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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또 하나의 문화 Jan 01. 2024

고정희시인의 생가가 달라졌어요

2023년 12월 해남 고정희시인 생가 근황

해남의 이명숙 동인이 전해준 사진들과 설명으로, 2023년 12월의, 고정희 시인 생가 리모델링 이후를 소개합니다.


고정희 마을 경관조성 사업 중 하나로 슬레이트 지붕 개량, 담장에 이어진 도로 정비, 그리고 마을 폐가를 마을주차장으로 확보하는 사업이 진행되었습니다. 


우선 허물어져가던 담장을 헐었고(사진의 왼편에 비죽 나와 있는 자동차 자리에 오래된 담장이 있었어요), 그 담장 안쪽에 (늘 완두콩 꼬투리 삶은 것을 나눠 먹었던 마당 한 편의) 슬레이트 지붕이 철거되었습니다. 해남 바깥에서 시인의 생가를 방문하던 많은 분들에게 사랑을 받았던 대문의 옥상을 기억하시지요? 옥상으로 올라가는 계단이 계속 허물어지고 있어 이번에 철거되었는데, 이후에 다시 계단을 만들지 않아 더이상 대문 위 옥상으로 올라갈 방법이 없어져버렸다고 해요. 

담장이 사라진 생가 마당의 슬레이트 지붕 자리와 창고건물이 헐린 뒤에, 그 자리에는 엄청 큰 정자가 들어섰네요. 묘지 입구에도 똑같은 정자가 설치되었어요. '청빈, 고행, 묵상'을 마음에 담고 살았던 시인의 행적을 떠올리니 개인적으로 조금 아쉽습니다. 그럼에도 마을 주민들께서는 시인에게 그 정도의 선물을 선사하고 싶으셨던 것이리라 위안해봅니다. (개인적으로는 정말 죄송스럽게도, 남도의 시인이셨는데 호가 '설원'(雪原)이셨던 것을 대문의 사진 - 송정마을 종합안내도를 보고서야 알게 되었어요. 나중에 왜 그 '설원'이셨는지 다른 동인들께 여쭤보고 싶습니다.)

시인의 생가가 있는 마을도 이제는 '삼산면 송정리'의 '송정길'에서 '고정희길'로 변경되었다고 합니다. 마을 초입부터 생가까지 도로 정비가 되고, 고정희 시인소개와 싯구들이 단장된 담장을 따라 전시되고 있습니다. 마을 폐가도 마을 주차장으로 확보되어 방문객들의 편의를 높였다고 하고요. 올해(2024년) 6월에는 다시 시인의 마을 방문을 추진해볼까요? 



'설원'이 등장하는 시인의 시 한 편과 십 년 전, 마당에서 벌어진 고정희 포럼 사진을 붙이며, 시인의 마을 리모델링 이후 소개를 마칩니다. 

전쟁과 핍박이 난무하는 이 시대에 조용히 준비 중인 시인의 탄생을 다시 기다리며...



탄생되는 시인을 위하여


고정희


우리 서로 문 닫고 혼자인 밤에는

사는 것이 돌보다 무거운 짐 같고

끝내는 눈 덮인 설원(雪原) 하나 곤두서서

더운 내 부분을 지나갑니다

무사한 날을 골라 반기는 그대

우리는 정말 친구인가요?

우리는 정말 시인인가요?

캄캄한 어둠이 우리 덮는 밤에는

제 십자가 무거워 우는 소리 들리고

한 사람의 시인도 이 땅에는 없습니다.




2024. 01. 01.

히옥스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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