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Tommyhslee Nov 09. 2022

회사 몇 년 다니셨어요?

이직의 시대. 과거와는 다른 커리어 패스를 만들어가자

이직 시장이 많이 바뀌었다. 예전 같으면 한 회사에 오래 다니는 것이 미덕이었지만 요즘은 그렇지 않다. 젊은 사람들이 끈기가 없어서? 사회성이 부족해서? 뭐 그런 이유가 있을 수도 있겠지만 실제로 그럴 수밖에 없는 이유는 다른 곳에 있다. 바로 산업 구조의 변화 때문이다.

source : unsplash.com

[산업간 교류와 융합이 중요한 시대]

산업 간의 교류와 융합은 이제 일상이 되었다. 예전에 운용사에서 일할 때 애널리스트 리포트를 참 많이 읽었다. 아침에 출근하면 하드카피로 인쇄된 리포트가 손 한 뼘 정도는 쌓여있다. 온라인으로도 많은 리포트를 발간하는데, 눈에 띄던 게 콜라보 자료였다. 예를 들어 철강 애널리스트와 조선 애널리스트가 함께 산업 분석 리포트를 쓰거나, IT 애널리스트와 화학 애널리스트, 인터넷/게임 애널리스트와 유통 애널리스트 등 각 산업의 애널리스트들이 서로 콜라보 자료를 발간하는 것이다. 아마도 그 빈도수는 과거에 비해 점점 더 늘어나고 있었던 것 같다. 어느 시점부터는 LG화학이나 SK이노베이션을 등을 커버하던 화학 애널리스트들이 2차전지도 분석을 하고, 인터넷/게임을 분석하는 애널리스트들은 유통과 물류 산업을 분석해야 했다. 한 분야만 쥐고서는 발전이 없었다. 이런 현상은 자본재 같은 전통 산업보다 빠르게 변화하는 IT(하드웨어/소프트웨어 모두 포함) 분야에서 더욱 자주 일어났다. 애널리스트뿐만 아니라 산업 종사자들 역시 회사과 관련된 다른 산업 분야를 스터디하고 경험해야 했다. 하나의 기술과 경험으로는 프로 직장인으로 살아가기 어려운 시대가 된 것이다.


현재 대한민국과 전 세계에서는 모든 산업에 IT/DT가 접목되며 산업 전반의 테크화가 진행 중이다. 그러다 보니 IT에 대한 스터디는 기본이며, 반대로 IT기반으로 출발한 기업 역시 여러 산업 분야를 공부해야 한다. 콘텐츠, 유통, 물류, 모빌리티, 금융, 헬스케어 등이 대표적인 분야다. 세상은 그렇게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산업이 달라지면 구성원의 역량이 달라지고, 이직 시장이 달라지며, 더 나아가서는 학교 교육도 달라진다. 그래야 한다. IT기업에서는 다양한 경험과 스킬셋이 강력한 역량이다. 비즈니스의 관점 역시 마케팅, 영업, 재무, 개발, 기획 등 특정한 앵글 하나에서만 볼 것이 아니라 다양한 앵글에서 상황을 판단하고 고민해야 할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 그만큼 개인이 감당해야 할 업무와 고민의 깊이도 깊어졌고, 역량이 있는 사람과 없는 사람을 구분하는 기준도 많이 달라졌다.


[IT기업의 평균 근속연수에 대하여]

이직 이야기로 돌아와 보자. IT기업들의 근속연수는 대부분 5년 수준이다. 주요 기업을 보면 (dart기준) 네이버가 5.7년, 카카오가 4.9년, 엔씨소프트가 5.9년 정도다. 참고로 LG화학과 삼성전자가 12년이 넘고, 전통 제조업체인 현대차와 포스코는 18년이다. IT기업의 순환주기가 얼마나 빠른지 확인할 수 있는 대목이다.


출처 : 사람인


통상적으로 IT기업 종사자들은 2~3년 주기로 이직하는 케이스가 많아지고 있다. 평균 근속 보다도 짧다. 공채가 사라지고 있다 보니 바로 실무에 투입될 수 있는 역량을 갖춘 사람들이 여러 산업 분야를 경험하며 자신만의 캐릭터를 만들어간다. 스스로를 lv.99 궁수나 마법사가 아니라 활도 쏘고 주문도 외우고 스스로 힐링도 할 수 있는 만능 캐릭터로 키워나가는 것이다. 다만 이 만큼도 채우지 못하고 이직을 하는 경우도 적지 않아 기업에서는 평균 근속 연수를 유지하기 위해 3~5년 사이에 다양한 장치를 마련해둔다. 장기근속 포상, 스톡옵션, 휴가비 지원 등  복지 혜택이 포진해있다. 네이버는 3년 근속 직원에게 최대 6개월 무급 휴가를 지급하고, 카카오 역시 1개월의 장기근속휴가를 지급한다. 평균 근속연수가 4~5년은 되는 기업이 3년 근속에 이런 복지를 준비해둔 것은 그만큼 이직 시장이 빠르게 변화하고 있으며 특히 세대가 젊어질수록 그 현상이 더욱 뚜렷하다는 데 있다.



