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언니의 딸, 그러니까 나의 첫 조카가 생후 3개월만에 백혈병 진단을 받았다.
그 생후 3개월짜리가 두 돌이 될 때쯤 아빠는 식도암 4기라는 진단을 받았다.
'부모님 간병 휴직' 이라는 생소한 이유로 내가 휴직을 하고 두 달이 됐을때 후배가 내게 연락을 해왔다. 후배는 사실 어머니께서 암투병 중이었고, 갑작스럽게 상태가 나빠져서 연명치료 중단 동의서를 썼다고 했다. 그러면서 남은 시간이라도 잘 보내고 싶다고 했다. 그러면서 휴직 절차를 내게 물었다. 얼핏 비슷한 상황처럼 보일지 몰라도 후배는 나보다 더 힘든 시간에 놓여있었다. 내가 해줄 수 있는 것은 휴직 절차를 알려주는 것 뿐이었다.
그리고 정말 일주일도 지나지 않았을때, 나와 한 기수 후배가 간단한 수술 도중 상황이 나빠져 뇌사에 가까운 상태에 이르렀다는 소식을 들었다. 같은 팀에서 동고동락했던 사이의 후배다. 후배는 3주 뒤 결혼을 앞두고 있다. 뇌사일수도 있다는 이야기가 흘러나온다. 연차는 1년 터울로, 나이는 동갑이다. 같은 팀에서 일하면서 가깝게 지냈던, 우직하고 성실한 친구다. 그 친구가 하루 아침에 사라질지도 모른다는 이야기였다. 괴로운 마음이 덧입혀지고 덧입혀져서 이제는 감당하기 어려울 지경이다. 도대체 정말 어떻게 이럴수가 있나?
아빠가 곧 죽을지도 모른다고 했을때 나는 너무 힘들어서 믿지도 않는 신을 찾았다. 힘들다보니 신은 존재할 것이라는 믿음이 생겼다. 근데 과연 신은 있을까? 생후 3개월이 죽어야하는, 이제 결혼을 막 앞둔 34세 청년이 죽어야하는, 정년퇴직 후 인생 2막을 시작하는 장년이 죽어야 하는, 금지옥엽으로 키운 딸이 이제 막 사회에 나가는 모습을 보는 중년이 죽어야하는 신의 뜻은 뭘까.
갖다 붙이기 나름이겠지만 나는 신은 없고 신의 뜻도 없다고 생각한다. 잠시나마 내가 신에게 의탁했던 그 순간이 부끄럽다. 악령의 시간이라 해석할수 밖에 없다. 제발 신의 뜻을 느낄 수 있는 시간이 오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