록, 유나, 세나
(스크롤 주의! 글이 깁니다. 천천히 살펴봐주세요.)
글의 순서
어린이캠프 소개 (*후원계좌 있음)
27년만에 만난 또또와 노마
세 사람 이야기 (록, 유나, 세나 순)
우리가 또문어린이 캠프를 제주에서 하자! 판을 벌리다
(어린이캠프 소개)
신나는 어린이들의 생활기술 예술놀이 언플러그드 캠프
콤,마 Com,Ma는 어린이들이 생활 속 문제를 스스로 해결하며, 사람과 자연이 함께 공존하는 방식을 고민하는 친환경·언플러그드 어린이 캠프입니다. 어린이들의 하루는 누군가 대신 결정해 주는 일정으로 가득합니다. 콤마캠프는 그 하루 속에 어린이 스스로 선택하고 만들어 가는 시간을 마련합니다.
콤마는 자기표현 활동으로 어린이들을 만나 온 지역의 문화활동가들이 어린이들의 자율적이고 창의적인 놀이, 학습, 표현, 공존의 문화를 만들고자 양육자들과 함께 기획하고 진행하는 캠프입니다.
콤마는 화면보다 몸으로, 정답보다 대화로 하루를 채워가며 자율적인 일상의 연습장이 되려 합니다. 디지털 일상에서 잠시 벗어나, 요리, 목공, 미술 등 다양한 감각을 사용한 활동들을 통해 자신만의 생활기술과 아이디어를 실현해 봅니다. 자연의 재료를 수집하거나 버려진 물건들을 업사이클링하며 환경과 소비에 대한 사회적 감수성을 키우고, 모두의 다양성을 포용하는 놀이문화를 함께 실험합니다.
어린이, 양육자, 강사, 스태프 등 캠프 구성원들이 서로를 존중하는 수평적 관계 속에서 피어나는 공동체 정서와, 누군가의 일방적 돌봄이나 훈육이 아닌 모두의 협력과 교류 활동을 통한 상호 존중의 ‘관계 맺기’를 경험해 봅니다. 스스로 선택하고 책임지는 생활의 주체로 참여하며, 타인과 환경에 대한 책임 있는 관계 맺기를 경험합니다.
후원 안내
또문어린이캠프의 문화와 추억을 계승한 콤,마 Com,Ma 캠프는 어린이들이 일상 속에서 자율성과 감수성을 키울 수 있도록 많은 손길과 연대로 만들어집니다.
후원계좌: 301-0363-5873-71(농협 키위새유니온)
인스타그램: Comma.Commuart
2025년 3월 어느 날, <재주시간> 어린이 미술 전시회에서 록, 유나, 세나가 만난다. 재주시간은 유나와 세나가 제주 동쪽 마을, 구좌에서 운영하는 어린이 예술 프로젝트로 그날은 지난 6개월간의 작품을 지인들과 친구들에게 선보이는 자리였다.
90년대 말, 또문어린이 캠프에서 또또와 노마로 만났던 세 사람이 근 30년이 지나 제주에서 만난다!? 인연에 대한 신기함과 반가움을 미처 나눌 틈도 없이 그 자리에 참석한 어린이들의 양육자들이 먼 옛날의 제자(또또의 개념은 어느새 제자가 되어있었다)의 방문을 보고는 가볍게 축사를 요청했고 록은 이야기를 시작했다.
여러분과 비슷한 나이였을 때, 어느 어린이캠프(또문캠프)에서 유나와 세나를 만났고, 함께 그림을 그리며 놀았던 기억들을 되짚었다. 그러면서 무언가를 만들며 집중했던 시간들, 정답 없고 실패 없는 각각 표현들의 존중과 서로를 향한 격려의 경험이 자아존중감의 밑바탕이 되어 내가 좋아하는 일을 더욱 사랑하고 열심히 할 수 있게 된 원동력이 되었고, ‘내’가 잘하는 것보다는 ‘우리’가 즐거운 게 더 좋을 수도 있다는 걸 느꼈던 문화공동체의 감수성을 이야기했다. 그 경험이 어른이 될 때까지도 계속 힘이 되어준 든든한 버팀목 같은 추억이라는 록의 말에 진심어린 박수가 이어지고 록, 유나, 세나는 그날 이후 제주도의 이런저런 장소에서 만나며 또문어린이캠프를 진하게 추억한다.
