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카인말러 Nov 27. 2023

제 2장: 초조한 마음

우용

  오랜만입니다. <책 읽고 삽시다> 1회차인 "세이노의 가르침"  하고 거의 한 두 달 정도 되었네요. 그 뒤로 같이 책 읽으면서 몇 번 만나서 서로 근황을 알고는 있기는 하지만, 둘 다 꽤 많은 일들이 있었죠, 간단하게 어떻게 지내셨나요?



우창
  저는 일단 1년 동안 소속되어 있던 학회 활동을 슬슬 마무리하는 단계여서 그걸 어떻게 잘 갈무리할 수 있을까 신경쓰면서 지냈습니다. 저는 학회에서 그냥 부원으로서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것 이외에도 교육팀장이라는 직을 맡아서 하고 있는데요. 제가 처음에 직을 맡으면서 개선, 내지는 추가하고 싶었던 것들을 비전으로 제시했던 게 있었어요. 그래서 그런 초심의 목표들을 스스로 잘 지켰는지, 지키지 못했다면 어떻게 보완할 수 있을지를 고민하면서 지내느라 신경이랑 시간을 많이 썼던 것 같습니다. 지난 [세이노] 인터뷰에서도 말했었는데, 저는 스스로 어떤 것들을 계속 이어나가는 의지가 부족한 사람이라고 항상 생각을 해서, 끝까지 동기부여가 되어있는 상황을 유지하는 데 고민을 하면서 학교 생활을 보냈습니다.  우용님은 어떻게 지내셨나요?



우용

  저도 마찬가지로 이제 학회 활동을 하고 있고 그리고 공부를 하고 있죠. 저희가 [책읽삽]에서 서로 근황 얘기도 자주 하잖아요. 그런 것들을 공유하는 건 좋은데, 여기서는 다 공개하기 어려운 것 같아요. 제 근황이 대부분 앞으로의 3, 4년 정도의 계획과 관련 있거든요. 제가 계획하고 있는 일을 이 자리에서 꺼내는 게 저는 조금 부끄러운 것 같아요. 방금 얘기한 계획이라는 것이 변할지도 모르는 것이기도 하고요. 애초에 [책읽삽]의 취지가 그거였잖아요, 무언가 하나의 목표를 정해놓거나 앞으로 읽을 책들을 미리 다 정해놓는다기보단 그때 그때 흐름에 맞추자는 것이요. 앞으로 한 5년간의 계획은 있지만, 그것을 여기서 다 밝히게 되면 취지에 어긋나는 것 같아 오늘은 더 언급은 안 하겠습니다ㅎㅎ. 


  정리하자면, 저는 학회 활동하면서 공부하고 있었고, 다양한 사람들을 새롭게 많이 만났습니다. 책을 읽을 시간은 많이 없었지만 이 책 만큼은 최대한 열심히 읽으려고 노력했던 것 같아요.  



우창
  저도 세이노 읽을 때는 되게 여러 가지 책들을 병행하면서 많이 읽었었는데 이거는 그럴 시간이 저도 없어서 좀 아쉬웠지만 이 책이라도 재미있게 잘 마무리할 수 있어서 저는 정말 다행이라고 생각합니다ㅎㅎ. 



우용

  첫 번째 질문 드릴게요. 이 책을 읽기 시작했을 때의 우리랑 지금의 우리는 좀 많이 다른데, 이 책을 저와 함께 읽는 책으로 선정하신 이유와, 무엇을 얻고 싶으셨는지 말해주세요. 



