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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Tommyhslee Dec 15. 2022

제주에서의 워케이션 기록

오피스제주(사계점), 베드라디오(도두봉), 팜스테이션 

제가 현재는 퇴사 후 IP비즈니스와 관련된 책을 하나 쓰고 있는데요, 힘찬 마음으로 도전했지만 저도 책을 써본 적이 없는지라 생각보다 쉽지 않은 작업이 이어지고 있습니다(아직 안 끝났습니다^.ㅠ). 아마 회사를 그만두지 않았다면 정해진 기한 내에 쓸 수 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어려운 작업이었습니다. 50장 정도 썼을 때 제 머릿속에 있는 내용들을 다 적은 것 같은데 이제 뭘 써야 하나 생각이 들더라고요. 몇 번 갈아엎었습니다. 앞으로 어떤 형태로든 책을 내신 분들은 존경하기로 했습니다. 


아무튼 퇴사로 책을 쓸 시간은 충분했는데 집에서 하는 작업에는 집중에 한계가 좀 있었습니다. 예전에 김영하 작가님이 그런 말씀 하시더라고요. 우리가 호캉스를 떠나는 이유는 호텔에 근심이 없기 때문이라고. 우리가 살아온 공간에는 많은 상처와 추억 같은 게 남아있으니 무언가를 완전히 잊고 집중하기가 어렵다는 겁니다. 저도 일할 때 집중도 때문에 재택근무를 선호하진 않았어요. 집에서는 뭔가 집중하기가 어려운 거죠. 업무 환경도 완벽하진 않았고요. 근데 이번에 제주도 워케이션을 다녀오고 생각이 좀 바뀌었습니다. 재택근무라는 말 때문에 갇혀있었지만 재택근무는 work from home, remote work 등으로 불리죠? 꼭 집에서 하지 않아도 된다면 능률을 더 끌어올릴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업무 환경이 잘 갖춰진 곳이라면 가끔은 꼭 회사가 아니어도 의미가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기본적으로는 여전히 대면 근무를 선호하지만요. 


저는 워케이션 기간 동안 제주도에 위치 한 세 곳을 주로 방문했습니다. 1)오피스 제주 사계점, 2)베드라디오 도두봉, 3)팜스테이션. 사실 워케이션을 떠나기 전에 제주도만 고려했던 것은 아니었습니다. 제주도가 우선순위긴 했지만 강릉이나 양양 등 최근 떠오르는 여러 지역을 고려했어요. 인프라는 다 훌륭했습니다. 고민이 많았는데 결국 제주도를 선택했던 가장 큰 이유는 다른 것보다 물리적으로, 마음적으로 좀 더 멀리 떨어져서 사고(思考)해보자는 게 컸습니다. 이왕 분리를 하고자 하면 좀 더 확실한 게 좋았죠. 그렇게 제주도로 떠났습니다. 제주도에서는 정말 거의 방에 틀어박혀서 글만 썼는데요, 제주도까지 가서 이렇게 청승을 떨면 좀 괴롭죠.. 그걸 만회하기 위해 숙소와 업무 장소는 최대한 많이 찾아보고 심사숙고했었습니다. 그렇게 이 세 장소를 찾았죠. 


1) 오피스제주 사계점 

오피스제주는 제주도 워케이션 장소를 검색할 때 가장 많이 눈에 띄던 곳이었습니다. 조천점과 사계점 두 곳이 있는데 사계점을 선택한 건 자리가 사계점 밖에 없었기 때문이죠^^ 하지만 좋은 선택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조천점을 가보지는 못했지만 사계점에서의 경험은 충분히 훌륭했습니다.  

