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데일리 루틴을 2017년부터 7년 동안 쓰고 있다. 계기는 체크리스트와 관련된 책을 읽으면서였다. 책 제목은 기억나지 않지만, 아직도 떠오르는 핵심 내용은 '매일 반복해서 하는 업무라도 체크리스트를 만들면서 하면 실수하지 않는다'였다(저기서 말하는 체크리스트는 우리가 맥도날드 화장실을 가면 볼 수 있는 그 체크리스트다). 저기에 아이디어를 얻어 나만의 데일리 체크리스트를 쓰기 시작했다.
루틴 쓰기 7년 차가 된 방구석 루틴 전문가로서 루틴의 첫 번째 팁은 일단 써보는 것이고 두 번째 팁은 '되도록' 매일 쓰자이다.
다이어리에 볼펜으로 루틴 기록을 하거나, 스마트폰의 기본 메모 앱, 심지어 PC의 메모장 프로그램으로 해도 된다. 도구는 상관없다. 일단 써보는 것이 중요하다. 장담컨대 자신만의 루틴 쓰기를 지속한다면, 도구는 계속 바뀐다. 지속적으로 자신의 루틴 기록에 개선점이 보일 것이고 그에 따라 적합한 도구를 찾을 것이기 때문이다.
나도 7년 동안 루틴 기록을 하며 도구는 4~5번 정도 바꾸었다. 필요에 따라 루틴의 내용이 조금씩 바뀌면서 도구도 바뀌었다. 현재는 루틴 관련 앱을 올해 2월부터 쓰고 있다. 바로 직전에는 노션을 3년 동안 사용했고 이전에는 3년 동안 네이버 메모를 사용했다. 간간이 종이에 적기도 했다. 종이에다 기록할 때는 손맛이 좋긴 한데, 보안(혹시 누가 볼까 봐..)과 반복해서 적어야 하는 리스트가 많으면 많을수록 손이 아팠다.
도구를 바꾸면서도 중요시했던 부분은 편의성이다. 하루 중 어떤 상황에서든 기록을 쉽게 할 수 있어야 기록 허들이 낮아져서 스마트폰으로 기록할 수 있어야 했다. 그리고 일주일 또는 한 달간의 루틴 기록을 한눈에 보고 회고할 수 있도록 노트북이나 태블릿으로도 볼 수 있어야 하는 것도 중요했다.
굳이 '되도록'을 강조한 이유는 매일 쓰는 게 정말 어렵기 때문이다. 스스로 루틴 쓰기를 시작하고 또 루틴 쓰기가 자신의 일상에 큰 효과를 가져오더라도, 끊기는 상황이 발생한다. 외부적인 요인도 있고 내부적인 요인도 있을 것이다. 나도 불과 작년까지만 하더라도 매일 루틴을 쓰지 않은 경우 스트레스를 받았다. '하루에 게임 한판 할 시간은 있으면서 고작 이걸 안 썼어?' 하는 식의 자책을 많이 했다. 쓸 수 없는 상황이 많이 펼쳐졌다(그 상황 중에 '그냥 쓰기 싫어서'도 포함된다).
이렇게 스트레스받을 필요 없다. 스스로 하루하루를 잘 살아보겠다고 루틴을 썼는데, 자책하면서 스트레스를 주면 다시 시작하기 망설여진다. 중요한 것은 다시 시작하는 것이다. 이 글을 쓰는 지금 나도 최근 일주일 동안 루틴 기록을 하지 않았다. 그리고 오늘 다시 시작했다. 신기한 점은 루틴 기록을 하지 않은 일주일 동안에도 내가 적은 루틴대로 일상을 엇비슷하게 해나가고 있었다. 끊기더라도 지속만 한다면 이렇게 되는 것 같다.
최근 이직 준비를 하면서 내가 진정으로 좋아하는 일이 무엇인지를 찾고 있다. 그중 하나가 루틴이다. 나는 루틴처럼 계획하고 기록하고 개선하는 이런 직업과 업무가 나에게 알맞은 듯하다.
혹시 자신만의 루틴을 만들면서 고민이 있으시다면, 메일로 편하게 연락주세요. 다른 분들의 루틴 고민을 듣고 같이 해결해 나가는 것이 저에게도 큰 배움이 될 것이라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