우창

  그 질문에 답변을 하기 위해서는 제게 독서가 가지는 의미, 저는 어떨 때 책을 읽는지 먼저 말씀드려야 할 것 같아요. 저는 독서가 삶의 문제에 대해 어떤 처방전이나 처방약의 역할을 한다고 느끼지는 않아요. 삶에서 당장 겪고 있는 문제에 대한 해결책이 책에서 시의적절하게 제시되는 경우는 매우 드물고, 어떤 책을 읽을 때마다 ‘나는 이런 문제가 있고, 이걸 풀어갈 지혜를 책에서 얻어야지’ 라는 생각을 하면서 책을 집어들지는 않기 때문이에요. 책의 내용이 내 현재 상황과 매우 유사하다거나, 나에게 꼭 필요한 말을 하는 것 같다고 느끼는 이유는, 어떤 생각이든 그것에 몰두해 있을 때에는 세상의 모든 것들이 그 이야기를 하는 것 같다고 착각 아닌 착각을 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두 번째 책을 고르는 일에 골머리를 많이 앓았습니다. 이왕이면 우리 모두가 공감할 수 있는 소재를 던지는 책, 고민에 대한 조언도 조금이나마 찾을 수 있는 책을 찾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제가 알고 있는 책에는 한계가 있으니까, 학회 프로젝트 이후에 교보문고에 가서 A부터 E까지 서가를 돌아다니면서 책을 주욱 살펴봤어요. 그랬는데도 큰 소득은 없었지만요. 그 때 우용님한테 카톡을 했었는데 그때 제시해준 세 가지 기준이 있었잖아요, 저는 이 기준에 맞추어 책을 고르지는 않았지만, 혹여 다른 분들에게 도움이 될까 싶어 그 내용은 공유드릴게요.  



  [초조한 마음]은 왓챠피디아(영화, 도서 등 별점 및 후기를 공유하는 SNS)를 통해 알게 됐어요. 제가 딱 좋아할 만한 책으로 인공지능이 추천을 해줬는데, 서평을 읽어보면서 제 마음을 사로잡은 구절이 있어 이번 도서로 선정하게 됐습니다. “연민이라는 감정에 대한 거의 완전한 분석. 내가 어디까지 책임질 수 있는지에 대한 감이 부족한 사회 초년생 필독서다.” 이 서평에서 말하는 책임범위에 대한 감이 부족한 사회 초년생이 딱 우리 둘을 지칭하는 것 같았어요. 


  이 책을 통해 얻어가고 싶었던 것에 대해 말씀드릴게요. 이 책이 사랑과 연민이라는 감정을 다루는 책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을 때, 저는 처음에는 어머니와의 관계에 대한 교훈을 얻을 수 있겠다고 생각했어요. 왜 그랬던 것 같냐면, 저는 어머니와 다투고, 혹은 어머니의 말과 행동에 제가 상처를 받았을 때 스스로 그것을 곱씹으면서 자가치유를 하는 과정에서 엄마의 삶에 불쌍함을 느끼거나, 동정하는 방식을 통해 아픔을 참아냈던 것 같거든요. ‘엄마를 내가 이해해야지’ 이런 식으로요. 그래서 이제 연민이라는 감정을 엄마를 대하는 나의 태도에 적용해볼 수 있지 않을까 싶은 마음으로 이 작품을 선정했습니다. 하지만 책을 읽다 보니 이 책은 그런 고민을 해결하기에 적합한 책은 아니었던 것 같고요, 오히려 삶을 주체적으로 살아가는 방법, 자문하는 태도를 가지며 답을 찾고자 하는 능동적인 태도에 대한 고민을 주는 책이라고 생각이 들었죠. 



우용

  이렇게만 이야기했을 때는 다른 사람이 듣기에 이 책이 어떤 내용을 담는지 감을 잡기 어려울 것 같아요. 사랑과 연민, 그리고 주체성에 대한 이야기라고 키워드를 뽑아주셨는데 책의 내용을 간단하게 소개해 주세요. (Spoiler Alert!) 



우창
  저는 이 질문에 딱 요약해서 답하기가 어렵네요. 제 답변 이후에 우용님이 정리를 도와주시면 좋을 것 같아요.  

누군가 제게 이 책을 한 문장으로 요약해보라고 한다면, ‘성장 소설의 형태를 한 비극이다.”고 이야기를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일생의 대부분을 자신의 의지로 한 선택보다 타인의 의지로 채웠던 군인 호프밀러를 주인공으로 한.. 



