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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arallax Feb 20. 2020

흑백사진노트 12

마음에 든다는 건 무엇일까. 뭔가 좋다는 뜻이겠죠. 내 마음 안으로 들어온다는 의미니까요. 그럼 마음에 안 든다는 무엇일까요. 그것도 내 마음 안에 들어와 보니 막상 맞지 않는, 내 마음과 어울리지 않는 것이 있어 내 마음속에 들어오지 않고 있다는 뜻 같습니다. 어쨌든 마음에 드는 것이건 안 드는 것이건 먼저 내 마음 안으로 들어와 봐야 판단과 결정을 할 수 있을 듯 보입니다.

 



이 사진 마음에 드네, 이건 좀 별로네, 이런 이야기 자주 나눕니다. 특히 요즘처럼 스마트폰 카메라 기능이 뛰어난 시절엔 폰 속의 사진을 보며 혼자든, 여럿이든 마음에 드는 사진을 이렇게 말합니다. 스마트폰 카메라 발전이 매년 껑충껑충 뛰어올라 광고를 볼라치면 휴대전화를 사라는 건지 카메라를 권하는 건지 광고의 범주가 달라지고 있습니다. 마음에 드는 사진을 휴대전화로도 만들 수 있는 시절이 이미 왔습니다. 오래전엔 마음에 드는 사진을 찍으려면 사진관에 가거나 전문가를 모셔서 찍곤 했는데 이젠 보란 듯이 전화기가 해결해 줍니다.



그래도 제게 있어 마음에 드는, 마음속 안으로 들어올만한 사진은 휴대전화의 카메라가 아닌 하나의 카메라와 렌즈로 만들면 좋겠습니다. 요즘 중고등학생이 들으면 탑골스럽다며 피식 웃을 만합니다. 그렇지만 제게 카메라는 빛으로 그림을 그리는 도구이자 스케치북인데, 그 스케치북이 좀 커야 그 안에 담길 그림의 이야기가 잘 나타나거나 다채로운 모습도 보이고 공간도 느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인지 6년째 쓰고 있는 스마트폰은 그저 소통용으로만 사용하니 저 같은 사람이 많다면 경제에 안 좋은 영향만 줄까 봐 이만 입 다물어야겠습니다.

아침 일찍 서울 가로수길의 좋은 햇볕과 장소에서 여러 공간이 겹쳐진 장면을 찾으니 제 마음속에 이미 그림이 그려졌습니다. 1.3 크롭 카메라와 40mm, F4, 1/1000, ISO 640과 3x ND 필터를 사용했습니다.



ACR에서의 1차 작업과 포토샵에서의 2차 작업에서 흑백전환과 명암대비, 레벨, 크기, 입자, 분위기 등을 조절했는데도 뭔가 산만한 느낌이 들었습니다. 살펴보니 배경의 글자가 적나라하게 보여 그렇길래 좌우 반전을 하여 초점 맞은 곳으로 시선을 돌릴 수 있었습니다. 이제야 비로소 마음에 들더군요. 지나가는 사람의 방향도 더 나은 듯합니다.

마음에 드는 사진을 만든다는 건 어쩌면 마음 안에 있던 어떤 그림을 떠올려 그것과 비슷하게 맞춰 빛으로 그림을 그리려는 건 아닐까요. 이미 마음속에 그리고 싶었던 장면을 발견하여 빛과 카메라로 그림을 그리는 것, 이렇게 조금 천천히 생각하며 사진을 만드는 게 제겐 마음에 드는 일이더군요. 새삼스레 알게 되었습니다.

편안한 밤 되세요.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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