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던 내 삶의 변화
앞선 글에서 밝혔듯이, 학교와 데이케어 모두 2020년 3월 13일을 기점으로, 무기한 휴교령이 떨어졌다.
그리고 이틀 뒤, 필수 목적을 지닌 가게(슈퍼, 약국, 편의점 등)들을 제외하고는 모두 영업을 중단하게 되었다.
학교에서는 일단 2주간 휴교를 하고, 온라인으로 수업을 재개할 준비를 한다는 애매모호한 메일을 한 통 보내고 매일매일 MBA 담당 지도교수가 COVID 업데이트라는 메일을 보내기 시작했다.
아무튼 결론적으로는 정말 안갯속 같은 상황이었다.
예정대로라면 나는 학기 마지막 프로젝트들을 준비하고, 4월 중순에 일본으로 Study Trip을 열흘간 갔다가 한국에 1주일 정도 들어갈 예정이었다. 그런데 지금 한치 앞도 알 수 없는 상황이 되고 만 것이다. 그리고 교수들은 2주간 수업이 없으니 과제 제출 및 발표 일정도 전부 2주씩 밀린다고 공지를 해주었다. (결국 이 2주는 아무런 보상도 받지 못하고 그냥 날아가 버리고 말았다)
아무튼, 아직 봄이 오지도 않은 겨울 날씨에 집에 가족들과 갇히게 되었고 나는 정말로 무엇을 해야 할지 몰랐다. 아무런 계획도 세울 수 없었기 때문이다.
다른 동기들은 넷플릭스 드라마를 추천해 달라, 무슨 게임이 재밌냐며 단톡방에 질문들을 올렸지만 아이가 있는 집들은 모두가 죽을 맛이었다. 이렇게 우리 아이랑 있는 시간이 길게 될 줄 몰랐고, 장을 봐서 삼시세끼 밥을 해 먹어야 하는 상황 또한 오게 될 줄 몰랐다. 긍정적으로 생각하면 이 때 요리 솜씨도 많이 늘고 새로운 메뉴도 많이 발굴하였지만....
아무튼 COVID 락다운 시절의 하루 일과는
가족들과 아침 식사 - 둘 중 하나가 (혹은 둘 다) 아이를 데리고 공원이나 학교로 외출해서 아이 힘 빼기 - 유모차에서 애를 재우고 귀가 후 점심 식사 - 오후에는 실내에서 어떻게든 버티기 - 저녁 먹고 목욕 후 애 재우기 - 밤 8시 이후 각자 할 일
이렇게 돌아갔고, 사실 아무것도 할 수 없었던 2주 동안은 정말 뭘 해야 할지 몰라 영화도 보고 나름의 취미 생활도 좀 즐기긴 했으나 막막함 때문에 결고 쉽지만은 알았다. 그리고 이런 생활을 정확히 100일 동안 하게 될 줄도 몰랐다. (100일 뒤 데이케어가 열어서 다시 아이를 복귀시켰다)
그리고 실제로 2주 동안 몸은 피곤하고 마음은 피폐한 상태에 빠져 있는 동안, 몇몇 지인들과 친구들이 각자의 나라에 귀국하는 걸 보았다. 그리고 한국에 있는 주변 지인들도 미국 뉴스를 보면서 MBA 접고 일단은 한국에 들어오는 게 맞지 않을까, 주식도 다 정리해야 한다며 많은 걱정들을 해 주는 바람에 밤새 고민만 하느라 시간을 보냈던 것 같다. (물론 채용이 도대체 어떻게 될지도 모르겠지만 일단 기계적으로 인턴 지원은 계속 하고 있었고, 학교 과제들도 조금씩은 하고는 있었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우리는 아이가 있고, 여기 올 때 한국에 있는 것들을 대부분 정리하고 왔던 지라 한국에 가도 돌아갈 곳이 없는 상황이었다. 그리고 여기 온 이상 죽이 되든 밥이 되든 어떻게든 MBA 학위는 받고 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혹자는 학위 자체가 쓸모없을 거다는 논리를 내세웠으나 COVID와 MBA 학위의 가치는 크게 상관관계가 없다)
그래서 일단 학기를 잘 마무리 짓기로 하고, 다행히 학교 측에서 나 같이 인턴을 아직 구하지 못하거나 취소된 친구들이 생각보다 많아 여름 학기를 특별히 오픈을 하겠다고 해서 조금은 가벼운 마음으로 4월의 시작을 보낼 수 있게 되었다. 여름에 6-9학점 정도 들어놓으면 어쨌든 가을과 내년 겨울은 조금 더 여유 있게 보낼 수 있고, 만약 인턴을 못 구하더라도 연구 과제를 마지막 학기에 하면 되서 어쨌든 졸업은 하겠구나 싶었다. (원래 여름학기 자체가 존재하지 않아서 여름에 무언가라도 하기 위해 묻지마 인턴 지원을 계속 했던 거였는데 사실상 굳이 그럴 필요가 없게 된 것이다)
아무튼 4월 중순에 모든 게 마무리가 되었고, 중간에 Tableau 자격증도 하나 취득하면서 그래도 락다운 중에 뭐라도 하나 했다는 생각이 들긴 했다. 나중에 알게 된 사실이었지만 학점도 이상할 정도로 교수들이 후하게 줘서 학부 때 받아보지도 못했던 초유의 고학점을 받아서 다시 좀 자신감을 얻기도 했던 학기였다.
여전히 인턴 지원을 하던 4월 말, 어느 날 나는 메일 한 통을 받게 된다.
어느 회사의 매니저가 나한테 계약직 데이터 컨설턴트로 일해보지 않겠냐는 제안인데....
그리고 나는 인터뷰를 통과하고 6월부터 계약직 직원으로 일하게 된다 :)
자세한 이야기는 다음 편에 계속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