우용

책에는 아주 평범한 군 소위가 나와요. 그런데 이 소위가 운 좋게 알게 된 자기 동네의 가장 부유한 사람인 케케스팔바 라는 인물을 찾아가게 됩니다. 그 대부호의 딸은 불구에요. 그래서 일어설 수가 없고, 연회에서 춤을 출 수도 없어요. 그런데 그런 딸에게 이 주인공인 호프밀러 소위는 찾아가서 춤을 청합니다. 아픈 다리를 미쳐 보지 못했거든요. 그래서 이 딸은 상당히 당황하고, 엄청나게 많은 눈물을 쏟아요. 주인공인 호프밀러도 못지않게 당황하고, 정말 미안해하면서 그것에 대한 사과를 하려고 이 부잣집에 일 주일 간격으로 방문을 하게 되는데, 이 호프밀러를 둘러싼 다른 군 장교들은 그가 돈 때문에 그 저택에 가는 것으로 오해를 해요. 동시에 이 부잣집 딸은 호프밀러의 그런 행동을 보고 그가 자신을 사랑하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하지만 실제로 호프밀러에게 더 중요한 것은 사랑보다는 평판이었고, 그렇기 때문에 그녀를 사랑한다는 말을 직접적으로 꺼내지 못하게 되죠.  

이 소설은 전반적으로 타인에 의해서 생기는 평판과 자신의 직접적인 선택, 자신의 진짜 감정들 사이에서 갈등하는 인물을 다루고 있어요. 또한 그 갈등이 자기 자신뿐 아니라 여러 사람들에게 영향을 미쳐요. 옆에 있는 부잣집 딸이나, 그녀의 아버지에게도 영향을 미치게 되는데, 그 영향의 어디까지가 자신의 책임 범위인가, 이것에 관한 책입니다. 


  다음 질문으로 넘어갈게요. 3주차에 우창님께서 어떤 질문을 하셨냐면, “불안정한 상황에서 선택을 해야 할 때 타인에게 휩쓸리고 있다는 것을 어떻게 스스로 자각할 수 있을까?”라는 질문을 제시하셨어요. 당시에 제가 답은 못 드렸었는데 혹시 스스로 찾아낸 답이 있는지, 즉 불안정한 상황이 어떤 것들이 있을 수 있고, 그리고 그럴 때 본인이 남들에게 휘말리고 있는 걸 어떻게 확인할 수 있는지 여쭤보고 싶습니다.



우창
  우선, 제가 생각하는 불안정한 상황이란 내 감정이 무슨 감정인지 당시에 판별하지 못하고, 그것을 내가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상태인 것 같아요. 그러니까, 내가 불안한건지, 기분이 나쁜건지, 화가 난건지, 초조한건지 이것들을 명확하게 내뱉을 수 없는 상황이 저는 불안정하다고 느껴요. 왜냐면 결국 제게 불안정이라는 단어는 감정과 연결되어 있는 것 같거든요. 사실 평소에 살면서 정말 큰 사건을 제외하고는 신념이나 가치관이 흔들리는 경우는 잘 없다고 생각하거든요. 오히려 그런 상황이 닥치거나 큰 문제가 왔을 때에는 머리가 빠르게 차가워지는 것 같기도 하고요.  

  

  책에서 이런 불안정한 상황이 여러 대목이 있었던 것 같은데, 에디트의 아픈 다리를 발견하고 적절한 대처를 하지 못한 채 도망치듯 연회장을 빠져가나는 호프밀러의 모습이라던지, 케케스팔바가 호프밀러에게 은밀한 부탁을 하러 왔다가 무릎을 꿇으며 애걸복걸하던 장면이라던지 이런 이미지들이 떠오릅니다. 제 경험에서 딱 떠오르는 현실의 사례는 잘 없는 것 같아 아쉽네요. 



우용

  그러니까 불안정하다는 거는 정확히는 감정을 모르겠다는 건가요?



우창

  네, 그것도 맞지만 조금 더 정확하게 하자면 감정을 모르는 상태에서 어떤 선택이나 결정을 해야되는 상황이 불안정하다고 느끼는 것 같아요. 내가 내 감정을 모르고 통제할 수 없는 상태에서 내리는 선택과 만들어지는 결과는 주체성을 담기 힘들거든요. 