세 사람 이야기 1 - 록
1997~1999, 또문어린이캠프 또또 ‘처키’
이건 무슨 캠프지?
또문어린이캠프에 처음 갔던 건 10살 때. 스키캠프, 영어캠프 등 기능적 훈련의 캠프를 주로 다녔던지라 무슨 캠프에 가는지도 모르고 참여했었다. (아마 엄마도 10살 아이가 이해하도록 설명하기엔 어려웠을지도) 근데 마냥 즐겁게 놀고 늘어지고 이런저런 활동들을 재밌게 했던 기억이 난다. 뭘 하러온 캠프였는지는 이미 머리에서 나간지 오래...
특히 인상적이었던 것은 일과가 끝나면 밤마다 모여 서로에게 다양한 이야기를 주고 받는 시간이 있었는데, 평소에 하기 어려웠던 불편함에 대한 이야기, 부끄러워서 전하지 못한 감사함의 이야기, 아닌척 했지만 어려워서 힘들었던 이야기들을 많은이들 앞에서 했던 것이 큰 경험이었다. 감정이나 생각들을 있는 그대로 말로 전달하는 것이 어려웠던 시기였다. 삐친 얼굴을 하거나, 상대방에게 퉁명스럽게 행동하거나, 마음에 안드는 또또를 배제하거나 하는 식의 행동들을 그 시간을 통해 해소할 수 있었던 것 같다.
다른 이들을 불편하게 하지 않고 나 스스로도 상처받지 않는 대화의 방법에 대해 처음으로 경험해 본 것 같았다. 이 캠프에서는 함께 지내는 시간에 대한 책임이 있는 1인으로서 나도 누군가를 챙겨줄 수 있고(그게 어른일수도 있고), 누군가가 나를 위해 무언가를 해주는 것은 당연하지 않으며, ‘정해진’ 역할 같은 건 크게 의미가 없다는 것을 은연중에 느꼈던 것 같다. 이 부분은 추후에 살면서 만나게 되는 다양한 사람들을 이해하는 데에 밑바탕이 되지 않았을까 싶다.
그때로부터 약 30년 후인 지금, 대학에서 미술을 공부하고 문화예술관련 일을 하며 살아온 나는 몇 년전 제주 서귀포로 이주하여 올해엔 동네에 조그만 갤러리 ‘키위새스테이션’을 열었다. 다양한 가치들을 예술로 발신하는 작업들을 기획하고 전시하는 프로젝트 중심 갤러리로 운영중인데, 그와중에 우연히 재미있는 경험을 하게 되었다. 갤러리가 있는 곳은 상업지역도 문화특성이 있는 번화가도 아닌 그냥 빌라들이 많은 작은 동네인데, 왼쪽으로는 서귀포서초등학교가 있고 오른쪽으로는 지역아동센터가 있다. 하교길의 어린이들이 조심스럽게 문을 열고 들어와 작품을 구경하기도 하고 나에게 이것저것 물어보기도 한다. 어떤 날은 성인관객보다 어린이 관객이 훨씬 많은 날도 있었다.
의아했던 부분은, 이곳 어린이들은 시간이 지나도 아무도 양육자나 보호자와 함께 오지 않는다. (서울에서 관련 일을 할때, 어린이들은 늘 어른과 함께(혹은 어른의 지휘 아래) 와서 다소 수동적인 태도를 보이는 입장이었다. 참여자의 주체도 늘 어른이었다.) 이유를 물어보니, 나의 예상과는 다르게 양육자들이 시간적으로 바빠서가 아니라, 어린이들이 독립적인 자기의 공간과 시간을 이곳에서(소위 말하는 어른감시자 없이) 자유롭게 쓸 수 있다는 데에 있었다.
