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귀하신 자제분”…주애는 주애일까?

-‘백두혈통’ 후계자가 될 상인가-

by 동욱

연말과 연초 북한 관련 뉴스의 상당 부분은 김정은의 딸 주애가 장식했다.


26년 1월 1일 평양 5.1경기장에서 열린 신년 경축 공연에 부모와 함께 참석했는데 아버지 김정은의 볼에 뽀뽀하는 장면이 화제였다.

26년 1월 1일 북한신년경축공연 (SBS 캡처)

1월 5일에는 러시아 파병 북한군 전사자를 기리는 ‘해외군사작전 전투위훈기념관’ 건설 현장을 가족들과 함께 찾아 나무를 심는 모습이 공개됐다.


가장 큰 화제가 된 건 1월 2일 김일성 부자 시신이 안치된 금수산 태양궁전에 참배할 때 주애가 참배 행렬 1열의 ‘센터’를 차지했다는 뉴스다. 언론이 인용한 사진을 보면 아버지 김정은과 어머니 리설주 사이에 주애가 서 있는 모습이다. 이 센터 사진을 근거로 주애가 김정은의 후계자로서 입지를 공고히 했다는 분석이 잇달아 나온다.

26년 1월 2일 북한 금수산궁전 참배(KBS캡처)

주애가 주요 간부들과 함께 1열에서 참배했다는 사실은 주애의 위상이 결코 가볍지 않다는 걸 보여준다. 선대에게 새해 인사를 올리는 공간에 처음으로 함께 참여한 것 자체가 의미가 있다며 4대 세습을 기정사실화 하는 분석도 눈에 뛴다.


그런데 북한 TV에 나온 장면을 자세히 보면 느낌은 조금 다르다.


김정은을 중심으로 화면 오른쪽에는 당과 정부 주요 인사들이 있고, 화면 왼쪽에 주애와 리설주 그리고 주요 간부들이 자리하고 있다. 전체 참배 행렬을 보면 김정은이 한 중앙에 있는 것이다. 초점을 어디에 맞추느냐에 따라 인물의 배치가 달라진다.

26년 1월 2일 금수산 참배 모습 전경(KBS캡처)

금수산 참배 모습을 전하는 북한 매체들은 김정은 위원장과 “당과 정부의 지도간부들과 당중앙위원회,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회, 내각, 성기관 책임일군들이 참가했다.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국방성 지휘관들이 참가했다.”고 보도하고 있다. <북한조선중앙TV.2026.1.2.>


그런데 리설주는 물론 후계자 지위를 굳혔다는 주애의 이름은 북한 매체 어디에도 나오지 않는다.

22년 11월 17일 북한 화성17형 미사일 발사 참관(SBS캡처)

주애가 북한 매체에 등장한 건 2022년 11월 17일이다.


김정은 위원장이 화성-17형 미사일 발사 현장을 참관할 때 동행했다. 이때 나온 호칭이 “사랑하는 자제” 혹은 “존귀하신 자제분”이다. 2023년 2월 열병식 때는 호칭이 조금 달라진다. “존경하는 자제분”으로.


주애라는 이름은 북한 매체에서 한 번도 나온 적이 없다. 북한 매체가 홍길동도 아니고 주애를 주애라고 부르지 못하는 이유가 있을까? 주애는 주애일까?


김정은의 딸 이름이 주애라고 알려진 건 2013년 9월 방북한 미 프로농구 스타인 데니스 로드맨을 통해서다. 당시 영국 가디언과 인터뷰에서 로드맨은 “나는 그들의 딸 주애(Ju-ae)를 안았고, 미세스 리와도 이야기했다”며 “김 위원장은 좋은 아버지였다”고 말했다. 주애가 주애로서 세상에 처음 등장한 것이다.


2013년 당시 갓난아기였으니 2026년 주애 나이는 14살 전후가 될 것이다.


미성년자인 주애가 북한의 다음 지도자, 후계자로 정해졌을까?

22년 11월 17일 북한 화성17형 미사일 발사 참관(KBS캡처)

북한 후계자 논쟁은 때마다 반복됐다.


김정일의 후계자가 누가 될 것인지를 놓고도 이러저런 예측과 분석, 정확하게는 혼선을 빚은 사실이 있다.


