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현, 초대의 글
2022년 한 해는 소년과 함께 성장하려는 이들과 한 달에 한 번 대화모임을 가졌습니다.
책을 매개로 하자는 생각에 한 달에 한 권씩, 가볍게 읽을 만한 책들을 선정했지요. 모두 소년과 관련된 내용들 이었습니다. 처음 신청자는 꽤 많았습니다. 실제로 모임에 참여한 이들은 점점 줄어들었지만 오픈채팅방에는 여전히 스무명의 사람이 남아있습니다. 꾸준히 마지막 모임까지 남아 이야기를 나눈 이들은 5-6명이 될 듯합니다.
남자 고등학교에 재직하고 있는 한 멤버는 매 달 이 모임을 기다리며 배고픈 시간에는 저녁 식사를 하면서, 긴장을 풀고 싶을 때는 맥주 한 잔을 하며 참여한다고 했습니다. 초임교사인 그 이에게 이 모임이 든든한 울타리가 된 모양입니다. 지역에서 비폭력대화에 기반한 페미니즘 성교육을 실천하는 활동가들도 이 모임이 든든하고 새로운 시각을 갖게 되는 역할을 해 주었다고 했습니다. 사회복지사 되기를 준비하며 청소년들과 성교육 강사로 만나는 이도 다양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많이 배울 수 있었다고, 가끔은 청소년들을 만나는 것이 혼란스러울 때도 있었는데 도움이 되었다고 말해주었습니다.
모임을 구상하고 진행한 사람으로서 참 기쁜 반응이었습니다. 인상적인 것은, 이 모임에서 ‘든든함’을 느끼는 것은 주로 청년, 지역의 페미니스트 활동가들 이였다는 것입니다. 이미 자신의 공동체가 있는, 동료가 있는 혹은 경력과 경험이 자산이 되는 이들에게보다는 이제 막 청소년들과 만나기 시작한 이들이나, 교육 현장에 들어선 이들에게 이 대화모임이 절실했던 모양입니다. 그것도 저에게는 기쁜 일이었습니다. 청년들의 삶에 기여할 수 있다니요. 제가 가장 바라던 일이었습니다.
그래서 이 소소하지만 뜨뜻한 대화모임을 새해에도 이어가려고 합니다.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한 달에 한 번 만나고, 이번에는 두 달에 한 권의 책을 읽으려고 해요. 가볍지 않은 책을 고르기도 했고, 제가 발제를 하기로 했는데 그 부담도 좀 덜어 보려고요. 23년에 진행되는 대화모임 소식은 부지런히 공유하려고요. 저의 도전이기도 합니다.
코로나가 준 선물이라면 지역을 뛰어넘어 광역으로 서로 만나는 것이 가능해졌다는 것이죠. 더 많은 분들께 알려져서 지역의 분들께도 든든한 울타리, 아랫목, 정원이 되기를 바래요.
2023. 02. 02. 지현
※ 2022 소년과 함께 성장하기(세부내용 기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