갤러리에 오는 어린이들의 자율성과 내게 자기그림을 선물하며 보여준 창의성이 이 갤러리를 운영하는 데에 큰 보람과 즐거움이었다. 이렇게 자기의지가 확고하고 예술을 즐길 줄 알며, 표현을 나누는 것의 기쁨을 아는 어린이들을 그냥 놔둘 수 없었다! 게다가 서귀포는 제주도심과 달리 문화예술접근성이 굉장히 낮고 관광중심의 도시인지라 관광객 대상의 이벤트, 행사는 많아도 주민들을 위한 예술 경험의 기회와 공간이 없다는 점도 아쉬운 점 중의 한 부분이다. 이렇게 준비되어 있고, 에너지 가득한 어린이들이 있는데, 문화예술적 양분의 환경을 이 도시가 만들어 주지 않고 있다는 점이 안타까웠다. 조금만 더 가까이에서 제대로 기획한 프로그램이 있다면, 이곳의 어린이들이 그냥 예술을 향유하는 것을 넘어 세상의 다양한 것들을 옳게 바라보고 이해하는 감수성과, 지금 같은 자기표현의 즐거움과 나눔의 뿌듯함을 가진 채로 더 많은 것들을 안전하고 예리하게 탐구할 수 있을 텐데.
그러나 그동안의 삶에서 어린이들과의 직접적인 경험이 없던 나로서는 뭘 같이 해볼 수 있을까 고민하던 중, 제주시의 어느 작은 마을에서 어린이들과 미술작업을 하고 있는 아주 오래된 인연 가비와 세나를 만나게 되었다. 오랜 반가움과 각자의 근황에 대한 즐거움을 나누며 필연적으로 우리의 첫 인연인 또문어린이캠프를 회상하게 되는데.... to be continue....
세 사람 이야기 2 - 유나
1998~2000년, 또문어린이캠프 노마 ‘구미호’
또문과의 인연
때는 1998년. “유나, 너는 꼭 이거 들어야해”라는 동기의 말에 장필화선생님 여성학을 듣는다. 천둥벌거숭이였던 나는 자매애에 대한 수업시간에 주저 없이 손을 들어 리얼 자매 이야기를 시작한다. 수업이 끝난 후 “또하나의 문화 어린이 캠프에 와볼래”라는 허순희 선생님의 말씀으로 또문과의 인연이 시작된다. 수업이 끝나면 곧장 달려갔던 또문 사무실에서의 캠프사전모임, 또또들과 신나게 놀았던 그 여름의 계곡, 산발한 머리로 사방을 달렸던 처키(록 미안), 시간이 지나 외국어고등학교에 입학했다고 연락온 또또(별명이 기억나지 않아 미안). 그렇게 강렬하고 진한 경험이 내 인생에 들어왔고 소화력이 좋았던 시절의 나는 문화적으로 유연하면서도 단단한 사람이 되어간다.
갑자기 제주
2024년 3월. 세나와 나는 두바이에서 함께 일하자는 친구의 초대에 앞서 그간 고민해본 귀농귀촌의 일환으로 제주도를 가본 후 정하자에 한 표씩을 던졌고, 제주도 구좌에 일자리를 구해 바로 짐을 싸서 내려온다. 도착 후 일주일동안 나는 호텔에서 출퇴근을 하고 세나는 집을 구하며 제주도의 강한 바람과 함께 호되게 제주 삶을 시작한다. 조한이 근처에 계시다는 사실은 심적으로 실질적으로 큰 버팀목이었고 트렌치코트만 싸온 우리의 추위를 녹이기에 충분했다. 조금씩 자리를 잡아가며 사람들을 만나고 그들과의 깊은 인연이 생기고 그들의 아이들이 생활 속에 강하게 들어오며 우리는 '나나이모' 혹은 선생님이 된다. 그리하여 세나는 영어, 요가, 댄스 선생님으로 나는 창의미술 방과후 선생님으로 주중을 보낸다. 주말에는 둘이 함께 “재주시간”에서 도자기와 드로잉, 다채로운 예술 활동으로 이곳 제주의 아이들을 만난다.
세 사람 이야기 3 - 세나
1998~2001년, 또문어린이캠프 노마
또문과의 만남
1998년, 언니 가비(유나, 구미호)가 열정적으로 활동하던 또문 어린이 캠프가 재미있어 보여 기웃거리다 자연스럽게, 그리고 주체적으로 참여하게 되었다. 그 시기에 만난 노마들 중 일부와는 지금도 서로를 응원하고 사랑하며 지내고 있고, 니마들은 평생의 멋진 멘토들로 삶의 순간순간 불쑥 나침반처럼 존재한다.
