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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홍C Aug 31. 2018

중미 커피와 스페셜티 커피문화

과테말라, 코스타리카 커피로 시작된 중미 커피의 발전



과테말라 커피가 아니었다면 과연 한국사람들은 과테말라라는 나라가 있는지조차 알았을까? 최근에 카페를 방문해 보면 싱글 오리진 커피 메뉴에 빠지지 않는 것이 과테말라, 엘살바도르, 온두라스, 코스타리카 커피이다. 과연 듣도 보도 못한 이 지구 반대편의 나라들의 커피는 왜 한국까지 알려지게 되었을까?




연중 따듯한 기온과 많은 강수량 덕분에 농작물들이 잘 자라는 중미 지역은 전통적으로 농업이 발달한 지역이다. 그중 가장 중요한 농업 생산품의 하나인 커피는, 생산량 면에서 전 세계 생산량의 약 9% 정도를 차지하는데(2016년 중미 6개국 기준 83만 톤), 과테말라 안띠구아(Antigua) 커피, 코스타리카 따라주(Tarrazu) 커피 등은 커피 애호가라면 누구나 한 번쯤은 들어본 커피가 되었다. 중미 커피가 유명해진 배경에는 우선 스타벅스 등 미국 커피회사들의 커피 산지(Origin) 마케팅이 시발점이 되었으며, 해발 1,400M 이상의 고산지대에서 핸드 피킹 (Hand Picking)으로 수확한, 각 지역의 고도/ 날씨/ 지형에 따른 다양한 특징 덕분에, 최근의 새로운 커피 트렌드인 스페셜티 커피(Specialty Coffee) 애호가들로부터 많은 사랑을 받게 되었다. 




중미 커피의 전성시대를 연 과테말라 커피



과테말라 주요 커피 산지 (출처. ANACAFE)


중미 커피 중 최근 인지도가 가장 급부상한 것은 과테말라 커피이다. 과테말라 커피의 인기의 배경에는 안띠구아(Antigua)라는 스페인 식민시대 모습을 그대로 간직한 관광 도시가 한몫을 톡톡히 했다. 안띠구아는 1979년 UNESCO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되었으며, 1773년 대지진 (Terremotos de Santa Marta)으로 도시가 파괴되어 수도를 옮긴 1776년까지 과테말라의 수도이기도 했다. 해발 1,500m 수준에 위치한 안띠구아는 마을 옆으로는 높이 3,770m 의 물의 화산 (Volcan de Agua) 이 장관을 만들어낸다. 물의 화산을 배경으로 한 식민지 풍의 건물과 도로는 매우 이국적 풍경을 만들어 내며, 치안이 안전한 편이고, 좋은 식당들과 호텔도 많아서, 과테말라에서 가장 인기 있는 곳 중의 하나가 되었다. 또한, 주변의 커피 농장들은 오래전부터 커피농장 투어를 관광 상품화했는데, 이를 통해 안띠구아 커피는 입소문을 타게 되었다. 역사적 의미가 있는 식민지풍 도시의 카페에서, (인디헤나) 원주민들이 수확한 고품질 커피를 마시는 경험은 매우 특별할 수밖에 없었다. 


또한, 과테말라 정부는 커피 조합 ANACAFE, 농산물 수출진흥청 AGEXPORT 등을 통해 과테말라 커피 산업의 발전을 지원하고 있는데, 마케팅 측면은 물론, 고품질 커피를 생산하기 위한 연구 시설 등에 많은 투자를 하고 있다. 그들은 과테말라 커피 생산 지역을 8개로 구분하고 각 지역별 커피의 특성을 정의하여 마케팅하고 있는데 그중 가장 인기 있는 것은 안띠구아와 (Highland)우에우에 커피이다. 우에우에떼낭고는 컵 오브 엑설런스 1위를 여러 번 차지한 것은 물론 스타벅스와도 많은 거래를 하는 El Injerto 농장이 위치한 곳으로 과테말라에서 가장 고산지대인 곳이기도 하다. 


과테말라 ANACAFE 의 COFFEE LAB. 에서 커핑(Cupping)하는 모습



코스타리카 커피 브랜드 브릿 커피와 따라주 


코스타리카 TARRAZU 지역



코스타리카 커피 재배 지역 (출처. lacafeografa.com)

전 세계적으로 프리미엄 커피로 인정을 받는 곳 중 하나인 코스타리카 커피는, 품질 관리나 마케팅면에서 뛰어난 역량을 갖추고 있는 곳이며, 브릿 커피라는 커피 브랜드를 글로벌 시장에 성공시켰다. 일반적으로 코스타리카 커피는 따라주 (Tarrazu)라는 이름으로 알려져 있는데, Tarrazu는 코스타리카 수도 산호세 남쪽의 산악지역의 이름으로, 평균 해발고도 1,450m 이상에 많은 커피 농장들이 위치한 곳이다. 다만, 코스타리카 커피는 생두 수출면에서는 성장 산업은 아니며, 인건비 등 비용이 높아서 보다 많은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방향으로 노력하고 있고, 브릿 커피(Britt Coffee)가 대표적인 성공 케이스이다. 1985년 설립되어 현재 전 세계 10개국(중남미, 미국, 호주 등) 140개 Store에서 판매되고 있으며, 1,000명 이상이 근무하는 기업이며, 2000년에는 초콜릿 브랜드 브릿 초콜릿을 론칭하기도 하였다. 또한, 매년 5만 명 이상의 사람들이 방문하는 커피 투어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으며, 중남미 커피의 자존심 격인 콜롬비아에도 진출하여 후안 발데즈 (Juan Valdez) 커피와 경쟁을 하고 있기도 하다. 


