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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톰소여스쿨 May 26. 2018

톰소여 모먼트
Tom Sawyer Moment

현실을 직시하고 슬기롭게 헤쳐가는 지혜의 순간

톰소여는 폴리 이모로부터 페인트칠을 하라는 명령을 받고나서 온갖 고민을 한다. 분명히 친구들이 놀러가면서 일하고 있는 자신을 보고 놀려댈 것이 뻔했다. 자존심 상하는 일이다. 전쟁놀이를 하면 대장을 도맡아서 뛰어노는 톰소여의 체면이 말이 아니다. 이 상황을 빨리 벗어 나고 싶다. 30미터 가까이나 되는 높고 긴 벽을 무슨 수로 칠한단 말인가? 

물길으러 가는 흑인 꼬마 짐에게 일을 바꾸어 보자고 시도하지만 이내 폴리 이모의 감시망에 걸려들어 무산되고 만다. 이제 별 방법이 없다. 폴리이모가 옆에 있을 때는 그나마 칠하는 시늉이라도 했지만 이모가 자리를 떠나자 이내 힘이 빠진다. 인내심이 한계에 이르렀다. 이제 더 지친다. 암울한 세상이다. 새소리가 저렇게 맑고 즐거운 것은 불공평하다.

톰소여는 그 날 즐기기로 했던 계획을 다시 한 번 돌아본다. 잠시 후면 자유(?)의 몸을 가진 친구들은 톰소여를 놀려대며 즐거운 소풍을 가듯 놀러가며 페인트칠 노동교화형에 처해진 톰소여의  업장을 스쳐갈 것이다. 톰소여는 자기가 갖고 있는 장난감으로 친구들을 꼬셔서 일을 시켜볼 생각을 해냈다. 뭔가를 주면서 일을 시키는 상황은 아주 상식적인 일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톰소여가 친구들에게 댓가를 주고 시키려 했던 대목을 잘 기억하지 못한다. 친구들을 유혹하여 페인칠을 시키는 이야기가 워낙에 임팩트 있고 인용 사례로 많이 등장해서 그런지 앞선 이야기를 눈여겨 읽어본 사람은 별로 없다. 설사 읽어봤었다 하더라도 곧 잊혀졌을 것이다. 사실 클라이막스에 관한 이야기도 아니기 때문에 오랜 시간 지나고 나서도 기억하고 있기란 쉽지 않다. 어찌 보면 숨겨진 뒷얘기가 아니라 잊혀진 에피소드정도가 될 것이다.

톰소여는 주머니에 들어있는 밑천을 꺼내어 널어 놓아 본다. 장난감과 대리석 부스러기 몇개와 쓰레기뿐이다. 한 사람을 잠깐 일시킬 정도는 되겠지만 30분의 자유시간을 살 수 있는 댓가에도 못 미치는 쓸모없는 잡동사니들 뿐이다. 이내 생각을 접고 고민에 빠진다. 가진 것이 부족하다 보니 누군가에게 댓가를 주고 노동을 시킬 수 없게 된 것을 깨닫는다. 주머니에 아무것도 없는 상태에서 무료로 일해줄 노동력을 구해야 했다. 이 상황을 과연 어떻게 반전시킬 수 있을 것인가?

톰소여의 에피소드를 인용해서 씌여진 여러 가지 글을 읽어보면 일을 놀이로 만들었다는 해석이 대부분이다. 책 읽은 지 너무 오래되어 잘못 이해했을 수도 있다. 마크 트웨인은 톰소여가 일을 놀이로 만들었다고 이야기 하지 않았다. 마크트웨인은 사람들에게 무엇인가를 간절히 원하게 만들려면 그 것을 얻기 힘들게 느끼도록 해야 한다고 표현했다. 누가봐도 명백한 노동을, 경험하기 힘든 진귀한 기회로 만든 것이지 일이 재미있어 보여서 댓가를 주고 놀이를 한 것은 아니었다. 

톰소여가 생각해낸 이러한 반전 스토리는 자신이 처한 현실을 새롭고 낯선 시선으로 다시 생각해 보았기에 가능한 것이었다. 톰소여가 가진 장난감이나 먹을 것이 충분했더라면 이야기의 전개는 사뭇 달라졌을지도 모른다. 우리는 대개 상식적인 선에서 생각을 하다가 멈춘다. 남을 고용할 여유가 안되거나 사업을 하려는데 돈이 없다면 포기하거나 좌절할 것이다. 그러나 성공한 사업중에는 충분한 자산 없이도 시작된 경우도 많다는 점에 주목하면 좋겠다. 오히려 결핍(hunger)이 에너지와 생각의 원천이라고 토니 로빈스는힘주어 말한다.

이 암울하고 희망없는 순간에 번뜩하고 영감이 톰소여에 떠 올랐다.
바로 톰소여 모먼트이다.
톰소여 자신이 스스로의 상황을 받아들여 고민을 시작하자 자신의 고민을 해결할 세렌디피티가 찾아 온 것이다.
'톰소여의 모험'에서 영감이 떠오른 순간 '톰소여 모먼트'가 등장하는 장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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