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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년의 여정을 마무리하며

다음 스텝을 위한 준비

by Tommyhslee

2019년초 합류하여 초~중기를 함께했던 원더월(법인명은 노머스)에서의 여정을 마무리하게 되었다. 설립 이 전부터 비즈니스에 대한 아이데이션도 함께 했으니 거진 4년 정도의 시간을 함께했다. 나름 짧지는 않은 시간이었다. 온라인 클래스라는 콘텐츠 비즈니스를 시작으로 원더월 이름으로 패션 브랜드도 냈고, K-POP과 공연 등으로 사업을 확장하는 등 그동안 겪어보지 못했던 새로운 경험을 상당히 많이 했다. 원더월은 이제 거의 종합 문화예술 기업이 되었다.


최종적으로 내 포지션은 IR 및 사업전략 업무를 총괄하는 CSO로 마무리했는데, 초반 2년은 이 업무뿐만 아니라 콘텐츠 제작, 기획, 심지어는 아티스트 인터뷰도 진행했었고 필요할 땐 임시로 사업부 리드를 맡기도 하며 회사의 업무 전반을 경험할 수 있었다. 5명 정도밖에 없던 회사가 70명 규모까지 커졌고 이 과정에서 수많은 면접 들어가며 면접 대상자 분들로부터 많이 배우고, 나 스스로도 돌아보는 시간도 가질 수 있었다. 원더월에서 멋진 분들 정말 많이 만났다. 함께 일하신 분들 인성적으로도 너무 좋고 역량 역시 뛰어난 분들이었다. C레벨이라는 직책이 무겁고 어려워 티를 많이 못 냈지만 함께 치열하게 고민하고 소통하며 정말 많이 배웠다. 함께 미팅하면 '왜 내가 저 부분을 생각하지 못했을까'라는 생각을 정말 많이 했다. 부족함이 많았는데 함께 일해주신 분들께 감사하다.


법인 설립 첫해 몇천만 원 수준이던 매출액은 지난해 92억까지 늘어났으며 올해는 이보다 훨씬 높은 매출을 달성할 것 같다. 매출도 콘텐츠, 커머스, 공연 등 여러 분야로 다변화했고 매년 높은 성장률을 달성하고 있다. 특히 가파르게 성장하는 K-POP으로의 피봇팅이 성공적으로 이뤄지며 정말 빠른 성장을 함께할 수 있었다. 원더월 클래스도 시장에서 대체재 없는 엣지가 강한 콘텐츠여서 계속 좋은 콘텐츠와 퍼포먼스 만들어가고 있다. 원더월 클래스가 있었기 때문에 모든 비즈니스가 뒤를 이을 수 있었다.


시리즈A부터 C까지 세 차례 펀딩에 참여해 총 400억 원가량의 펀딩을 진행했다. 자산운용사에 있을 때 신주발행이나 유상증자를 공시로만 접했고 시가총액이나 지분율 같은 거 계산할 줄만 알았지 실제 행정적으로 어떻게 처리되는지 몰랐다. 계약서 검토하고, 날인하고 납입받고 제반 업무들 처리하고.. 신기한 작업이었다. 법인등기까지 끝나고 새로운 등기부등본 받으면 굉장히 기분이 좋았다. 이사회, 주총 개최하고 관련 제반 업무들도 나름 재밌었다. 그래도 IR에서 가장 큰 업무는 IR자료 만들고 VC들 만나고 IR 하고, 수 많은 질의응답 진행하고 투심에 필요한 준비 하고, 투자 끝나면 계속 커뮤니케이션하고 분기 보고하고 그런 것들이었다. 이 과정에서 많은 투자자분들 만나며 펀딩과 VC에 대해 많이 배우기도 했다. 이 작업은 정말 피가 되고 살이 되었다는 표현이 맞다. 스킬셋이나 인사이트도 많이 배웠지만 귀중한 인연들 만나게 된 게 가장 감사하다.


