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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토니 스탁 Mar 03. 2024

<빅쇼트>대해부 : 무엇을 하지 않는 게 진짜 권력

4부. 현장은 생각보다 끔찍하다.


잘 안 보이는 게 아니라 일부러 안보는 거였다.


쓰레기나 다름없는 자산을 기초로 한 파생상품들이 멀쩡히 팔려 나가는 이 사태가 어떻게 가능한 것인지 마크 바움은 이해가 되질 않았습니다. 그는 세계 3대 신용평가사 중 하나인 스탠더드&푸어(Standard & Poor)를 찾아갑니다. 담당자는 어저께 눈 수술을 받았다며 시커먼 의료용 색안경을 끼고 그들을 맞습니다.


마크바움은 도대체 왜 이런 개똥 같은 상품에 높은 등급을 주냐고 따집니다. 담당자는 오히려 ‘너는 얼마나 잘났냐, 이 바닥에 있는 한 당신도 위선자’라며 오히려 비난을 퍼붓습니다. 그러고는 “우리가 안 해주면 다른 회사를 찾아갈 것이다. 그 들도 나와 같은 등급을 줄 것이다. 우리만 고객을 잃을 수는 없지 않으냐”라며 반격합니다.


ⓒ IMDb


뭔 소릴까요? 엉터리 심사를 해서라도 고객을 붙잡고 돈을 벌겠다는 심보입니다. 이들이 주는 등급은 해당 금융상품의 거래 가격을 좌우할 만큼 중요합니다. 시장참여자들이 신뢰와 권위를 부여한 것이죠. 믿는 겁니다. 그러나 그들은 배신했습니다.


생각해 봅시다. 만일 미식품의약국(FDA)이 유해 식품첨가제가 들어간 음식을 마구 승인하고, 부작용이 목숨을 위태롭게 할 약을 승인하면 어떻게 될까요? 한 술 더 떠 그 상품이 품질이 좋다며 1등급을 남발한다면요? 심지어 비싸기까지 하다면? 돈을 잃는 것은 둘째치고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피해를 입겠습니까? 낙후된 나라에서나 일어날법한 일이 자본주의 선진국 미국 금융계에서 일어났던 것입니다.


ⓒ IMDb


진짜 권력은 무엇을 하는 힘이 아니라
무엇을 하지 않을 힘


누군가의 전재산, 누군가의 미래가 달려 있는 자산시장에 이런 죄를 짓는 이들이 너무도 많습니다. ‘나만 살면 그만’이라는 인간들의 탐욕이 타락한 시스템을 만나면 죄책감조차 사라집니다. 조직과 사회의 구조적 모순에 도덕적 책임을 전가합니다.


‘왜 나만 갖고 그러냐.’ 거나 ‘나도 어쩔 수 없었다.’라고 말합니다. 감독기관까지 도덕적 해이에 동참하는 사회는 결국 붕괴됩니다. 서로가 서로를 등쳐먹는 세상에 무슨 희망이 있을까요? 금융 사기죄는 육체적 가해만큼 나쁘며, 그 후유증을 생각해 볼 때 어쩌면 더 나쁜 것일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강력범죄 수준의 중범죄로 다루어야 합니다.



신뢰는 그 자체로 돈


이런 자들 때문에 사회가 상호신뢰를 잃으면 그것을 보완하기 위한 막대한 비용이 낭비됩니다. 불법, 탈법, 기만을 가려내는 데 수많은 인력과 비용을 쏟아부어야 합니다. 국가의 세금을, 기업과 개인이라면 돈과 시간을 낭비하게 됩니다. 오히려 그들에겐 그 결과로 찾아오는 금융위기가 기회가 되기도 합니다. 서민들이 고통을 못 이겨 뱉어 낸 자산을 빼앗을 기회죠. 이런 사이클을 십여 년 단위로 반복해 온 것이 금융의 역사입니다.


ⓒ IMDb


영화 속 스탠더드&푸어 담당자가 안질환으로 의료용 검은 안경을 쓴 채 근무하는 설정은 진실에 어둡고, 사실에 눈감은 비 도덕성을 상징하는 장면으로 해석됩니다. 이 대목에서 강조하는 점은 '안 보이는'것이 아닙니다. '안보는 것'입니다. 감독의 센스가 정말 돋보입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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