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학 공부
나는 철학을 좋아하지만 체계적으로 배우지는 않았다. 철학도 수학처럼 기초가 단단하면 습득하기 편하다. 반면 나는 기초 과정 없이 현대 철학부터 읽기 시작해서 정말 무슨 말인지 하나도 모르고 읽었다. 무식하게 읽는 습관이 무지함을 이겨버렸다. 하지만 쏟은 시간에 비해서 효율이 매우 낮다.
근래에 철학을 전공한 분과 철학 이야기를 나눌 기회가 있었다. 정말 학자는 깊이가 다르다고 느꼈다. 단어 하나도 쉽게 넘어가지 않는 모습을 보며 '철학을 이렇게 섬세하게 다루어야 하는구나'라고 느꼈다. 그리고 가장 좋았던 부분은 선생님의 시원시원한 대답이었다. 철학 질문에 명확은 답을 듣는다는 것은 어딘가 어색한 부분도 있지만 늘 고생처럼 느껴졌던 철학 텍스트가 즐겁게 느껴지기까지 했다.
다만 그분은 본인이 전공한 철학자와 추가 한 두 명의 철학을 제외하고는 다른 철학자를 의외로 잘 모른다는 인상을 받았다. 그리고 문학 작품도 많이 읽은 것 같지는 않았다. 나는 철학책을 읽을 때 거의 매번 특정 문학작품과 연결해서 철학을 이해하려고 한다. 왜냐면 철학을 공부하는 큰 이유 중 하나가 사랑하는 문학 작품을 더 잘 읽고 싶기 때문이다. 체계적인 수련도 좋지만 나처럼 고생을 할 생각이 있으면 넓고 얇게 아는 것도 나쁘지 않다. 넓고 얇은 것을 수직으로 세우면 그거도 깊이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