90년대 후반엔 김정일과 성혜림 사이에 난 큰아들 김정남이 후계자로 거론됐다. 북한에 유교 문화가 남아있어 장자가 가업을 계승한다는 논리였다. 그런데 2000년대 초반 김정일의 부인 고용희를 ‘존경하는 어머니’ 반열에 올리는 선전선동이 나오자 이번에는 고용희 태생인 김정철과 김정은이 주목받았다. 같은 논리로 형인 김정철이 후계자라는 주장이 제기된다.


“가부장적 권위주의 체제에서 한 부모 밑에서 태어난 형제간의 서열은 매우 중요하다”는 게 근거로 제시됐다. 김정철이 당 조직지도부 요직에 임명됐다는 이야기가 나오자 “김정철 후계자 준비가 차근차근 진행된다”는 분석이 나왔다. 2008년 북한연구자 22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8명은 김정철을, 7명은 김정남, 5명은 장성택을 후계자로 봤고, 김정은은 2명에 불과했다.


그런데 2009년이 밝자마자 상황은 급변했다.


김정일 위원장이 2009년 1월 15일 후계자로 김정은을 낙점했다는 교시를 당 조직지도부에 하달했다는 보도가 나오면서 부터다. 김정은이 ‘김대장’으로 불린다는 정보가 입수되면서 김정일의 후계자는 김정은으로 정리됐고 소모적인 논란은 끝났다.


그 이전까지 북한 권력의 후계자가 누가 될 지 사실상 모르고 있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게다가 3대 세습 후계자의 이름이 김정은 이라는 사실도 한 방송이 특종보도하기 전까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김정운’으로 알려져 있었고 관련 기사와 제목도 김정운으로 나갔다. 북한 후계자가 누가 될 지 예측은커녕 북한 로열 패밀리의 이름조차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던 셈이다.

09년 9월 24일 북한 후계자 김정은 이름 확인 보도(MBC캡처)

이런 비판 탓인지, 김정은 위원장의 원래 이름은 김정운이었는데 김정은으로 개명했다는 주장이 2011년 나왔다. 구름 운(雲)자는 나라가 구름에 뒤덮인다는 부정적 이미지 때문에 빛날 ‘은(銀)’으로 바꿨다가 최종적으로 은혜 ‘은(恩)’으로 개명했다는 주장이다.


글쎄…


유물론을 체제 근간으로 삼는 북한이 이런 유심론적 행태를, 그것도 최고지도자 이름에서 보였을까 하는 의문은 여전히 남는다.


다시 주애로 돌아가자.

25년 12월 25일 핵잠수함 시설을 찾은 김정은과 주애(KBS캡처)

주애가 4대 세습의 주인공으로 북한의 차기 권력자가 될 가능성은 열려있고 확률도 높다. 후계자라는 사실을 간부와 인민은 물론 외부 세계에 미리 알리는 공표 효과를 통해 후계 구도를 둘러싼 억측과 혼란을 미리 차단하고 있다는 주장도 설득력 있다. 또 차기 권력자인 주애에게 간부들과의 폭넓은 접촉 기회를 주고 간접적인 국정 경험을 제공하면서 후계자 수업을 차근차근 진행한다는 진단도 있다. 무엇보다 가장 중요한 건 성별을 떠나 주애가 백두혈통이라는 사실이다. (김정은의 아들이 등장하지 않는다는 전제가 물론 필요하다)


반면 항일무장투쟁에 전통을 둔 북한의 남성 중심적 문화에서, 군과 핵무기를 통제할 최고 지도자로 여성을 선택할 가능성은 낮다는 반론도 있다. 주애를 새로운 청년 세대를 아우르고 결속시키는 상징 수단으로서 효과적으로 활용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관심의 초점인 주애라는 프리즘을 통해 북한판 로열패밀리, 혹은 퍼스트 패밀리의 모습을 반복적으로 노출하면서 ‘고립된 외톨이’라는 북한의 대외 이미지를 개선하려는 시도라는 주장도 있다.


주애는 과연 후계자가 될 수 있을까? ///


*참고자료: 백승국 김동욱(2024), 북한의 권력세습과 재연된 후계자 논쟁.JNKS Vol.10 No.1 통권 19호 pp. 7-31.


*제목 배경사진은 KBS뉴스를 캡처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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