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Tom and Terri Dec 26. 2021

글로벌 뷰티 회사 인턴 후기

정말 만족스러웠던 캐나다 첫 직장에서의 1년

제목은 자극적이지만 그냥 평범한 인턴 후기다.

지난 글에도 밝혔듯이, 운 좋게 로레알 디지털 마케팅 부서의 데이터 분석 계약직(편의상 인턴)으로 5월 말에 조인을 하게 되었다.


그러나 이게 우리 매니저도 처음으로 원격으로 일할 사람을 받다 보니... 원래 회사 노트북이 지급될 예정이었으나 보안 상의 이유로 계약직 직원에게는 지급이 되지 않는다는 황당한 답변을 받고, 매니저가 내 개인용 컴퓨터로 일을 하되 또 이게 회사 보안 위규가 되지 않을지 답변을 받느라 왔다 갔다 하느라 약 2~3주가 소요되면서 실제 일을 시작하게 된 시점은 6월 말이다. 물론 팀원들과는 6월 초에 인사를 하였으나... (그래서 6월 초에 기분 좋게 밴프로 여행을 다녀왔다. 이 뒤로 한 번도 비행기 타고 여행을 못 갔다...ㅎㅎㅎ) 아무튼 결국 내 개인 컴퓨터로 회사 일을 약 1년간 하게 되었고, 전 직장은 사무실에서 스마트폰 카메라도 봉인해야 하는 그런 회사였기 때문에 내게는 큰 문화 충격이었다.

정말 다녀오기 잘했다는 생각이 든 밴프. COVID 초기라 사람도 아무도 없었다. ㅋㅋㅋㅋ


아무튼 내가 일하는 D2C (Direct-to-Consumer) e-Commerce 디지털 데이터 분석 팀은 매우 작은 팀으로, 내 매니저와 팀원 두 명이 전부였고 이번에 나와 내 MBA 동기 하나 (인도 Accenture에서 개발자로 일하다 온 친구)가 추가되었다. 내 매니저는 젊은 캐내디언 친구로 올해 초에 뉴욕 북미 본사 Director로 발령받아 간 아주 능력자였다. 특히 이 동네에서는 경력과 나이가 진급과는 크게 상관이 없다는 사례를 잘 보여준 친구이기도 하고, 여러모로 정말 고마운 친구이다. 그리고 팀원 두 명은 우리나라로 치면 사원/대리급으로 1년 간 일한 뒤에는 이런저런 고민도 얘기하고 따로 만나기도 하는 등 좋은 인연이 되었다. 특히 한 친구는 입사한 지 얼마 안 되었지만 나랑 나이도 비슷하고, 특히 아프리카 토고에서 이민을 와서 영어보다는 불어를 편해하고 성미는 아주 급해서... 일할 때 뭐 이런 인간이 다 있나 싶다가도 나중에 헤어질 때는 정이 많이 든 친구다.


느낀 점 및 좋았던 점 세 가지 정도를 적어보면,


1. 전반적인 회사 문화

- 우리 팀은 다섯 명뿐이었지만 나랑 인도 친구를 제외한 세 명은 아주 개성이 강한 친구들이라... 서로 의견 교환도 많이 하고 특히 매니저한테 저래도 되나 싶을 정도로 '막 나간다' 싶을 때도 종종 있었다. 우리 팀은 애자일 기반으로 돌아가고 있었는데, 정작 매니저는 너무 애자일을 지향하고 나머지 둘은 애자일 기반으로 일하는 것에 피로를 호소하고 있고... (그래서 나한테도 의견을 물었는데 정작 실수로 좀 바보 같은 답을 해서 분위기가 싸해졌던 흑역사도 있다. ㅎㅎ) 그런데 그렇다고 이 사람들이 일을 대충 하지도 않았고, 바쁠 때는 밤늦게까지 일하기도 하는 등 마냥 캐나다라고 야근을 안 하는 게 아니구나 하는 생각도 많이 들었다.

- 캐나다 로레알만 그런지는 모르겠으나, 여름에는 평일에 1시간씩 더 일하고 (7.5시간에서 8.5시간, 대충 아침 9시에 출근해서 원래는 4시 반까지 일하는데 월~목만 5시 반까지 일함) 금요일에는 다들 오전 3.5시간만 일하고 퇴근하는 쿨내나는 직장이었다. 개인 휴가도 물론 많고. 크리스마스이브부터 설날까지는 기본적으로 전부 휴무인 게 파격적이었다. 그리고 8월에는 매니저와 따로 만나서 커피도 한 잔 했고, 9월에 팀 피크닉에 참석해서 유관부서 사람들도 만나고, 팀 CDO (Chief Digital Officer)와 맥주도 한 잔 하면서 최대한 회사에 적응하려고 노력을 했다. 그 결과인지는 모르겠으나, 올해 봄 채용이 생각보다 늦어져서 답답해하고 있을 때 팀원들이 다른 회사 정규직 채용이 될 때까지 계속 있어도 된다며 걱정하지 말라고 해 줘서 정말 고마웠다.