또문과 하자의 양분으로 청소년기를 안전하고 즐겁게 보냈다. 또문과의 만남 이후 자연스럽게 하자센터에서 공부를 이어가게 되었고, 시인 고정희를 만나 「소녀들의 페미니즘」 활동을 하며 페미니스트로서의 고민과 시야를 확장해 나갔다. 하자작업장학교 졸업 이후에는 음악으로 무대에 서는 사람, 문화예술 교류 기획자, 청소년 창의 예술 교육 활동가, 무역업 등 관심을 가졌던 다양한 분야의 일을 하며 지내왔다. 이 기간 동안 우리 자매는 페루 리마를 포함한 여러 도시에서 지내기도 했다. 개인적인 프로젝트 외에, 어린이 보호 시설, 국가별 문화원 어린이 프로그램 등에서 지속적으로 어린이들과 만나왔다.
2024년 봄,
제주에 살게 되었다(가비와 나는 대체로 뜻이 잘 맞는 파트너다). 어느 지역에서나 그래왔듯, 이웃 어린이들과 어울려 대화하며 인구 밀도가 낮은 지역에서 기적처럼 많은 친구와 이웃을 사귀고 있다. 그 중심에는 가비와 함께하는 어린이 예술 프로젝트 ‘재주시간’이 있다. 또한 지역의 서너 학교에서 방과 후 선생님으로 지내며 뜻밖에 어린이들의 ‘인싸’가 되어버렸다. 밀도 있게 어린이들을 만나는 시간을 통해, 어린이 개개인이 지닌 다양한 즐거움과 어려움을 들여다보는 경험을 하고 있다. 한편으로는 제도권 학교의 문화와 ‘재주시간’이 만들고자 하는 문화의 차이를 체감하며, 그 간극을 줄일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하고 있다. 이러한 고민을 양육자 이웃들과 나누다 보니, 또문 캠프와 같은 경험이 지금 내가 살고 있는 지역의 어린이와 양육자들에게도 필요하다는 생각이 깊어졌다. 그 타이밍에 사고처럼 록이를 만나 또문 어린이캠프를 즐겁게 회고하였고, 추억을 넘어 실행의 여지와 열정이 우리에게 여전히 남아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지금, 우리 주변의 어린이와 양육자들에게 ‘또 하나의’, 또문 어린이 캠프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그 경험을 신나게 기꺼이 함께하고자 하는 마음이 샘솟는다.
2025년 10월 선흘포럼이 선흘과 함덕에서 열렸다. 오랜만에 선생님들을 제주에서 만난다는 것은 설레고 따뜻한 시간이었으며, 그 이후 함덕해수욕장은 이전의 함덕이 아닌 삶의 스승님들이 지나간 든든하고 풍요로운 공간으로 새롭게 자리한다. 그리고 그곳에서 다시금 만나게 된 록, 유나, 세나 우리 셋은 또문 어린이캠프가 우리에게 진하게 남긴 경험들을 또 다시 회상하며 슬슬 몸이 근지러워진다. (또또였던 록과 노마였던 유나, 세나에게 남아있는 또문어린이캠프의 이야기들을 각자 다른 시각에서 나누다보니 정말 천일야화였다.) 그리고 각자가 다양한 방식으로 어린이들, 혹은 양육자들을 만나며 느꼈던 감정과 생각을 공유하는데 대화들이 점점 그 옛날 또문어린이캠프의 이야기로 귀결되는 것을 발견하게 되어...
결국 “우리가 또문 어린이 캠프를 제주에서 다시 하자!”를 외쳐버린다.
유나와 세나가 운영하는 <재주시간>을 중심으로, 오고가는 어린이들과 양육자들을 만나 또문 어린이캠프의 이야기를 들려주고, 함께 기획단을 꾸려 양육자와 지역문화활동가와 어린이들이 함께 꾸리는 일을 기획하였다! (2025. 12. 29. 세나, 유나, 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