한편, 코스타리카는 관광으로 매우 유명한 지역으로, 매년 3백만 명 가까운 외국인이 방문하는데, 특히, 미국인 비중이 매우 높다. 연평균 25도 내외의 좋은 날씨, 안전한 치안 및 아름다운 자연이 장점이 되어 많은 관광객을 끌어 모으고 있다. 많은 관광객들이 거쳐가는 산호세 국제공항에는 브릿 커피 샵이 있는데, 코스타리카를 대표하는 브랜드답게 규모도 매우 크고, 공항 게이트 입구에 메인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코스타리카 산호세 국제공항의 브릿커피 샵



온두라스, 니카라과, 엘살바도르, 파나마 커피


중미에서 커피 생산량이 가장 높은 곳은 단연 온두라스이다. 온두라스는 2016년 기준 36만 톤 생산으로 중미 2위 과테말라 대비 2배 가까운 생산량을 가지고 있으며, 중미 전체 생산량의 40% 차지한다. 커피 수출이 온두라스 국가 전체 수출의 10% 를 상회하며, 국가 내 다른 어떤 농업 생산품 보다도 많은 수출금액을 차지한다. 니카라과의 경우 연간 13만 톤 생산으로 중미 지역 3위의 생산량이지만, 인지도 면에서 부족한 면이 있다. 정치적으로 사회주의 노선을 걸어온 니카라과이기에 미국이나, 유럽의 바이어들과의 교류가 주변 다른 나라들 대비 부족한 것이 사실이다. 니카라과의 주요 커피 산지는 수도 마나과의 북서쪽 히노떼가(Jinotega) 지역과 북쪽의 누에바 세고비아(Nueva Segovia) 지역인데, 수도 마나과가 연중 35도 이상으로 매우 더운반면, 커피 재배지역은 해발 고도 1,000m 이상으로 선선한 편이다. 엘살바도르와 파나마의 경우 연간 생산량 각 4만 톤, 1만 톤 이하 수준으로 생산 물량은 적은 편이지만, 게이샤(Geisha) 커피 등 스페셜티 커피 마케팅에 집중하여 인지도를 얻고 있다.


니카라과 커피 농장의 시설에서 결점두를 선별하는 모습. 눈으로 직접 선별하는 과정.


최근 인기를 얻고 있는 스페셜티 커피 트렌드도 중미 커피의 인기에 많은 도움을 주었다. 중미의 산악 지형은 커피를 생산하기 최적의 조건을 가지고 있을 뿐 아니라, 다양한 지형의 높은 산악 지대에 사람들이 거주하면서 커피 농사를 짓는 방식을 통해서, 같은 지역에서도 다양한 특징을 가진 커피가 생산되는 지역이다. 이러한 특징은 고품질 커피를 평가하는 컵 오브 엑셀런스 (Cup of Excellence) 대회에서도 긍정적 반응을 얻고 있다. 

 


커피 생산지를 넘어 소비시장으로


중미에서 원두커피를 가장 많이 소비하는 나라는 코스타리카로 알려져 있다. 2016년 기준 565잔/인 소비하여, 중남미를 통틀어서도 브라질(795잔/인)을 제외하고 가장 높은 수준이다. 중미에서 커피는 어느 곳에서 나 일상적으로 편하게 마시는 것이 문화이지만, 2000년대 중후반부터 미국식 카페 문화가 들어오기 시작했다. 카페 바리스타 (CAFE BARISTA)는 과테말라 프랜차이즈 카페 브랜드로서 2004년 론칭한 이래 과테말라 내 30 개 수준의 지점을 운영하고 있으며, 2011년에는 스타벅스가 론칭하여 2018년 현재에는 10개가 넘는 매장이 운영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젊은이들 중심으로 한국에서도 최근 유행하는 로스터리 카페의 수도 적지 않다. 코스타리카에는 2012년 스타벅스가 론칭하였고, 현재 14개 샵이 운영되고 있으며, 2015년에는 콜롬비아의 후안 발데즈(JUAN VALDEZ) 카페도 1호점을 론칭하였다. 짧은 기간 안에 미국식(?) 카페 문화의 지역 내 파급된 속도는 상당히 빠른 편이었지만, 일반 식당에서도 식사 후 커피를 마시며 대화하는데 익숙한 중미 사람들의 문화를 바꾸는 것은 쉽지 않을 것 같다. 특히나, 상기 언급한 스타벅스 등 카페에서 판매하는 커피 한잔 가격은 $2.0~3.0 수준으로 지역 내 생활수준을 고려한다면, 방문할 수 있는 소비층은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는 사람들로 제한될 것으로 예상된다. 



코스타리카 산호세의 후안발데즈 카페 1호점


커피는 중미 지역 내 농업 역사를 대표하는 농산물이며, 농부들의 자존심이다. 한국의 경우 커피 문화가 성장하기 전까지는 중미 나라들에 대해 이름도 모르는 사람들이 많았지만, 이제는 과테말라 커피, 코스타리카 커피를 찾는 사람들이 꽤 있다. 또한, 커피를 찾는데 그치지 않고, 많은 사람들이 중미 지역의 역사와 문화를 알고 싶어 하게 되었다. 커피가 가진 매력을 통해 중미의 나라들이 한층 가까워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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