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획 확정은 숫자를 고정하는 일이 아니다

계획을 반복 가능하게 만드는 시스템의 역할

by Tony Kim

수요 계획이든, 생산 계획이든, 출하 계획이든 숫자는 이미 나와 있다.

시스템은 계산을 끝냈고, 화면에는 계획이 떠 있다.


그럼에도 우리는 이렇게 묻는다.

“이걸 확정해도 될까?”


이 질문이 반복된다는 것은 계획이 아직 의사결정으로 전환되지 않았다는 뜻이다.


기존 사고방식의 한계

계획 확정 = 더 이상 바꾸지 않는 숫자?


많은 조직에서 ‘계획 확정’은 이렇게 이해된다.

이 시점 이후에는 수정을 최소화한다

현업의 변경 요청을 막는다

실행 조직이 믿고 움직일 수 있게 한다

그래서 확정 버튼은 마치 변경 금지 스위치처럼 취급된다.


하지만 이 정의에는 중요한 질문이 빠져 있다.


“무엇을, 어떤 책임 하에, 어디까지 확정하는가?”


이 질문이 빠진 상태에서의 확정은 그저 숫자를 고정하는 행위에 그친다.

그리고 그 숫자는 곧 현실과 어긋나기 시작한다.


관점 전환

계획 확정은 ‘숫자의 고정’이 아니라 ‘판단의 선언’이다.

SCM 프로세스에서 계획을 확정한다는 것은 미래를 맞혔다는 선언이 아니다.


그보다는 이 말에 가깝다.

“지금 시점에서 우리가 알고 있는 정보와 제약을 기준으로 실행을 시작해도 된다고 판단했다.”


즉, 불확실성을 제거했다는 뜻이 아니라 불확실성을 감당하기로 결정했다는 뜻이다.


그래서 계획 확정에는 항상 판단 주체가 존재해야 한다.

누가 이 판단을 했는가

어떤 리스크를 인지하고 있는가

어떤 변경은 허용하고, 어떤 변경은 허용하지 않는가

이게 정의되지 않으면 확정은 형식적인 절차로 전락한다.


시스템은 계획을 확정해 주는 도구가 아니며, 계획을 승인하지도, 판단을 대신해주지도 않는다.


시스템의 역할은 단 하나다.
확정이라는 의사결정을 반복 가능하게 만드는 것.


왜냐하면 확정은 버튼이 아니라 프로세스 내 하나의 상태이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 시스템이 해야 할 일은 명확하다.


확정을 ‘상태’로 보여주는 것

확정은 순간적인 행위가 아니다. 시간 축 위에 존재하는 상태다.


그래서 시스템은 의도적으로 보여줘야 한다.

이 계획은 언제 생성되었는지

전체 계획 기간 중 어디까지가 확정 구간인지

현재 검토 중인 구간은 어디인지

이 구분이 없으면 모든 계획은 항상 ‘임시 계획’처럼 보인다. 그리고 임시처럼 보이는 계획은 누구도 책임지지 않는다.


변경을 숨기지 않는 구조

현업에서는 모든 변수를 고려한 채 확정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래서 확정 이후에도 변경은 발생한다.

이건 실패가 아니라 현실이다.


시스템이 해야 할 일은 변경을 막는 것이 아니라 변경의 맥락을 남기는 것이다.

어떤 기준으로 변경되었는지

이 변경으로 영향을 받는 실행 계획은 어디까지인지

이게 보일 때 확정은 ‘고정된 숫자’가 아니라 관리 가능한 상태가 된다.


판단을 어렵게 만드는 책임은 시스템이 져야 한다

사람이 확정을 미루는 이유는 단순하다. 판단하기에 불안하기 때문이다.

수요의 불확실성은 어디에 있는가

공급 제약은 어느 구간에 집중되어 있는가

이 계획이 깨질 가능성은 얼마나 되는가

이 질문에 답하지 못한 채 사람에게 “결정하세요”라고 말하면 결정은 미뤄질 수밖에 없다.


그래서 시스템은 사람에게 결정을 요구하기 전에 판단에 필요한 긴장을 먼저 정리해야 한다.

어떤 계획이 상대적으로 안전한지

어떤 계획이 위험한지

이 계획이 실행될 경우 예상되는 매출은 어느 정도인지

이런 정보가 갖춰질 때 사람은 비로소 확정을 한다.


결국, 시스템의 목적은 정확한 계획을 만드는 것이 아니다.


계획을 언제 확정할지 판단할 수 있게 하고, 확정 이후에도 흔들리지 않게 관리하며,흔들릴 경우 왜 흔들렸는지 설명할 수 있게 만드는 것


이게 가능해질 때 확정은 두려운 버튼이 아니라 의사결정을 전진시키는 장치가 된다.


계획을 확정한다는 것은 숫자를 고정하는 일이 아니라, 판단에 책임을 부여하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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