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2019년, 2026년의 김정은

-1984년생의 이미지 메이킹-

by 동욱

2026년 새해 첫날 북한 매체가 내보낸 김정은 위원장 모습이다. 설맞이 공연에 출연하는 학생들 앞에서 활짝 웃고 있다.

260101 김정은 새해첫날 청년학생과 만나다 KBS 캡쳐 스크린샷(3).png 2026년 1월 북한 김정은과 설맞이공연 출연 학생들 (KBS 캡처)

김 위원장은 학생들에게 “사회주의 조국을 으뜸가게 떨쳐갈 교대자 이자 약동하는 힘”이라고 말했다고 한다. 새해 첫날부터 이른바 ‘후대 중시’ 면모를 부각하려는 것으로 보인다고 언론들은 분석했다.


1984년 1월 8일 생인 김정은 위원장. 올해로 42살이다.


2011년 말 아버지 김정일 위원장이 숨진 뒤 정권을 물려받은 지도 15년이 됐고 왕성하게 활동도 하고 있다.

‘40대 기수론’을 들고 나와도 전혀 어색하지 않을 나이다.


그런데 벌써 ‘후대’를 신경 쓴다고? 굳이 왜?


2013년 1월 1일 북한 조선중앙 TV.


김정은 위원장이 새해 포부를 담은 신년사를 연설한다. 그런데 화면에 비친 모습은 한 국가의 최고지도자라기보다는 이제 갓 사회에 진출한 젊은 청년 이미지가 강하다.

130101 29세 김정은 신년사 KBS 캡쳐 .png 2013년 1월 김정은 신년사 연설(KBS 캡처)

짧은 머리에 긴장한 모습, 화면을 응시하면서 말하기 보다는 고개를 숙이고 준비한 원고를 읽는 모습이 너무나 많이 노출됐다.


백두혈통의 권위가 제대로 섰을까?


그런데 김정은의 모습은 해를 거듭할수록 달라진다. 20대 후반 90kg가량이던 김정은은 2014년 120kg, 2016년엔 몸무게가 130kg에 육박할 정도로 거구가 된다.


20대 후반 청년이 불과 3년 만인 32살 때 북한에서 인정하는 소위 ‘백두혈통의 풍채’를 갖게 된 것이다.

물론 2019년까지 이어진 신년사 연설에서도 여유를 조금씩 찾아간다.

살을 일부러 찌운 것일까? 김정일의 요리사로 알려진 일본인 후지모토 겐지의 인터뷰가 의미심장하다


후지모토는 2010년 요리우리 신문과의 인터뷰에서 “김정은 위원장의 비만은 후계자인 아들의 관록을 의식한 아버지 김정일의 의도”라고 주장했다. “김정일 위원장이 아들 김정은에게 어린 나이라는 약점을 노출하지 않기 위한 목적으로 살을 찌워야 한다고 지시했다”는 것이다.<국민일보,2010.10.17>


김정은의 어린 나이와 미숙한 정치경험을 상쇄하고, 권력엘리트와 주민들에게 어떤 무게감(?)을 주기 위해 몸집을 키웠다는 뜻으로 해석이 가능하다.


물론 김정은 위원장의 비만은 유전적 요소가 원인일 가능성이 매우 높다. 김일성과 김정일 등 선대 역시 비만에서 자유롭지 않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김정은 위원장이 매년 불어나는 몸집을 통해 소위 ‘백두혈통의 계승자’라는 모습을 주민들에게 보여줌으로써 권력의 정통성을 확보해 나간다는 정치적인 해석이 가능하다.


김정은 위원장은 집권 이후 할아버지 김일성의 복장과 몸짓을 떠올리는 행동을 수시로 되풀이 하는 소위 ‘김일성 따라하기’로 정치적 정당성을 확보하려 했다. 이 점을 고려하면 김정은 위원장은 외모 이미지를 미숙함에서 성숙함으로 변신하거나 포장했음을 알 수 있다.


