 대부분) 부동산이다. 양국의 자산 비중이 거의 정확히 반대다.

금융투자협회, 주요국 가계 금융자산 비교 2022


숫자 두 개를 드릴 테니 한 번 맞춰보시라. 8%와 16%. 이게 뭘까? 오늘 글의 핵심이다.


8%는 바로 지난해 서울 아파트 매매가 상승률이다. 정확히는 8.7%. 집계이래 최고 높은 상승률이다. 지난해 서울 부동산 시장은 역대급 불장이 었다. 대한민국 평균 순자산 4.5억. 이 중 부동산 비중 64%를 대입하면 2.9억이다. 서울에 살고 있는 사람이라면 자산 2,500만원이 더 늘었다. 물론 실제로 서울 아파트 평균 매매가격은 훨씬 더 높으니.. 10억짜리 집을 갖고 있었다면 자산이 8,700만원은 올랐다. 집이 없는 사람은? 제자리였을 것이다. 그만큼 자산의 상승을 누리지 못했다. 지난해 대한민국의 양극화는 이만큼 벌어졌다. 서울에 집을 가진 자와 그렇지 못한 자의 차이다.


16%는 위에서 말했던 미국 S&P 500의 지난해 수익률이다. 한국의 양극화도 빠르다고 생각하겠지만 미국은 그 속도가 두 배다. 금융자산을 가진 자는 16%만큼 수익을 얻었을 것이고, 그렇지 못한 자들은 제자리에 있다. 하지만 인플레이션은 상위 자산가들에 의해 움직인다. 자산을 보유하지 못한 집단은 단순히 수익의 기회를 놓치는 것만이 아니라 인플레이션으로 인한 실질소득 감소라는 마이너스 효과까지 감당해야 한다. 미국의 양극화가 전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진행되는 이유는 아이러니하게도 미국 금융시장의 월등한 퍼포먼스 때문이다. 주식을 많이 갖고 있을수록 더욱 빠른 속도로 자산이 늘어난다. 그 속도가 무려 16%다. 서울 부동산보다 두 배 빠르다. 대한민국의 젊은 사람들이 배당 없이 대출까지 감당해야 하는 서울 부동산보다, 배당과 두 자릿수 상승률을 가져다주는 미국 주식에 관심을 갖는 건 어쩌면 현실적인 선택일지도 모른다. 물론 충분한 자산이 있다면 둘 다 투자하는 게 최고다. 하나만 선택해야 한다면 많은 고민이 될 것이다.

Evgeny Matveev, https://unsplash.com/ko/@eugene_rus

매년 16%씩 자산이 오르면 2배가 되는 시간은 5년이 안된다. 8%도 9년이면 2배가 된다. 물론 모든 자산이 매년 이렇게야 오르겠냐만은 그 속도가 생각보다 훨씬 짧다는 걸 이야기하고 싶다. 양극화는 이미 상당히 심각한 수준까지 와있다.


안타깝게도 자본주의 시스템 안에서 양극화를 완벽하게 통제하는 건 불가능하다. 투자소득이 근로소득을 넘어선 지 이미 오래다. 시대의 흐름이다. 불합리한 사회구조나 시스템이 있다면 그건 정치인들의 몫이다. 개개인은 대비를 해야 한다. 자산이 벌어지는 속도를 조금이라도 늦추기 위해서는 반드시 자산을 가져야 한다. 자본주의는 시간이 흐를수록 양극화가 가속화되는 구조다.


한국은 어떨까? 미국보다는 느린 속도지만 한국도 진행형이다. 최근에 사회생활을 시작하는 친구들의 초봉이 십여 년 전 내가 취업했을 때 초봉과 비슷하거나 심지어 그보다 낮은 경우가 있다. 내가 딱히 초봉을 많이 받은 것도 아니었는데 그렇다. 문제는 물가다. 그 당시 김밥은 1,500~2,000원 정도였다. 지금 김밥은 3,000~4000원이다. 두 배 올랐다. 월급은 그대로인데.


다들 일본과 비슷하다고 하는데 당시 일본은 장기 디플레이션 구간이었다. 월급이 안 올랐지만 물가도 안 올랐다. 전혀 다르다. 사회 초년생들은 자산을 갖기 위해 투자를 하고 싶어도 기본적인 생활비를 감당하면 남는 돈은 없다. 높은 물가를 감당하다 지치고 뒤로 밀리고 결국 떨어져 나간다. 취업과 이런 자산 형성의 관점에서보면 지금 20대는 건국 이래 가장 힘든 세대다. 내가 20대 때는 내가 가장 어렵고 힘든 세대였다. 시간이 흐를수록 점점 더 어려운 세대가 되어갈 뿐이다.


Ethan Brooke, https://unsplash.com/ko/@seoulinspired


안타깝지만 그래도 버텨내야 한다고 말해줄 수밖에 없다. 조금씩 투자에 관심을 갖고 자산을 갖고 한 걸음씩 나아가야 한다. 투자가 아니라도 본인이 하고 싶은 일을 찾고, 그 일을 하면서 꿈을 꿀 수 있다. 양극화가 진행되었다고 해서 기회가 사라진 시대가 된 건 아니다. 오히려 과거에는 없던 새로운 기회들이 생겨나고 기성세대는 이해하지 못하는 새로운 현상을 파악하는데 빠른 것이 보다 더 젊은 세대다. 희망을 잃으면 진짜로 모든 게 끝나는 거다. 희망을 마지막 순간까지 놓지 않고 전진하면 기회는 내가 모르는 사이 찾아온다. 자본주의는 양극화라는 어두운 모습으로 다가오기도 하지만, 누구나 기회가 주어질 수 있다는 꿈과 희망의 얼굴로 다가오기도 한다. 이를 어떻게 받아들일지는 각자의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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