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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또 하나의 문화 Jun 30. 2020

코로나의 시간에 만난 고정희

고정희시인 29주기 해남 추모여행

해남고정희기념사업회는 올해에도 고정희시인의 29주기 추모회 <고정희, 기억의 시간>를 열었습니다. 

언제나처럼 유월의 첫 주말, 6월 6일 토요일, 코로나방역으로 인해 해남의 동인과 지인들로 치러진 오전 행사가 끝나고서야 서울에서 히옥스, 소영과 지현이, 그리고 제주에서 조한이 고정희시인의 생가를 찾았습니다. 다음날엔 제주-광주-서울로 오가느라 바빴던 록도 합류했습니다.

남도땅 해남의 붉은 흙과 고정희시인의 집을 그리워하셨을 여러 동인들을 떠올리며, 시인의 집과 미황사의 사진들을 몇 장 남깁니다. 내년 30주기에는 광주로, 한신대로, 안산으로, 여성신문사로, 서울로, 또 하나의 문화로, 필리핀으로, 지리산으로... 해남 송정리 시인의 집에서 시작된 삶의 여정을 따라 점점 더 넓고 깊어졌던 시인의 세계와 그 언어들을 다시 함께 만날 수 있기를 희망합니다.


1991년 6월 9일 지리산 등반 도중 돌아가신지 어언 29년. 해마다 고정희시인의 생가와 뒷산 묘소를 찾아온 동인들입니다만, 10주기 때부터 함께 해왔던 청소년시인들의 동행을, 올해는 같이 하지 못했습니다. 코로나19의 확산. 고정희시인이 살아계셨더라면 또 어느 새벽에 끝없는 시를 지어내며 우리 마음의 길잡이를 해주고 계시지 않을까 그런 생각도 했고요. 묘소 가까이 커다란 멀구슬나무는 부드러운 향기를 내뿜으며 오랜 친구들을 감싸주었습니다.


그래도 역시 해남고정희기념사업회는 여전히, 고정희시인을 기리는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었는데, 특히 시인의 생가를 리모델링하여 단장하고 넓히는 일을 마무리하였고, 새로 생긴 에루화헌(軒)에서는 해남의 문화공동체 '담소'의 음악가들이 고정희의 시를 노래로 만들어 불렀습니다. 에루화헌에서 '고정희 시인의 친구 조한입니다'로 시작한 조한동인의 떨리는 목소리의 인삿말에 해남 동인들의 마음은 다시 잔잔한 감동이 일었다고 하고요.

주 작곡가인 남도가수 한보리 님의 노래들은 서정적이고 아름다웠지만, 한보리 님의 생각에도 고정희 시인의 대부분의 시는 그 자체로 '판소리'라고도 했습니다. 담소가 지은 노래들은 곧 음원으로 제작되어 더 많은 사람들과 나누게 될 것입니다. 조만간 관련 소식을 또 전할 예정이에요. 


또문동인들을 기다리고 계셨던 미황사 금강스님은 코로나19로 인한 사회적 거리두기나 자가격리의 상황에 대해서 마음을 많이 쓰고 계셨어요. 자가격리2주간을 위한 명상법이나 자가격리해제자를 위한 템플스테이 같은 것도 잘 만들어봐야겠다고, 사람들이 혼자 고립되어 마음이 다치고 몸이 상하는 일이 없도록 건강하고 평화로운 마음을 돌보는 법을 잘 알려주고 싶다고 하셨어요. 자가격리해제 이후 돌봄을 위한 템플스테이를 잘 이용해보시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금강스님께서는 직접 채취한 햇차로 만든 백차를 내어 차담의 시간을 열어주시기도 했습니다. 금강스님의 방에는 어제 채취한 찻잎들이 말려지고 있었고요.


고정희시인의 큰 올케어르신께서는 몸이 예전같지 않다고 하셨지만, 멸치젓을 만들려던 참이라는 멸치젓의 양을 보고 모두들 깜짝! 아직은 그래도 정정하신 것 같아 다행스러운 마음, 그래도 일은 많이 줄이면서 앞으로도 쭉- 건강하시기 빕니다. 

시인의 집은 해남동인들의 노력으로 많은 탈바꿈이 있었습니다. 
1.  방에 보일러 공사 

2.  창틀과 문 교체 

3.  서재 와 생가건물 뒷간을 연결해서 작지만 활용도 높은 멀티공간 창출

4. 방에 천장을 걷어내고  서까래를 그대로 살려서 정리  

가 주로 변화된 내용이고, 그 외에도 부엌과 화장실 수선이며 유품 정리등이 진행중입니다.

서가 사이로 보이는 조한. 서가가 넓어진 느낌이 확연하죠?
마당에서 들여다보이는 방안 모습입니다.
서가 뒤로 돌아가면 숨어있는 듯, 마당으로 연결된 공간이 나오고
마당 가까이 작게 연장된 마루공간에서는 작은 시모임, 책모임도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내년 30주기에 참석할 채비를 하시는 동인들께서는 30주기와 관련된 여러 의견도 함께 (미리) 보내주셔도 좋습니다. 메일은 항상 열려 있어요. tomoon.tomoon@gmail.com 으로 언제든 의견 주세요. 


덧) 지난 3월 방송된 EBS 지식채널e의 고정희 편도 감상해보세요.
모든 사라지는 것들은 여백을 남긴다

 



2020. 6. 7. 또 하나의 문화 동인들
이명숙, 최은숙, 소영, 록, 조한, 지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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