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글에 이어지는 내용이다.
지난 글이 "20분 고민하기"였다. 혹시라도 오해가 없기를 바라는 마음에 중언부언일지 모르나 한 가지 밝힌다면, 이 주장은 모든 학생들을 대상으로 하지는 않고 있다. 적어도 공부를 열심히 하고자 마음먹었지만, 뭐를 어디서부터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서 힘들어하는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다는 점을 확실히 밝혀두는 바이니, 케이스 바이 케이스로 태클 거는 일이 없기를 바란다. 최상위권 학생들이 고난이 문제집을 풀고자 할 때는 이 주장은 무의미해진다. 또한, 하위권 학생들이 기초적인 부분을 공부할 때도 마찬가지이다. 각각의 상황별 처방은 개별적으로 내려야 효과가 있을 것이다. 이 글에서는 일반적인 적용법을 이야기하는 것이다.
지난 글 말미에 3권의 책을 1번 공부하는 것보다 1권의 책을 3번 공부하는 것이 보다 효과적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번 글에는 이에 대한 방법론을 간단히 소개하고자 한다.
대형서점에 가보면 수학 문제집의 종류가 얼마나 많은지 실감할 수 있을 것이다. 20년 넘게 수학을 가르쳐 왔지만, 필자도 모르는 책이 허다하다. 이 중에서 자신에게 잘 맞는 교재를 고르는 것은 매우 쉽지 않은 고민거리이기도 하다. 하지만, 학생들은 선택권이 그리 많지 않다. 학교 교과서는 학교에서 정해놨고, 학원 역시 각 반에 맞는 교재가 정해져 있다. 학생 입장에서 자신이 원하는 교재를 가르치는 선생님을 선택할 수도 있지만, 이 역시도 그런 시스템의 학원은 고등학생 혹은 재수생 대상으로만 있을 뿐, 중등부 이하에는 본 적이 없다. 그러니, 교재 선택에 관한 이야기는 따로 해야 할 것이고, 이미 고른 교재 혹은 부여받은 교재를 공부하는 방법을 이야기하고자 한다.
자, 수학 문제집 1권을 공부한다고 가정해 보자. 어떤 책이건 간에, 그 책 안에는 나름대로의 수준별 구성이 되어 있다. 그 책을 공부하는 학생의 레벨을 기준으로 하, 중, 상의 문제 구성이 되어 있을 것이다. 앞서 언급했듯이, 최상위권이나 최하위권 학생들을 대상으로 하는 좁은 분야의 책은 이 방법론의 대상이 아니니 참고 바란다. 아래에 서술하는 방법은 책 한 권 전체를 공부할 때도 적용이 되고, 학교진도에 맞춰 단원별로 공부할 때도 적용이 될 것이라고 믿는다.
(1) 첫 번째 공부
이론 공부가 어느 정도 되었다고 보고 문제를 풀기 시작한다. 반드시 연필이나 샤프로 풀기를 권하고, 가능하다면 책에 풀지 말고, 연습장이나 이면지 등 다른 종이에 풀 것을 강력히 권한다. 책 순서대로 푼다고 했을 때, 순수하게 자기 실력대로 문제를 풀어나간다. 절대 공부할 때는 찍으면 안 된다. 모르는 문제라고 해서 찍어서 맞게 되면 무의미한 게 아니라, 매우 나쁜 결과로 이어지게 된다. 이는 두 번째나 세 번째 공부할 때에 치명적인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 그러니, 모르는 문제가 나오면 찍지 말고 모르는 문제에 해당하는 표시를 하며 자신에게 솔직하게 풀어나간다. 문제 하나하나 답 맞추지 말고, 반드시 소단원정도 하나를 풀고 나서 채점을 해본다. 이게 그리 간단치가 않으니, 끈기를 가지고 해야 한다. 그렇게 채점을 하고 나면, 당연히 맞는 문제가 있고, 풀었지만 틀리는 문제, 아예 모르는 문제 등이 있게 되는데, 이를 문제 번호 앞에 나름의 구분 기호로 표시해야 한다.
① 정상적으로 풀어서 맞은 문제 : 빨간 펜으로 큼직하게 동그라미
② 제대로 풀었지만, 단순한 계산 실수로 틀린 문제 : 번호 앞에 삼각형
③ 풀어서 맞았지만, 확신이 안 가는 문제 : 번호 앞에 물음표
④ 풀었는데, 방법이 잘못되어 틀린 문제 : 번호에 큼직하게 사선(/)
⑤ 아예 모르는 문제 : 형광펜으로 네모 표시
이처럼 5가지 정도로 구분하면 큰 무리 없을 것이다. 각자 나름의 방법으로 다르게 표시해도 되니, 이는 자율에 맡긴다. 아무튼, 이런 식으로 문제들을 풀어나가면 자신에게 보다 솔직해질 수 있음을 느끼게 된다. 많이 틀렸다고, 많이 모른다고 부끄러워할 필요 없다. 어차피 풀어서 거의 다 맞을 정도라면 그 문제집을 안 풀었을 테니 말이다.
