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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남배추 Sep 03. 2024

백일동안 매일 쓰는 일기

양가적인 감정은 힘들어

내가 항상 고통스러워하는 감정이 있는데, 그건 바로 양가적인 감정이다. 내 안에는 여러 인간이 존재하는지, 열렬히 배우며 성장하고 싶어 하는 모습이 있는 만큼,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은 나도 있다. 그래서 뭔가를 하겠다며 새로운 학원에 등록해 놓고는, 가기 싫어서 발버둥을 치며 스트레스를 받곤 한다. 내가 벌이고 스스로 고통받는 그런 선택들이 수 없이 많아서, 엉덩이 딱 붙이고 살자고 다짐하지만, 아무것도 하지 않는 삶이 다시 괴로워진다. 물론 뭔가를 하는 삶도 피곤하지만..


내성적 성격의 나는 최근 들어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길 희망하고 있다. 특히 나와는 다른 세계관을 가진 이들을 만나고 싶다는 갈망이 큰데, 웃긴 건 바로 옆에서 근무하고 있는 직원분과도 마음을 터놓고 이야기하진 않는다는 점이다. 물론 사이가 나쁜 것도 아니지만, 보통 업무이야기를

빼면 거의 ‘안녕하세요’와 ‘맛있게 드세요’, ‘내일 뵙겠습니다’ 정도 말하는 관계이다. 업무이야기만 하다가 다른 이야기를 선뜻 터놓고 하기에도 뭔가 어색하다 보니 더더욱 이런 패턴이 고정되어 버린 것 같다. 게다가 나의 성향자체가 친해지는데, 생물의 진화속도만큼 오래 걸리는 탓도 있다. 그나마 회사 어린 시절 동료들과는 친해서 다행이란 생각뿐이다. 어쩌면 이제 더 이상 회사사람들과 친해지기란 너 회사 때가 너무 묻은 건가??


그리하여 새로운 기회를 엿보면서 원래 있던 기회를 놓치며, 쉬운 방법이 있는데도 돌아가기 일쑤다. 내가 사람이라서 그런 것도 있겠지만, 어쩌면 더 조심해야 하는 관계이기 때문에 조심스러워하다가, 그 조심스러움이 극을 다해 좀처럼 좁힐 수 없는 간극이 발생하는 건 아닌가 싶다.


조금 나아진 게 있다면, 내 머릿속에 활개를 치던 여러 가지 생각들이 구름처럼 이리저리 떠다니도록 내버려둔다는 게 아닐까. 구름 따위 잡으려고 노력하지 않는다. 잡으려 해도 잡히지 않는다. 품에 안고 있어 봤자, 손에 남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그저 자유롭게 떠나감을 바라볼 뿐이다. 물론 몸상태가 별로인 날에는 잡으려고 애쓰기도 한다.


1년 동안 양해를 구하여 업무시간을 단축했건만, 아직도 이 모양이니 분명 하루 종일 일하게 되면 어쩌려나 싶다. 그래도 인간이란 또 나름 적응해 나가는 객체이니 어찌어찌 되겠지.


어차피 인생에 내 마음대로 계획대로 되는 것이 없다면 최소한 내 마음대로 살려고나 노력해 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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