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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섹시한 사람

프로이트 정신분석 입문

by labelby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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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가장 잘 설명하는 단어는 독서다. 나의 몸은 이마트에서 온 음식과 제주의 공기로 만들어졌다면 내 생각, 말, 느낌은 모두 책에서 왔다. 내가 가끔 독창적인 말을 한다면 짜깁기의 결과지 나의 생각과는 아무런 관련이 없다. 독서만으로는 배출되지 않는 것들이 있다. 텍스트로 표현될 수 없는 이미지, 물질, 열기를 몸 밖으로 밀어낼 필요가 있다. 그래서 첼로를 배우기 시작했다. 연습실에서 첼로를 치면 공기의 울림이 몸 안에 있는 이미지, 물질을 잘게 썰어서 내 숨으로, 내 소변으로, 내 눈빛으로 내보낸다. 독서와 첼로라는 훌륭한 조합에도 무언가 결여됨을 느낀다. 격렬한 움직임이 없다. 그래서 테니스를 배운다. 작지만 다부진 코치 선생님이 좌우로 공을 뿌려주면 나는 외롭고 심심했던 개처럼 공을 치기 위해서 쫓아다닌다. 몸이 더워지고 그나마 몸에 남았던 찌꺼기 마저 기화되어 높은 실내 테니스장 천장으로 올라간다.




내 몸뚱이 안에는 무엇이 많이 있기에 여러 활동이 필요한가? 그건 나의 섹슈얼 에너지다. 나는 나의 가득 찬 성적 충동이 스타킹에, 음식에, 포르노에 달라붙지 않도록 취미 계면활성제가 필요하다. 오늘도 나의 성적 에너지는 헤겔의 책을 읽게 만들고, 좁은 연습실에서 활을 들게 만들고, 어깨를 열지 않고 공을 쫒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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