사업전략 업무 진행하며 데이터분석하고 지표관리하고, 프로젝트나 사업부별 손익보는 일도 주요 업무였다. 운용사에 있을때 밸류에이션하고 예상 실적 추정 하고 했던 것들 투자자관점에서 의미가 있었지만 비즈니스 사이드에서는 그런것보다 실제로 비용 하나하나 따지고 펀딩받은 자금들 사용전략 짜고 예상 실적, 영업이익 공헌이익 분석하며 손익 맞춰가는것들, 그리고 그렇게 분석한 결과 현업에 적용하기 위해 소통하고 설득하는 과정들 통해 많이 배웠다. 스타트업이다보니피봇팅 과정에서 사업전략 뿐만 아니라 사업 초기에 운영 담당자로 하는일도 새로운 경험이었다. 물론 시도하고 잘 안된 것들도 있었지만 이런 시도들이 있어 결과적으로 멋지게 피봇팅 할 수 있었다. 사업전략 업무에 대해서는 제대로 도움이 될만한 아티클을 하나 작성해볼 생각이다.


여러 업무를 했지만 가장 기억에 남는건 건 역시 아티스트들과 함께 일했던 추억들이다. 그들이 쌓아온 경험과 인사이트를 지근거리에서 보고 들을 수 있었던 것은 정말 값진 경험이었다. 내가 삶을 대하는 방식이나 커리어, 일을 대하는 방식 등에 많은 영향을 받았다. 특히 비즈니스 중심으로 사고하는 나의 사고방식에 시야를 더 넓게 만들어줬다. 성공한 아티스트들 대부분 본질에 집중했다. 화려한 기술과 부수적인 것들에 큰 힘 쏟지않았다. 본질에 대해 고민하고 질문할 수 있게 된 것은 내 전체 인생을 두고 보아도 정말 가치 있는 것이었다.


그리고 예술은 정말 멋진 것이었다. 특히 결과물만이 아니라 그 과정에서 정말 대단한 것들 많이 봤다. 우리는 예술을 늘 결과로 만나는데 그게 아쉬워서 원더월에서 그 과정에 대해 많이 알리고 싶었다. 좀 더 많은 영역, 더 많은 아티스트 만나지 못하게 되어 아쉽지만 이미 넘치는 추억을 선물 받았다.


영상에 대해서도 많이 배웠다. 제작환경이나 제작 예산, 영상의 감도들, 촬영할 때 어떤 부분이 중요하고 어떻게 효율적으로 진행할 수 있는지, 편집할 때 어떤 부분들 중요한지 등 어깨너머로 많이 배웠고 현장의 공기들 직접 피부로 느껴봤다. 일하며 좋은 PD 님들, 감독님들, 스탭분들 만났고 덕분에 원더월이 영상 퀄리티 측면에서 정말 멋진 결과물들 많이 만들었다. 업계에서도 회자가 많이 됐다. 남들한테 그런 얘기 들으면 기분이 좋았다.


그리고 원더월에서 가장 많이 배운 것 중 하나가 브랜딩의 개념이다. 여전히 어렵고 추상적인 부분들 많지만 애초에 브랜드라는 것에 대해 깊게 생각해본 적이 없었다. 수치로 정량화하기 어렵고 브랜드 마케터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라는 포지션이 뭐 하는 건지도 몰랐다. 물론 내가 직접 브랜딩 할 수 있게 된 건 아니지만 적어도 브랜딩에 어떤 방법이 있고, 어떻게 이뤄지고, 또 브랜딩이 왜 중요한지, 브랜딩 위해서 어떻게 하면 좋을지 그런 고민들 많이 했다. 전문 영역은 아니지만 영상 기획, 인스타 피드부터 소재 디자인, 감도, 멘트 정말 생각 많이 했고 이런 식으로 나름 많이 기여했던 것 같다. 원더월 브랜딩 그래도 나쁘지 않게 잘 자리 잡았다는 이야기들 많이 해주셔서 너무 행복했다. 고객들이 우리가 만든 옷 입어주시고 콘텐츠 봐주시는 것처럼 원더월 브랜드 즐기는 모습 보면 너무 신기했다. 특히 8월에 진행한 페스티벌에서 다같이 공연 즐기고 행복해하는 관객분들 봤을 때는 꿈을 꾸는 기분이었다. 온라인으로 출발한 브랜드였지만 오프라인에서 드리는 경험 정말 중요하고 필요하다는 것 느꼈다.