- 그리고 계약직의 좋은 점은 굉장히 Flexible 하다는 점이다. 일단 팀 회의 2번 이외에는 거의 참석해야 할 회의도 없었고, 시험 기간이나 과제가 있을 경우 미리 Notice만 주면 한 주 정도는 일을 쉴 수도 있었다. 그래서 학기 전까지는 보통 주 30시간 정도 일하다, 학기 시작 이후에는 주 15-20시간 정도만 딱 한 것 같다.

아무래도 모두가 집에서 일하게 되면서 밤 시간에 이메일을 계속 체크하게 되고... 이건 미국/캐나다 직장 문화 같다. ㅠㅠ


2. 새로운 Tool들을 써볼 수 있는 기회

- 한국에서는 이 쪽으로 일을 전혀 해 본 적이 없다 보니... 사실 SQL 외에는 할 줄 아는 것도 없어서 내가 과연 이걸 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도 많이 들긴 했다. 그러나 막상 해 보니 '어 이게 되네'였다.

- 회사에서 주로 쓴 Tool들은 DOMO라는 데이터 분석 Tool로, 사실 우리나라에서는 거의 쓰지 않는 것 같다. 그러나 지금 회사에서 Tableau를 쓰고 있는데 막상 DOMO에 적응이 되고 나니 특히 Data Aggregation 측면에서는 DOMO가 훨씬 편했던 것 같다. 물론 초기 Data Table 세팅이 아주 오래 걸렸다고는 하지만... (내가 조인했을 때는 어느 정도 세팅이 되어 있었음) 그리고 Visualization 측면에서는 Tableau가 찾아볼 resource도 많아서 편하긴 한 것 같다. 그리고 인터뷰 때 SQL을 물어본 이유가 SQL을 모르면 DOMO를 거의 쓸 수가 없다...

- 그리고 말로만 들어본 Salesforce Marketing Cloud (SFMC), Google Analytics 등을 실제로 사용해 볼 수도 있었다. 그래서 e-Commerce 회사가 어떻게 이메일을 보내서 마케팅을 하고, 그 결과를 어떻게 보고 분석하는지 볼 수 있는 아주 좋은 경험이었다. 계약직들한테 이렇게 권한을 파격적으로 주는 회사도 없는 것 같은데 이렇게 기회를 주는 것만으로도 아주 감사할 지경이었다.

DOMO Visualization 예시. 사실 Tableau나 PowerBI랑 아주 큰 차이는 없다.


3. Engineer에서 Data Analyst로

- 처음 조인해서는 주야장천 대시보드만 만들고 있어서 '내가 개발자로 여기 조인한 건 아니지만... 뭐 이것도 나쁘진 않네' 하는 생각을 하곤 했다. 그러다가 같이 일하던 인도 친구는 싫증이 나서 그만두게 되었고, 다른 두 명이 조인을 하게 됨과 동시에 앞서 말했던 매니저가 다른 곳으로 발령이 나고 우리 팀에 새로운 디렉터가 오게 되었다. 유쾌함과 깐깐함이 공존하는 프랑스인 아저씨였는데, 이 아저씨는 애자일에 대해 아는 게 없어 정작 애자일은 최소화가 되었고 업무의 방향도 크게 바뀌게 되었다.

- 전에는 브랜드 매니저들에게 Dashboard 등의 제작을 통해 Data Support를 하는 방향이었다면, 이제는 실제 데이터 분석을 통한 Insight 발굴을 할 기회도 많이 생기게 되었다. 특히 새 디렉터가 Email Marketing을 좋아하는 사람이라 이 쪽으로 일을 할 수 있는 기회가 많았고, 지금 직장 매니저와 인터뷰를 할 때도 Email Unsubscribe/Spam 분석을 했다고 하니 이 이야기만 따로 10분 정도 할 정도로 정말 도움이 많이 되었다. 그리고 Data Aggregation보다는 분석을 강조하는 분위기로 바뀌어서, 좀 더 자유롭게 내가 '이런 거 하면 어떨까요'라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게 되었고 원하던 분석들을 해 볼 수 있게 되었다. 그리고 Data Integration 등의 프로젝트를 통해 '아 이런 게 이래서 필요하구나' 하는 것 또한 생각해 볼 수 있게 되었고.


지금 생각해봐도 그때 할 수 있었던 옵션 중 최상의 경험이었던 것 같다. 물론 Python이나 그런 직접적인 코딩 경험은 쌓지 못했지만 오히려 내가 몰랐던 분야의 마케팅이 어떻게 돌아가는지에 대해 알 수 있었던 것이 가장 도움이 되었다.

매거진의 이전글 캐나다 생활 Part 2. 인턴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