스타트업에 있으며 다양한 분들과 만날 수 있는 기회가 많이 있었다. 젊고 유능한 분들이었고 다양한 커리어패스를 갖고 있었다. 주니어의 경우 보통 1~2년에 한 번씩 이직을 하는 경우가 많았고 같은 포지션이라도 다양한 산업군에서의 경험을 갖고 있는 경우도 많았다. 다만 이런 이력이 아직 사회에서 다소 환영받지 못한다는 것인데, 부정적인 인식이 꽤 크다. 나이대마다 살아온 시대가 달라 각자 다른 인재상을 갖고 있기 때문에 과도기에 벌어지는 당연한 현상이라고는 보인다. 다만 시대가 변하고 그 기준도 조금씩 달라지고 있음을 보다 많은 사람들이 깨닫고 인정해줘야 하는 시간도 다가오고 있다. 일을 하다 보면 실제로 다양한 산업과 조직에서의 경험이 꽤 큰 도움이 된다. 특히 스타트업의 경우 이런저런 경험이 부족한 상황이 많기 때문에 타 조직이나 기성 대기업 조직 등에서 갖춰진 시스템과 프로세스의 경험을 필요로 하는 경우가 많다. 여러 가지 경우의 수를 따져서 우리 조직에 가장 적합한 의사결정을 하면 되기 때문에 여러 경험이 하나로 합쳐지는 것은 좋은 과정이다.


[변화하는 근무환경도 주요한 이유다]

이직 주기가 빨라지는 데에는 이러한 산업 환경의 변화 외에도 근무환경의 변화 역시 주요한 이유 중 하나다. 특히 코로나로 인해 근무환경이 더욱 유연하고 공간에 제약을 받지 않는 형태로 변화하며 구직자들이 선호하는 근무 환경과 회사가 생각하는 효율적인 근무 환경에 괴리가 생기는 경우 다수의 이직이 발생하는 사례가 있다. 기본적으로 변화하는 환경을 어떻게 바라보느냐에 따라 회사와 직원의 관점이 다르기 때문인데, 이건 고용 시장 수급에 따라 1차적인 우위가 결정된다. 인력 공급이 타이트하면 회사가 구직자의 요구를 맞출 수밖에 없고 반대의 경우 구직자가 회사의 요구에 맞추면 된다. 다만 소위 말해 '일 잘하는 인력', '쓸만한 인력'은 늘 수요가 공급보다 많기 때문에 결국 회사는 변화하는 노동 환경에 맞춰서 유능한 직원들을 잡아야 하는 운명이다. 당연한 말이지만 여기에 대응이 안 되는 회사는 결국 조직이 무너져서 비즈니스도 무너지는 수순을 밟게 된다.


물론 개인적으로 6개월, 1년 정도의 짧은 경력이 이어지는 것을 이상적인 커리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일을 경험하고 체득하는데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에 최소 2~3년 정도는 있어야 사업의 전반적인 사이클을 경험하고, 바로 투입할 수 있을만한 역량이 갖춰진다고 보여지며, 회사 역시도 이 정도의 근속을 원하기 때문에 최소 기준을 3년으로 두고 보상 체계를 꾸리는 것이다. 물론 이 역시도 개인마다/조직마다/산업마다 기준이 다를 수는 있기에 정확한 기준은 없다.

출처 : 사람인

[Outro]

이직 시장 변화의 가장 큰 수혜를 받는 것은 아무래도 채용사이트나 헤드헌터들이 아닐까 싶다. 예전에는 잡코리아, 사람인 등 주요 업체 몇 개에 불과하던 채용시장이 최근 리멤버, 원티드, 잡플래닛, 블라인드 등 여러 스타트업이 뛰어들고 나름의 성과도 내고 있으며, 디자이너나 개발자 등 특정 포지션을 채용하는 플랫폼도 늘어나고 있다. 물론 장기적으로 한국의 전체 인구 및 생산가능 인구가 동시에 줄어듦에 따라 고용시장의 규모도 줄어들거나? 혹은 다른 형태로 변화하겠지만 이직 횟수가 증가하는 만큼 상쇄되는 효과를 보일 수도 있다. 마치 국내의 학령인구가 감소하지만 인당 사교육비 증가로 사교육 시장 자체는 유지되는 것과 비슷한 양상이다.


아무튼 이러한 산업과 근무환경의 변화로 이직 시장은 빠르게 변화하고 있으며 채용을 하는 입장이든, 구직을 하는 입장이든, 채용 관련 산업을 하고 있는 측 이든 간에 내가 시장에서 좀 더 높은 가치를 인정받고, 더욱 행복하게 일할 수 있으며, 우리 회사에 적합한 사람을 채용하기 위해 이러한 변화에 어떻게 적응해나가야 하는지, 또 시장이 어떻게 달라질지 예의 주시하며 관심 가질 필요가 있어 보인다.

작가의 이전글 4년의 여정을 마무리하며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