채점을 한 후, 바로 할 일이 있다. ②번 케이스의 경우 즉 풀긴 풀었으나, 단순 계산 실수로 틀린 문제는 바로바로 확인하며 다시 풀어서 실수를 교정하도록 한다. 그래서 이해하는 데 별 문제가 없다면 바로 큰 동그라미로 덧칠해도 된다. 채점 후 바로 처리하는 것이 좀 귀찮은 작업일 수 있으나, 귀찮아야 한다. 그래야 다음번에 실수를 줄이고자 계산에 좀 더 집중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런 방법으로 한 단원(시험공부라면) 혹은 한 권(수험 공부라면)을 다 풀고 책을 훑어보면 동그라미가 어느 정도 되는지 스스로 알 수 있다. 그 상황이 당시의 본인 실력일 것이다. 뿌듯한 사람도 있겠고, 다소 실망한 사람도 있겠지만, 완벽하게 다 맞은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러니 마음 고쳐먹고 다시 한번 도전한다.
(2) 두 번째 공부
두 번째 풀 때는 ③, ④, ⑤ 케이스에 해당하는 문제들만 풀어본다. 그래서 책에다 풀면 안 좋다는 것이다. 책에 덕지덕지 풀어 흔적이 있다면 아무래도 새로운 마음으로 풀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또한 앞서서 언급하기를, 찍어서 맞게 되면 치명적이라 했는데, 두 번째 공부할 때 혹은 세 번째 공부할 때에는 처음 공부할 때 찍어서 맞춘 문제와 풀어서 맞춘 문제의 구별이 사실상 되지 않는다. 그렇다면 찍어서 맞은 문제를 두 번째, 세 번째에는 다시 안 풀게 되므로, 이는 영영 모르는 문제가 되고 만다. 치명적이지 않을 수 없다. 그러니 공부할 때는 절대로 찍지 말기를 권한다.(단, 시험이라면 모르는 것도 당연히 찍어야 하겠지요...^^)
두 번째 풀 때도 처음과 마찬가지로 소단원 단위로 채점을 하는데, 동일한 구분 표시를 한다. 두 번째 풀어서 맞게 되는 문제가 분명히 생길 것이다. 그렇다면 자신 있게 큰 동그라미를 해라. 물음표 위에, 사선 위에, 형광펜 네모 위에 빨간 동그라미가 많아질수록 본인의 실력이 향상되고 있음을 보여주게 된다. 스스로 뿌듯해짐을 느낄 수 있다. 하지만, 두 번째임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풀어도 틀리는 문제, 모르는 문제가 존재하게 된다. 가슴 아프지만, 같은 방법으로 구분표시를 덧칠해야 한다.
두 번째 공부 이후에는 자신이 풀고도 틀렸던 문제들과 몰랐던 문제들에 대한 이론 공부를 보강해야 한다. 자신의 약점이 발견된 것이다. 약점을 보완해야 실력이 탄탄해지는 법이다. 어떤 방법을 택하건 보완해야 한다.
(3) 세 번째 공부
세 번째도 마찬가지, 책을 펴고 동그라미 없는 문제들만을 다시 풀어야 한다. 두 번이나 틀렸고, 이론적 보완도 했다면 처음 풀 때 어려웠던 문제도 상당히 접근성이 좋아졌음을 스스로 느끼게 된다. 그렇게 세 번째 풀고 다시 채점을 한다. 책 혹은 단원 전체로 봤을 때, 상당히 동그라미가 많음을 알게 될 것이다. 하지만, 여전히 모르는 게 있을 것이고, 그런 문제들은 골치 아픈 대상이 될 수 있다. 그런 문제들에 대해 필자는 세 가지 방법을 제시한다.
① 끝까지 물고 늘어져서 내 것으로 만들고야 만다.
- 학교, 학원, 과외 선생님이나 친구들 등등 수단 가리지 말고 이해될 때까지
물어본다.
② 이해 안 될 거 같으면 외운다.
- 세 번이나 풀어도 이해 안 된다면, 꽤나 특이한 문제일 가능성이 있으므로,
외우는 것도 좋은 방법이 될 수 있다.
③ 이도 저도 안 되면 그냥 잊는다.
- 일반적인 내용을 이용한 문제가 아닌 특수한 내용을 다루는 문제라면 시험에
나올 확률이 매우 낮다. 100점이 목표가 아니라면 그냥 잊는다.
만일 시험에 나오면 찍자.
이상의 내용이 1권을 세 번 공부하는 방법이다. 마지막에 제시한 한 줄은 극단적인 방법이니, 그다지 권하지 않지만, 분명히 하나의 선택이 될 수 있다. 다만, 그 선택이 너무 많으면 매우 곤란해질 것이다. 이런 방법으로 문제집 한 권을 마스터한다면 사실상 학교 시험은 거의 다 맞을 수 있다고 자신한다. 이 방법이 3권을 한 번씩 푸는 것보다 시간도 훨씬 적게 소모된다. 만일 시간이 남아서 다른 책을 풀고 싶다면, 같은 방법으로 두 권을 풀기 바란다. 현실적으로 3권을 3번씩 푸는 것은 어렵다고 생각한다. 수학만 공부하는 것이 아니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