또 하나 주목할 만한 전환점은 2019년이다.

2019년 1월 신년사 연설.

190101 김정은 신년사 줌인 KTV 캡쳐 스크린샷(9).png 2019년 1월 김정은 신년사(KTV 캡처)

김 위원장은 자신의 집무실에서 소파에 편안하게 앉아서 연설하는 장면을 연출했다. 사실 중국 시진핑 주석의 신년사 화면과 구도가 매우 유사한데 어쨌든 연단에 홀로 서서 연설하던 패턴에서 벗어났다.


따뜻한 색의 조명 아래 선대인 김일성과 김정일의 커다란 얼굴 사진이 걸려 있고, 북한 인공기와 노동당기로 장식된 집무실의 서가를 배경으로 했다.


할아버지와 아버지의 권위를 활용하면서 은연중에 자신 만이 정통성을 이어받은 유일한 지도자라는 점을 과시했다. 동시에 부드럽고 온화한 지도자의 모습을 북한 주민의 뇌리에 인식시켰다.


그런 김정은 위원장이 이미지를 한 번 더 전환한다. 인민을 보살피는 어버이 이미지로의 업그레이드다.


2024년 1월 김정은이 관람한 설맞이 공연을 전하는 북한 매체의 표현이다.


“두 볼을 다독여주시며 사랑을 부어주셨다”

“그들의 창창한 앞날을 축복해주셨다”

“후대들을 위해서라면 하늘의 별이라도 기꺼이 따다 안겨주시는 자애로운 아버지의 뜨거운 정과 사랑 속에 끝없는 행복을 노래하는”


2026년 1월 설맞이 공연을 전하는 북한 매체의 표현도 비슷하다.


“자애로운 어버이의 숭고한 세계를 전하며 새해의 첫날에 은혜로운 사랑의 화폭이 펼쳐졌다”


노동신문에는 ‘아버지 김정은 원수님’ ‘자애로운 어버이’ 같은 표현이 잇달아 나온다. 노동신문이 1월 1일과 2일 이틀간 보도한 기사 가운데 ‘어버이’라는 단어가 들어간 기사만 17건에 달했다. 2025년 1월 1일과 2일엔 ‘어버이’가 언급된 기사가 단 1건이었다는 점도 주목할 대목이다.<뉴시스,2026.1.2.>


정권을 물려받은 20대 청년 김정은이 스스로 몸집을 불려 ‘백두혈통’임을 과시하려는 외형적 이미지 메이킹에 몇 해 동안 노력을 기울였다면, 35살이던 2019년은 자신의 권력기반이 공고해 졌음을 과시하는 집무실 공개 연설로 이어졌다.


그 이후엔 김정은 자신이 주민들의 어버이임을 확실하게 굳히는 이미지 메이킹 전략을 구사하고 있는 것이다.

260101 김정은 가족 신년행사 참석 스크린샷(21).png 2026년 1월 신년행사에 참석한 김정은 가족 (KBS 캡처)

소위 사회주의 북한의 대가정론이다. 1962년 김일성 주석은 신년사에서 나라가 ‘하나의 대가정’임을 강조했다. 가부장제와 유교문화를 교묘히 비틀어 주민을 통제하고 체제 유지와 지도자 권력 유지의 버팀목으로 활용했다.


김정은과 부인 리설주, 딸 김주애로 연결되는 ‘로열 패밀리’ 이미지를 세련되게 연출하는 것도 ‘김정은식 대가정론’으로 이해할 수 있다.


북한이라는 사회정치적 생명체가 아버지 김정은이라는 백두혈통의 통치 속에 잘 유지되고 있다는 신념체계의 공고화를 노렸다고나 할까? ////


<참고논문:김동욱·김남성(2024),「김정은의 정치적 정당성 확보를 위한 이미지 변화」,『지식융합연구』,통권13호,pp.297-323>


*제목 배경사진은 KBS뉴스에 나온 북한 2026년 신년행사 장면을 캡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