개인적인 이유로 이 여정을 마무리하게 되었지만 원더월은 내가 다녔던 회사들 중 가장 행복한 기억으로 남았다. 회사는 여전히 빠르게 성장하고 있고 아마 앞으로 더 멋진 서비스, 제품들 많이 나올 예정이다. 주말에 판교 현대백화점에 있는 매장 방문해서 재생되는 영상들, 매장에 설치된 조형물, 거기서 사진 찍는 고객분들 멍하니 보며 많은 생각이 들었다. 가끔 퇴근할 때 사무실에 펼쳐진 수많은 책상과 의자들 보면 회사가 이렇게 성장했다는 게 신기하기도 하고 잘 믿기지 않고 그랬다. 퇴사할때가 되니 다른것보다도 창업 초기 생각이 참 많이났다. 4년동안 치열하게 시장과 부딪히며 여기까지 오다보니, 그 당시 앞으로 무슨일이 펼쳐질지도 모르고 그저 이것저것 토론하고 맨땅에 헤딩하는 수준으로 아티스트들 찾아가서 함께하자고 설득하고, 서비스만들고 했던 그 과정들이 정말 많이 생각났다. 서비스 출시 후 그날 새벽에 첫번째 고객이 결제하고 슬랙에 알람 떴을때 멤버들 다같이 소리지르고 신기해했던 순간들이 잊혀지지않는다. 정말 감사했다.


회사는 몇몇 사람이 아니라 정말 많은 분들 도움으로 여기까지 왔고 또 앞으로 더 많은 분들 도움받으며 성장할 것이다. 엔터테크 기업으로서 IP 산업 내에서도 더 많은 혁신과 변화들 가져올 수 있는 역량이 충분한 회사고 기술적으로도 계속 발전하고 있다. 금리 인상하면서 펀딩 환경 어렵다고들 하지만 원더월은 올해 5월에 250억 규모로 크게 펀딩 성공했고, 시장 환경 관계없이 엔터테인먼트나 콘텐츠 시장은 계속 성장하고 있어서 산업 전망도 밝다. 내수에 국한되어있지 않고 국내 IP들 데리고 해외로 계속 나가고 있어서 해외 매출 비중도 높다.


앞으로는 밖에서만 지켜보겠지만 계속 응원하고 또 좋은 기업으로 성장하길 바라고 있다. 나에게도 중요한 커리어라 회사 잘돼야 나도 잘되는 거라 나도 밖에서 도울 수 있는 것들 계속 돕고 싶고 내가 돕지 못해도 아마 지금보다 더 큰 회사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정말 멋진 경험들 뒤로하고 나는 잠시 휴식을 가지려고 한다. 당분간 시간이 좀 남으니 브런치도 부지런히 쓰고, 조심스럽지만 책 한 권을 쓰고 있다. IP 비즈니스에 대한 내용인데, 직접 IP 비즈니스 하며 아는 내용들 많이 공유하고 또 새로운 것들 직접 공부하면서 쓰고 있다. 내년 중반 즘에 나올 거라 아직 시간은 많이 남았지만 이런 새로운 도전도 하고 있다. 나오면 꼭 많은 관심 부탁을.. 또 시간 날 때 업계 분들 많이 만나면서 서로 인사이트도 나누고 네트워크도 만들어가고 있다(혹시 관심 있는 분 계시면 언제든 편하게 연락 주세요). 역시 사람은 다른이와의 소통에서 많이 배우고 성장한다. 다음 스텝은 과거 운용사 투자 경험과 4년동안 창업 경험 통해 쌓은 초기-중기 스타트업의 성장 경험들 적절히 잘 활용할 수 있고, 내가 부족한 스킬셋들도 좀 더 경험할 수 있는 그런 일들을 해보면 좋을것 같다. 다만 당분간은 좀 쉬면 좋을것 같고..


이 글을 쓰는건 스스로의 정리도 있지만 앞으로 내가 하는 이야기가 회사와 관계없는 개인의 입장임을 분명히하고 싶었던 것도 있다. 좀 더 실질적이고 솔직한 이야기를 담을 수 있지않을까.


열심히 달리고나면 중간에 잘 쉬는 것도 중요한 것 같아서 잘 쉬고, 충전할 수 있는 시간을 한 번.. 제대로 가져볼 예정이다. 정말정말 감사한 시간이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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