가장 큰 장점은 정말 조용한 곳이라는 것. 일단 사계점은 주변에 이렇다 할 건물이 없고 도로 근처에 홀로 존재하고 있는데 정말 정말 조용했습니다. 제가 갔던 시기에 입주자들이 많았던 것도 아니라 더 그랬던 것 같아요. 아마 지나가다가 다른 분들 뵙지 못했다면 이 건물에 저만 있다고 생각이 들 정도였습니다. 그렇다 보니 작업에 집중하기엔 더없이 좋은 환경이었습니다. 책상 위쪽에 유튜브 연결이 가능한 티비가 있어 좋아하는 음악을 들으며 작업할 수 있어 좋았습니다. 밖으로 나가면 산방산이 한눈에 보이고 날씨 좋은 제주는.. 정말 아름답죠. 사계에 맛집도 꽤 있고 예쁜 가게들도 많아 호사를 누렸습니다. 


아쉬운 점은 근처에 아무것도 없다 보니 식당이나 편의점 등에 가기 위해선 일단 오피스를 벗어나야 하는데 걸어서 15분 차로는 5분 정도 거리에 대부분 위치하고 있다 보니 큰 불편함은 아니었습니다. 바다는 사계 해변이 가까운데 도보로 대략 40분, 차를 타면 10~15분 정도 걸립니다. 


가장 기억에 남았던 식사는 LUMTP라는 곳에서의 디너였습니다. 오피스제주에서 가장 가까운 식당이었던 것 같습니다. 생면 파스타를 만드는 곳인데 두 분의 젊은 사장님이 제주도에 내려와서 차린 곳이었습니다. 오픈한 지 얼마 안 되어 아직 입소문이 나지 않은 곳이지만 두 분과 이런저런 이야기 나누며 제주도에서의 도전이 꼭 성공으로 이어지시길 하는 마음으로 돌아왔습니다. 식감이 좋고 맛도 훌륭했어요. 특히 오이를 얇게 썬 피클 맛이 참 좋았습니다.  

LUMTP라는 곳에서의 식사가 아주 좋았습니다.


오피스제주의 특징은 1층에 공유오피스가 있다는 점이죠. 이것 때문에 오피스제주를 선택하기도 했는데 방안에 있는 작업공간도 충분히 훌륭했습니다. 조명이나 구조상 집중하기 좋은 환경이고 바로 옆에 큰 창문이 있어서 오피스제주의 풍경을 감상할 수도 있고요. 원래는 공유오피스에 내려가려고 했는데 방에서 작업하는 것도 의미가 있어 여기서도 꽤 작업을 했습니다. 



그래도 공유오피스를 안 가볼 수는 없겠죠. 공유오피스의 시설은 예상보다 훨씬 좋았습니다. 저도 스타트업하면서 서울에 위치한 공유오피스 여기저기 다녀보았는데 전혀 뒤처지지 않을 시설이었습니다. 폰부스부터 집중업무 공간이나 개별 공간, 회의실, 여럿이 함께 일할 수 있는 공간 등 다양하게 설계되어있고 HDMI나 모니터, 노트북 받침대 같은 도구들도 매우 잘 구비되어있습니다. 투숙객은 절반 가격에 이용할 수 있어 가격도 저렴한 편이었습니다. 상당히 만족스러웠는데 아무래도 모르는 분들과 섞여있다 보니 저는 그게 좀 신경 쓰이긴 해서 방에서 홀로 하는 작업이 더욱 편안했던 것 같습니다. 그래도 이날이 주말이었는데 주말에도 열심히 일하시는 분들 보면서 동기부여도 되고.. 그랬던 것 같아요

훌륭한.. 경치와 업무 환경이다

오피스사계점은 제주도에 여행 가셔서 숙소로만 활용하신다면 어떨지는 모르겠습니다만 업무를 하신다면 참 괜찮은 곳입니다. 독립적인 공간에서 방해받지 않고 또 정말 멋진 풍경들 보며 일할 수 있고 저도 상당히 만족해서 기억에 많이 남습니다. 덕분에 작업도 많이 끝냈고요. 앞으로도 좀 길게 작업할 일이 있다면 좀 더 오래 방문해보고 싶은 곳이에요. 사계라는 동네 역시 첫 방문이었지만 상당히 괜찮은 곳이었습니다. 놀러도 한 번 가보고 싶네요. 