우용

  그렇군요. 저는 불안정이 감정을 모를 때보다, 내가 내 감정을 아는데 인정하기 싫을 때 생기는 것 같아요. 좋은 걸 싫은 척하고, 싫은 걸 좋아하는 척 할 때, 그래서  내 행동과 마음이 서로에게 거짓말 하고 있는 것 같을 때 힘들다고 느껴요. 저는 그런 일이 꽤 잦게 일어나더라고요. 음, 최대한 제 감정을 솔직히 인정하려고 많이 노력하는 것 같고요. 그게 항상 잘 되는 건 아니지만, 결국 스스로의 감정을 인정하는 과정에서 다시 안정된 상태로 돌아가는 것 같아요. 


  이젠 책의 구절을 가지고 이야기를 나눠보고 싶은데요, 저는 [초조한 마음]을 읽으면서 이 구절에 상당히 생각이 많아졌어요. “성인이라면 어떤 일에 관여하기 전에 자신이 어디까지 함께 갈 건지부터 먼저 생각해 봐야 합니다. 남의 감정을 가지고 장난치면 안 돼죠! (p.236)” 앞 문장 같은 경우에는 인간 관계뿐만 아니라 모든 일에든 적용이 될 수 있는 구절인 것 같아요. 그런데 인간관계 얘기라면 정말로 그렇게까지 해야 하나, 그러니까 어떤 사람을 만났을 때 그 사람과 얼마나 오래 함께 있을지, 어느 정도까지만 가까워질 건지를 미리 정해놓고 사람을 만나야 하나 싶더라고요. 그런데 최근에 들어 제가 스스로 이러는 모습을 발견했어요. 그러니까 남에게 흔들리고 싶지 않다는 이유로 좀 벽을 치게 될 때 ‘내가 회피형 인간인 건가?’ 이런 생각도 정말 많이 들기도 하고요. 그렇다고 이런 것들을 생각을 안 하고 사람들을 만나자니 뭔가 내가 실수할 것만 같은 생각도 들기도 해요. 그래서 우창님 같은 경우에는 사람을 만날 때 어느 정도까지 친해질지를 미리 생각을 하시는 편인지, 아니면 그냥 사람들과 함께 시간을 보내면서 흘러가는 대로 두시는지 궁금합니다. 



우창

  저는 일단 도착점을 생각하고 어떤 관계를 시작하지는 않습니다. 대신 그 순간 순간에 최선을 다하고 집중하는 것에 조금 더 초점을 맞추려고 노력하는 것 같아요. 이 구절이 책을 읽으면서 저희 둘이 서로 동시에 공감한 문장이라 웃었던 기억이 나는데요, 지금 다시 읽어보니 조금 소름 돋기도 하는 것이, 왜 그러냐 하면 약간 마치 누군가랑 연애를 시작할 때 ‘이 상대랑은 연애만 하고, 이 사람과는 결혼까지 갈 거야’ 하며 정해놓고 사는 사람을 옮겨놓은 문장 같아요. 제가 만약에 그런 사람을 본다면 정말 소름끼쳐할 것 같단 말이죠. 


  이런 것을 다 제외하고 문장만 다시 생각을 해 봤어요. 저는 이 문장은 관계의 의사결정에 있어서 이 사람을 만나도 된다, 즉 “Go”의 결정을 할 때보다 “No Go”의 상황을 판별해주는 말로 생각을 했어요. 이 문장을 읽고 딱 “Engage”라는 영어 단어가 떠올랐어요. ‘그 관계에 몸을 내던지는 순간에 확신이 없다면 멈춰라, 너를 위해서도, 그 상대를 위해서도’ 라고 말하는 무게추 같은 말이라고 저는 느꼈습니다. 그래서 저는 어떤 사람과 관계를 발전시켜야겠다는 결정을 내린 이후부터는 도착점에 대해 잘 생각하지는 않아요. 왜냐면 그 순간 순간 상대와 나를 온전히 대하는 방법을 고민하는 것에도 제 신경이 모자라기 때문이에요.  


  저는 비즈니스적인 관계를 제외하고 순수히 친구로서 관계를 맺는 사람들과는 “내가 나 일 수 있는 시간”을 만들고 싶어요. 저도 상대가 원한다면 그 사람 본연의 모습을 끌어내줄 수 있도록 노력을 많이 하는 것 같고요. 저는 눈을 마주치는 것을 되게 좋아하는데, 뭔가 눈을 마주치면서 말을 듣는다거나, 솔직한 감정을 이야기해주는 것, 질문을 많이 하는 것 이 정도가 제가 관계에 있어 노력하는 방식인 것 같아요.  


