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철북: 권터그라스
구좌읍 상덕천, 하덕천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제주에 사는 사람도 모르는 경우가 있다. 양철북에는 폴란드와 독일에 및 그 주변 지역과 도시 이름이 무수히 나온다. 작가는 왜 이렇게 세세한 지명을 빈번히 표현했을까?
양철북에서 주인공 오스카 주변에 있는 대부분 인물은 죽는다. 자연사 박물관에 있는 목각 인형과 섹스를 하려다 죽기도 하고, 소련군에게 총을 맞아서 죽기도 한다. 여러 죽음을 오스카는 무심히 바라볼 뿐이다. 오스카에게 충격적인 죽음은 없다. 허무하게 죽어간 인간이 지은 지명은 허무함 중에 가장 큰 허무함이다. 결국 독자는 지명이 나오면 읽지 않고 그냥 무심히 넘어간다. 마치 오스카가 죽음을 대충 넘기는 것처럼 독자도 지명을 대충 읽으면서 지명의 허무함을 느껴보라는 권유처럼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