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해전 책을 쓸 때였다.
책을 쓰다 보니 분량이 300페이지 가까이 나왔는데
결국 책에서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는 대략 두세 가지로 귀결되었다.
책을 다 쓸 때 즘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내가 책에서 전달하려는 메시지는 결국 이 몇 가지인데 300페이지나 되는 내용은 독자들에게 어떤 의미가 있는 걸까? 나는 이 글을 왜 이렇게 길게 썼지?
복잡한 생각이 들어서 다른 책들을 몇 권 빠르게 읽어봤다. 놀랍게도 다른 책들 역시 마찬가지였다. 전하는 메시지는 두세 개 정도였고 나머지는 그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한 장치들이었다.
또다시 생각이 들었다.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가 명확하다면, 그냥 그 메시지만 전달하면 안 되나?
메시지를 전달한다면 상대방이 곧바로 이해할 수 있을까?
예를 들어 자식에게 '인생은 거짓말하지 않고 정직하게 살아야 한다'는 메시지를 전달하고 싶다면 이 얘기를 그냥 반복적으로 하면 되는 걸까? 그럼 듣는 이는 효과적으로 받아들일까?
궁금증은 꼬리의 꼬리를 물어서, 나는 메시지를 잘 전달한다는, 즉 말을 잘하고 본인의 의도를 잘 전달하는 사람들의 구술을 좀 더 들여다봤다. 인터뷰나 강연 등이었다.
결론적으로, 책이나 구술에서 메시지를 효과적으로 전달하는 데에는 두 가지 특징이 있었다.
비유와 사례.
(말의 진정성, 톤, 달변 역량 같은 것들은 개인마다 차이가 있으니 차치하고) 그 구조를 뜯어보면 결국 비유와 사례를 얼마나 적절하게 활용하는지에 따라 메시지의 전달력이 결정된다는 개인적인 결론을 내렸다.
즉 '인생은 정직하게 살아야 해'라는 말 자체보다 인생을 어떤 현상에 비유하거나, 일상에서 마주칠 수 있는 친근한 상황에 빗대어 이야기하면 그 메시지가 한 걸음 더 가까이 와닿는다.
예컨대 '흰색 물감이 짜여 있는 자리에 검은색 물감을 한 방울 떨어뜨리면 이내 검은색 물감이 퍼져서 흰색을 조금씩 어둡게 물들이게 된단다, 작은 거짓말 하나가 이렇게 퍼져서 너를 나쁜 영향으로 물들이는 것처럼 말이야'라고 하는 것은 비유에 가깝다.
익숙한 상황과 메시지를 동시에 듣게 된 사람은 메시지의 본질을 좀 더 쉽게 이해하게 된다.
사례도 마찬가지다. 직접 겪은 일을 사례로 들어 이야기해 주는 방식은 가장 일반적이지만 뛰어난 설득력이 있다. '내가 예전에 이러저러한 일을 겪었는데 어떤 교훈이 있었다', '결국 인생은 정직하게 살지 않으면 다 돌아오더라' 하는 식이다.
물론 이 얘기를 진부하고 고압적으로 전달한다면.. 의미가 없겠지만 진정성 있는 이야기를 잘 전달한다면
깊은 울림을 주는 것이 사례를 통한 메시지 전달이다.
결국 책에서 적은 300페이지들은 내가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실증하고 독자들의 이해를 효과적으로 돕기 위한 근거들이었다. 다양한 사례들이 내가 전달하고자 했던 IP비즈니스의 전략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기 때문이었다.
그렇다면 좋은 비유와 사례를 가져오는 능력은 어디서 오는가?
이건 지혜와 경험이다.
책을 읽고, 공부하고 많은 사람을 만나고, 또 많은 일을 겪어보고 실패하고 성공하면서쌓인 지혜와 경험이 좋은 비유와 사례를 만든다.
기술만 있는 가짜 지혜와 경험은 밑천을 드러낸다. 기술은 없어도 진짜 지혜와 경험을 갖고 있다면 자연스럽게 메시지는 강렬하게 다가온다.
발차기 연습을 만 번 해본 사람이 말하는 '꾸준함'에 대한 메시지는 그 사람이 갖고 있는 경험만으로 충분한 전달이 된다.
자, 그러니 결국 내가 갖고 있는 지혜와 경험을 바탕으로 이야기할 수 있다면, 나의 메시지는 상대방에게
좀 더 가까이 다가갈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