  제가 친구로서 우용님을 봤을 때 굉장히 솔직한 사람이라고 저는 느끼거든요, 그렇다면 본인은 타인을 대할 때 어떻게 하시는지, 이 질문을 똑같이 본인에게 적용을 해 본다면 어떻게 대답하시겠어요? 



우용

  저는 누군가와 어디까지 함께 갈 건지 생각은 하는 것 같아요. 그런 게 좀 관계를 정리해주고, 둘 사이의 관계가 어떤 관계인지 정리되면 내가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지가 보이는 것 같아요. 그래서 어디까지 함께 갈 것인지를 미리 알아 놓아야 언제까지 내가 이 사람에게 잘 해줘야 될지도 생각을 해 볼수가 있어요. 그런데 이제 이 구절의 뒷부분 “남의 감정을 가지고 장난치면 안 돼죠!”라는 부분에 대해서는 이게 정말 어려운 부분인 것 같아요. 이게 웃긴 게 [세이노의 가르침]은 감정에 관한 책이 아니었는데 되게 감정적인 이야기들을 우리가 많이 나눴던 것 같고, [초조한 마음]은 감정에 관한 책인데 이걸 읽는 동안에는 제가 감정에 있어 너무 미숙한 사람이 되어 버린 기분이었어요.  


  그건 이제 아무래도 시기적인 차이도 있죠. 왜냐하면 그때는 좀 한가했는데 지금은 많이 바쁘니까, 그런 감정에 대해서 신경 쓸 일이 많이 없더라고요. 그래서 제가 최근에도 다른 사람 감정을 상하게 하는 일도 많았었는데, 거기서 어디까지가 제 책임범위인지는 진짜 모르겠더라고요. 지금 제가 가지고 있는 답은, ‘적어도 인간 관계에 있어서는 목표를 확실히 정해놓고 그 목표를 이루는 데 초점을 맞춘다.’인 것 같아요. 그러니까 그 목표가 만약 상대방을 행복하게 해주는 것이면, 우창 님 말대로 순수히 ‘친구로서’ 맺는 관계라면, 저는 일단 그 행복감에 초점을 맞춰요. 만약에 상대방이 필요한 도움이 정확히 있는 것, 혹은 상대방과 내가 함께 달성해야 하는 목표치가 있다면 그것에 더 초점을 맞추려고 하는 것 같아요. 그래서 저는 최근에는 얼마나 만날 사람인지, 어느 정도 가까워질지 이런 것들을 좀 정해 놓게 되는 것 같아요. 



우창

  뭔가 그런데 이 기준이 인생을 통틀어서 절대적으로 바뀌지 않는 것은 아닌 것 같고, 상황에 따라서 많이 변하는 기준인 것 같지? 



우용

  맞아. 이게 지금 당장에만 적용되는 정답일 수 있고, 사실 이게 지금 나한테 맞는 정답인지도 모르겠어서 어려운 것 같아. 뭔가 A다, B다 이렇게 이야기를 할 수가 없어. 맞아.  


 

우창

  맞아요. 관계에 대한 질문과 대답은 언제나 어려운 것 같죠. 그런데 이런 물음들에 바로 대답을 해내지 못하더라도 이런 책은 인생에서 가치를 발휘하는 순간은 분명 있다고 생각해요. 나중에 이 책을 다시 읽었을 때나, 이 녹취록을 다시 읽어봤을 때나 생각이나 결정에 도움이 되는 순간은 찾아온다고 생각합니다. 사실 그렇죠, 책이나 영화를 계속 찾아서 감상하는 것들이 그 당시의 쾌락이나 효용만을 위해서 하는 것은 아니니까 저는 언젠가는 이게 다 자산으로 남아서 생각이나 말이나 행동에 영향을 미치는 순간이 분명 있다고 생각을 하고요. 



