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eat. 책임감에 관하여
3주에 걸친 대망의 기말고사 기간이 끝나고 드디어 대학교 3학년 겨울방학이 찾아왔다. 기나긴 시험기간이 끝나면 꼭 보고 싶었던 영화가 있었는데 바로 '서울의 봄'이다. 사실 나는 정말로 보고 싶은 영화들은 개봉 전에 미리 알고 개봉일만을 기다리는 편이다. 이 영화는 개봉한 줄도 모르고 있었고 꼭 보고픈 영화도 아니었다. 단지, 예고편을 보고 여러 가지 배경지식들을 쌓다 보니 꼭 한 번 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시험이 끝나자마자 영화관으로 달려갔다. 이전에는 영화를 보고 울었다는 얘기를 들으면 "어떻게 그럴 수 있지?"라는 생각이었는데, 이 영화를 보고 나서 눈시울이 붉어지고 말았다. 오죽했으면 먹으려고 사간 과자나 음료수 모두 포장만 뜯고 먹지 못한 채 버리고 말았다. 그 이후로도 이 영화를 2번 더 관람했고 내 인생영화 중 하나로 꼽게 되었다.
영화 상영 내내 분노가 치미는 장면도 있었고 눈시울이 붉어지는 장면도 있었다. 멋있고 박력 넘치는 장면도 여럿 머릿속에 남아있지만 가장 인상 깊었던 부분에 대해 얘기해보고자 한다. 혹시나 영화를 아직 관람하지 않은 분들은 이해가 잘 안 될 수 있으니 영화관람 이후 읽어보면 좋을 것이다.
첫 번째 인상 깊었던 부분은 극 중 수도경비사령관 이태신역이 행주대교를 통해 넘어오는 반란군 2공수에 맞서 대교 중간에서 단신으로 막았던 장면이다. 해당 장면을 보며 리더십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깨달음을 얻었다. 최근 들어 서로에게 잘못을 떠넘기고 도망치기 바쁜 책임회피의 행태를 주변에서 자주 목격하게 되면서 역겨운 느낌을 받았다. 그래서 그런지 해당 장면에서 한 조직의 리더가 솔선수범하여 자리에 맞는 책임감을 다하는 모습이 인상 깊었다. 뿐만 아니라 목숨을 잃을 수도 있는 위태로운 상황에서 두려움을 이겨내고 맞서는 태도는 마음을 울리는 무언가가 있었다.
두 번째는 2공수에 맞서 서울을 지키기 위해 8공수를 불러들이는 과정이다. 8공수 여단장을 설득하는 이태신 수도경비사령관의 대사가 인상 깊어 해당 대사를 직접 인용한다.
"저라고 아군끼리 싸우고 싶겠습니까. 그렇다고 저놈들한테 서울을 내줄 수는 없는 거 아닙니까. 여단장님이나 저나 이 나이 먹도록 군복 입고 있는 건... 우리가 또 싸워야 할 땐 이 악물고 싸워야 되는... 군인 아닙니까. 저는 원칙대로 싸우겠습니다. 지든 이기든 상관없습니다."
위 장면이 영화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장면 2개 중 하나이다. 정말 갑작스럽게 감정이 북받쳐 올라와 나도 모르게 눈물이 흘러내렸다. 이제 와서 그 이유를 생각해 보면 임무에 따른 사명감과 책임감이 온전히 드러났기 때문이었다. 이 장면만으로 이태신이라는 인물이 지금껏 어떤 태도로 삶을 살아왔는지 눈에 보였다. 동시에 나라는 사람이 인생에서 사명감과 책임감의 가치를 얼마나 중요시하는지 이해하게 되었다. 또한, 어떤 일을 하든 내가 맡은 임무와 자리에 요구되는 책임감을 가지고 살아가야겠다고 다짐하는 계기가 되었다.
마지막은 헌변감과 특전사령관마저 체포되고 수경사령관만이 반란군에 맞서는 상황에서 진압출동 전 작전참모와의 대화이다. 가망이 없는 상황에서 진압을 만류하는 작전참모와의 대화가 인상적이었다.
"내 눈앞에서... 내 조국이 반란군한테 무너지고 있는데! 끝까지 항전하는 군인 하나 없다는 게... 그게 군대냐? 남들이야 내 알 바 아냐. 각자 자기 소신대로... 인생 사는 거니까. 하지만 봐라, 내 이름 앞에 뭐라고 써있는지. 수도경비사령관이 서울을 내버려두고 어디를 가라는 거야. 오늘 밤 서울은 끝까지 우리 부대가 지킨다."
가장 인상 깊었던 장면 2개 중 나머지 하나로 자연스레 눈시울이 붉어졌다. 이 부분 역시 자신이 맡은 임무와 직위에 따른 책임감이 그대로 전해지는 느낌이라 감정이 북받쳐 올랐다. 또한, 타인의 생각이나 행동에 신경 쓰지 않고 스스로 정한 소신대로 삶을 살아가는 모습이 멋지다는 말로는 다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인상 깊었다.
헌병감, 특전사령관 그리고 수경사령관 그리고 그 외 수많은 군인 분들이 임무와 직위에 온전히 상응하는 태도를 보여주었다. 국방장관, 참모차장 등 직위에 맞는 책임감을 지지 않고 도망갈 뿐만 아니라 무능한 모습과 반전되어 그분들이 더욱 빛났던 것 같다. 해당 장면들을 통해 조직이 올바르게 운영되기 위해선 조직 내 여러 직위에 책임감을 가지며 실력적으로 유능한 인재가 적재적소에 배치되는 것이 필수적이라고 느꼈다.
동시에 개개인은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지에 대해서도 고민하는 시간을 가졌다. 우선, 자신이 맡은 일에 책임감을 가지고 실력을 키우는 것이 필요하겠다는 생각이 자연스레 들었다. 또한, 주변에 신경 끄고 소신대로 삶을 이끌어나갈 대범함과 용기를 기르겠다고 다짐하게 되었다. 현재 내가 위치한 자리에 맞는 책임을 다하기 위해선 독서, 글쓰기, 코딩의 실력을 길러야 한다고 판단했고 매일 이를 기록하며 갈고닦겠다는 결심을 세웠다. 뿐만 아니라 매일 꾸준한 운동을 통해 체력적으로도 정신적으로도 한층 성숙한 나 자신을 만들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