2) 베드라디오 도두봉 

베드라디오 도두봉은 제주공항에서 아주 가까운 곳에 위치하고 있습니다. 공항에서 10분 정도밖에 걸리지 않아 교통이 아주 편리하고 편의점이나 식당도 가까워서 머물기 좋습니다. 사실 베드라디오 도두봉은 워케이션을 하기에 적합한 곳은 아니었습니다. 업무 공간이 충분하지 않아 책을 쓰거나 사무를 보기에 좋은 환경은 아니었습니다. 1층의 로비에서 간단한 작업을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베드라디오의 강점은 숙박에 있었습니다. 베드라디오에는 여러 프로그램이 있는데 러닝, 요가 등 다양한 활동을 투숙객에 지원합니다. 저도 요가에 참여했는데 생애 첫 요가였지만 상당히 좋은 시간이었습니다. 숙소도 전반적으로 활기가 넘치고 다양한 분들이 머물고 계시는 듯했습니다. 아침으로는 맛있는 요거트가 나옵니다. 한 달 살기나 반달 살기 같이 장기간 제주에 머물 계획이라면 상당히 괜찮은 숙소로 보였습니다. 

베드라디오 입구와 업무 풍경
베드라디오의 로비와 도두봉 일출


베드라디오의 지리적 위치는 상당히 좋은 편인데 유명한 무지개 해변도로를 걸어서 5분 만에 갈 수 있고, 도두항에 위치한 여러 맛집을 즐길 수도 있습니다. 카페 진정성 같은 힙한 카페도 방문할 수 있고요. 특히 가장 멋진 순간은 도두봉에서 일출과 공항을 바라보던 순간이었습니다. 길게 머무르지 못했던 것이 아쉬울 만큼 도두봉 주변에는 먹을 곳도 즐길 곳도, 구경할 곳도 많았습니다. 공항 근처라 시내에 나가기도 편하고 주요 관광지도 쉽게 방문할 수 있었습니다. 


베드라디오에서 알게 된 재밌는 점은 원래 이곳이 오래된 다른 호텔을 리모델링한 곳이라는 사실입니다. 베드라디오라는 곳으로 리모델링하고 새로이 브랜딩하여 새로운 공간과 경험을 만들어냈다는 것이 놀라웠습니다. 좋은 프로젝트였고 비즈니스적으로도 많이 배울 수 있었던 시간이었습니다. 





3)팜스테이션

팜스테이션은 숙소는 아니고 오피스 공간입니다. 방문하면 비용에 따라 4시간, 8시간 이런 식으로 공간을 대여할 수 있습니다. 1층에 키오스크가 있습니다. 무지개 도로 근처에 위치해 공항에서 멀지 않고 1층에는 따로 사무실이 있으며 저는 2층에서 업무 할 수 있었습니다. 오피스는 상당히 오픈된 형태로 시그니처인 탁구 테이블이 인상적이었습니다. 바다를 보면서 일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고 근처에 식당이나 카페가 있어 편의시설도 잘 구비되어 있습니다. 4시간 정도 머물렀지만 흥미로운 공간이었습니다. 방문했던 날 비가 왔는데 날씨가 좀 더 좋았으면 더 멋진 경험이 되었을 것 같았습니다. 평일이었는데 네 분정도 계셨습니다.  




오피스제주에 가장 오래 머물렀다 보니 그곳에서 추억이 제일 많았던 것 같습니다. 하지만 방문했던 곳 모두 만족스러웠고 기회가 된다면 재방문해보고 싶은 곳들이었습니다. 제주도까지 가서 책을 쓰거나 일을 한다는 게 스스로도 조금 유난스러워 보였는데 막상 가서 경험해보니 낯선 업무 환경이지만 오히려 집중도가 높고 제주도의 자연을 휴식 공간 삼을 수 있다는 것이 상당히 큰 장점이라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리모트 근무와 업무 환경, 공간에 대해 생각이 트이고 많은 영감을 얻을 수 있는 정말 고마운 시간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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