우용

  제가 입시 학원에서 학생들 면접을 가르치면서 어떤 이야기를 정말 많이 하냐면요. 작가의 언어와 독자의 언어는 다를 수밖에 없다는 것이에요. 그러니까 독자의 언어는 “슬펐다”는 표현을 쓰는데, 소설에서는 작가가 “방 구석에서 얼굴을 가린 채 눈물을 훔치고 있었다” 라는 식으로 적어요. 책에서는 ‘행동’이 술어로 나오고, 우리는 ‘감정’이 술어가 되잖아요. 소설에서 감정 대신 행동을 적는 이유는 같은 “슬펐다”여도 맥락에 따라 정말 다른 감정이 될 수 있기 때문이에요. 독자들은 그런 걸 모두 구분해가면서 다른  이름을 붙이지는 않지만, 같은 이름을 가진 감정들도 모두 다를 수 있다는 건 알고 있죠. 우리는 이 책의 독자이고, 그래서 책에 대해 대화를 나눌 때에도 독자의 언어인 ‘감정’ 술어를 사용할 수 밖에 없어요. 그런데 그래서 더 이 대화가 제게 어렵고, 뭔갈 물어보고 명확한 답을 찾는 과정도 너무 어려운 것 같아요. 녹취록을 읽는 사람들이 우리 대화를 충분히 이해할 수 있을 지는 모르겠어요. 다만 어려워도 오늘 우리가 나누는 이 질문들이 중요한 질문이니 최선을 다할 뿐이에요. 그러니까 감정의 언어를 명확한 행동의 언어로 표현하기 위해서라도 이런 책들을 읽고 대화를 나눠야 한다고 생각해요. 특히 우리 둘 다 MBTI가 T이기 때문에 이런 거를 더 많이 공부를 해야 하기도 하고요..ㅎㅎ 



우창

  아 그렇죠. 그리고 이 주제로 이따가 이야기를 하겠지만, 저도 비슷한 맥락에서 이런 책들은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꼭 [초조한 마음]이 아니더라도 인간의 감정을, 방금 우용님의 표현을 빌리자면, 독자의 언어로 표현한 것이 아니라 더 세밀하고, 핀셋으로 집어서 표현해주는 책을 많이 읽어야 할 필요는 분명히 있는 것 같습니다. 왜냐하면 사람과의 대면 관계를 통해서도 배울 수 있는 것이지만, 책을 통한 배움은 그것보다 훨씬 에너지 소모가 적거든요. 



우용

  마지막 질문입니다. 지난 책이 돈에 관련된 딱딱한 책이었고, 아까 말한 대로 이성적인 책이었어요. 이번 책에서는 “연민, 감정, 책임” 이런 단어들이 가장 많이 나타나요. 그렇다면, 차라리 돈과 관련된 것은 배움을 얻기가 되게 쉽잖아요. 명확한 방법론 같은 것들이 주어질텐데, 감정에 대한 이야기는 그런 것들을 얻기가 쉽지 않단 말이에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감정에 관한 책들을 읽고서도 어떤 지혜나 지식을 얻을 수 있나요? 그리고 그런 지혜가 필요하다고 느끼시는지, 왜 필요한 건지 그런 것들을 알고 싶어요. 제가 느끼기에는 감정에 대한 지식과 지혜는 매번 정답이 없는 것 같고, 제 감정도 어차피 그때 그때 너무 많이 바뀌니까 이런 걸 책으로 읽는게 의미가 있는지 생각도 자주 하거든요.  



우창

  저는 이 질문이 되게 좋은 질문이라고 생각해요. 저는 감정에 관한 독서도 의미가 있다고 믿습니다. 저는 결국에는 사람에 대한 이해, 그리고 그 이해에 대한 기준을 얻을 수 있기 때문에 이런 책을 읽는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여기서 말하는 ‘사람에 대한 이해’에는 타인뿐 아니라 저 자신도 포함이 되는 것 같아요. 저는 소설이라는 형태가 어떤 사람의 내면을 가장 잘 접할 수 있는 형태라고 생각해요 영화에서 아무리 내면을 깊게 표현한다고 하더라도 어느 정도 추측이 개입될 수밖에 없는데, 소설은 아무래도 글로써 내면의 생각의 흐름, 감정의 변화가 다 묘사되다 보니까 훨씬 명확하다고 느낍니다. 제 자신에 대한 이해 측면에서는, 등장인물이 느끼는 감정에 대해 저도 과거에 비슷한 상황에 있었지만 말로써 옮기지 못했던 기분을 이해하게 되는 경험을 합니다. 타인에 대한 이해는, 등장인물과 비슷한 사람을 현실에서 만나지만 제가 그 사람을 이해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발현된다고 생각합니다. ‘이 사람은 호프밀러의 생각을 하고 있겠구나, 이런 기분이겠구나’를 미루어 짐작할 수 있는 정보가 된다고 저는 생각을 해요.  


