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했던 후배가 황망하게 세상을 떠났다.
휴직 중에 후배가 나더러 휴가를 갔냐고 묻기에, 아빠가 아파서 휴직을 했다고 말했다. 후배는 아빠를 위해 기도하겠다고 했다. 그리고 후배는 3개월 만에 우리 곁을 떠났다.
참 우직하고 착한 친구였다. 후배가 수습으로 들어왔던 해 나는 사건팀이었고, 그 후배가 재미있는 기삿거리를 물어와서 크게 썼던 기억도 난다. 수더분하고 털털한 성격 탓에 자주 놀리고 장난을 치고 싶은 후배기도 했다.
입사로 따지면 후배지만, 나이도 동갑이었고 훨씬 어른스러운 친구였다. 사건팀 이후 3년 만에 정치부 정당팀에서 다시 일하게 됐을때 느낀 인상이었다. 좋은 게 좋은 거고, 웬만한 일에는 무던하게 반응하던 친구. 그러면서도 본인의 일에 대해서는 흥미와 열정도 가지고 있었다.
한마디로 좋은 사람이었다. 착하고 우직하고 성실한 사람. 누군가를 미워해서 해하고 싶어하거나 마음에 담아두는 일이 없었다. 내가 선배로서 다독여주고 이끌어주기는커녕 역할이 바뀌는 일도 많았다.
나는 이 갑작스러운 죽음에 대해 계속 똑같은 의문이 든다. 신의 뜻이 있을텐데, 그 뜻이 뭔지 도저히 해석이 안 된다.
신을 믿고 싶지도 않은 지경에 이르렀지만, 신이 없다 생각하면 완전한 끝이기에, 신이 후배를 잘 인도했기를 바라면서 신을 찾는다.
삶에 대한 내 태도를 어떻게 설정해야할지도 모르겠다. 살아있다는 게 기적이라는 흔한 경구처럼 살아있는것만으로도 감사해야할지, 이렇게 이유도 모른 채 세상과 이별을 해야하는게 인생이라면 무슨 의미가 있을지.
최근 3년 죽음과 참 가까이 있었던 것 같다. 생후 3개월 된 조카는 백혈병을 진단받고 투병 중이고, 아빠는 4기암을 판정받고 치료 중이며, 가까운 후배는 영원한 안녕을 고했다. 나는 내 남은 삶을 어떻게 보내야할까. 나는 삶을 긍정해야할까 부정해야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