  그래서 이런 것들이 쌓이고 쌓이다 보면 순간 순간 판단을 더 빠르게 할 수 있다거나, 아니면 오판하는 실수를 줄일 수 있는 방법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고, 인생의 지혜를 책에서 많이 얻어간다고 느껴요. 



우용

  방금 말씀하신 “사람에 대한 이해, 그리고 이해에 대한 기준”이라는 것이 어떤 행동을 했을 때 상대방 행동의 의미를 파악해가는 과정이라고 이해했어요. 그렇다면, 단순히 이해가 아니라 평가의 기준을 세울 수도 있는 건가요? 그러니까 그 사람에 대한 이해, 이해에 대한 기준이 아니라 “사람에 대한 평가, 평가에 대한 기준”까지 세울 수 있는 것인지가 궁금해요. 왜냐하면, 제가 인간관계에서 가장 힘들다고 여기는 것은, 어떤 사람과의 관계에 있어서 그 사람이 좋은 사람이었는지, 나쁜 사람이었는지에 대한 평가를 내리기가 너무 어렵고, 시간이 지나서 생각해 봤을 때에도 그 답을 모르겠다고 느끼는 경우가 많거든요. 그런데 이 평가가 결국에는 제 감정하고도 연관이 되는 것 같아서, 어떤 사람에 대한 평가가 계속해서 안 좋으면 그것이 화로 표현되고, 어떤 사람에 대한 평가가 계속해서 좋으면 그냥 좋은 기억과 행복으로 남더라고요. 그렇기 때문에 이해는 그냥 말 그대로 ‘앎’인데, 거기에 더해 좋고 나쁨과 관련한 ‘평가’에도 책이 도움을 줄 수 있는지 궁금합니다. 



우창

  저도 무의식적으로 사람들을 되게 많이 평가합니다. 근데, 또 저는 모든 사람들을 좋게 보고 싶어하는 경향은 있어서, 제게 사람들을 이해한다는 말은 함부로 평가하지 않는다는 말과 동의어인 것 같아요. 그래서 방금 제 말에서 이해를 평가로 바꾼다고 했을 때 적용지는 않는 것 같아요. 그저 저는 사람에 대한 섣부를 평가, 좋지 않은 평가를 하지 않기 위해서 이해를 한다고 생각해요. 왜냐하면 그 평가라고 하는 것은 말씀하셨던 것처럼 그때 그때 상황이라던지, 역할이라던지, 감정에 따라서 많이 바뀌는 것이기도 하니까요. 그런 것에서 한 발짝 물러나서 그냥 사람 자체를 바라보기 위한 노력이라고 저는 생각하고 싶은 것 같아요. 


 

우용

  하긴 사람에 대한 평가보다는 행동 자체에 대한 평가가 더 맞는 말이겠죠. 



우창

  네네. 행동에 대한 평가와 사람에 대한 평가를 구분할 수 있어야 하는 것 것 같아요. 행동에 대한 평가는 사실 굉장히 개인적인 영역 내에서, 개인적인 기준으로 하는 것이니까 아무렇게나 해도 상관이 없다고 생각하는데, 사람을 함부로 평가하거나 재단하려고 하는 시도는 그 범위를 넘어서는 것이어서 지양해야 하는 것 같아요. 제가 잘 못하는 부분이기도 하고요. 



우용

  잘 못해요? 잘 하시는 것 같은데 ㅎㅎ 



우창

  제가 최근에도 아직 행동에 대한 평가, 사람에 대한 평가를 잘 구분하지 못한다고 느낀 경우가 많았어요. 사후적으로는 그 반성이 되게 잘 되는데, 사건의 순간 순간에 저도 감정적으로 변할 때가 많더라고요. 어머니와도 그렇고, 학교에서 만나는 친구들과도 그렇고. 그러니까 저는 스스로 감정 중립을 잘 하는 사람으로 생각해 왔는데, 그렇지 않고 사람에 대한 평가를 단정적으로 내리는 실수를 저지를 때가 잦아서 조금 부끄러웠습니다. 그런 실수를 줄이면서 살아가고 싶어요.  



우용

  그걸 구분하는 것도 어렵고, 하하 이 책도 참 어려웠어요. 어려운 책이었고, 질문하기도 어려운 책이었습니다.



우창

  그렇지만 되게 재미있었어요.



우용

  책은 정말 너무 재미있었어요. 슈테판 츠바이크 라는 작가가 도스토옙스키 전기도 썼었는데, 도스토옙스키를 좋아하는 저로서는 되게 소설 구조가 정말 비슷하다고 느꼈습니다. 또, 우리가 읽으면서 주인공 욕을 진짜 많이 했지만, 사실 주인공 호프밀러를 욕한 게 아니라 우리 자신에게 있는 호프밀러를 혐오했던 것 같네요.  



우창

  그렇죠. 제가 항상 호프밀러의 욕을 할 때, 그 호프밀러는 강우창이었기 때문에, 호프밀러의 행동이나 감정이 너무 싫었을 때는 그 주인공의 모습을 보이는 제 자신이 싫었던 것 같아요. 저는 이 책을 주변 친구들에게 추천을 참 많이 했는데, 실제로 친구 한 명이 이 책을 구매해서 읽고 있다고 했을 때 뿌듯했던 것 같아요. 제가 굉장히 재미있게 읽은 책이고, 사랑하게 된 책이어서. 



우용

  저는 개인적으로 제가 중간고사 일찍 끝내고 이제 이 책 제목으로 다른 시험 남아 있는 친구들 놀릴 때가 제일 즐거웠습니다. ㅎㅎ 



우창

  저는 이 [책읽삽] 프로젝트의 두 번째 책을 끝낸 시점에서 다시 생각해볼 때, 제가 2023년에 내렸던 잘 한 결정 중 세 손가락 안에 꼽을 수 있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매번 책이 되게 기대가 되고, 그 책을 가지고 이야기하는 시간이 기대가 되고, 즐겁고 합니다. 



우용

  저도 그래요. 소감을 조금 덧붙이자면, 우리는 이 책을 읽기 전부터 그동안 책임에 대한 이야기를 정말 많이 나눴어요. 그런데 우창님이 이 책을 제게 읽자고 했을 때, 가장 큰 이유가 이게 책임을 다루는 책이기 때문이라고 하셨었죠. 정말 많은 고민이 있었던 것 같아요. 아까도 말했지만 ‘타인의 감정도 내 책임일 수 있을까?’ 라는 질문에 대해 예전에는 무조건 그것이 내 책임이 맞다고 생각했지만, 지금은 또 그건 상대방의 것이지 내 책임은 아니지 않나 라는 생각을 하기도 하고요. 이런 제 생각에 [초조한 마음]이 돌을 던지는 기분이었습니다. 


  그래서 정말 다양한 생각도 할 수 있게 되었고, 아마 제가 만약 [책읽삽] 프로젝트를 혼자 했더라면 이런 책을 찾아보지도 않았을 것 같고, 이런 고민들을 할 기회가 없었을 것 같아요.  우리가 둘 다 바쁘다 보니까 감정에 대한 이야기를 나눌 시간이 많지는 않은데, 이 책을 통해서 일주일에 한 번이라도 그런 걸 이야기를 할 수 있었다는 게 정말 감사한 일이었던 것 같아요. 그래서 좋은 책 같이 읽자고 해 주셔서 너무 감사하고요. 저도 다음 번에 3회차로 정말 이 책 못지 않은 책을 골라보도록 노력하겠습니다. 


Fin.

작가의 이전글 제 1장 : 세이노의 가르침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