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와의 인연에 감사하며.
십수 년 전, 나는 한 대기업의 웹사이트 프로젝트를 디자인을 총괄하는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 파견 근무를 하고 있었다. 어느 날 그 기업의 프로젝트 담당자분이 "혹시 이런 음악 들어보셨어요?"라며 나에게 물어본다. 평상시 업무상 긴장관계를 가질 수밖에 없었던 분이라 조금 당황했지만. 그 음악을 들어본 나는 금세 담당자분과 신나게 자기가 좋아하는 음악에 대해 떠들고 있었다.
"연주가 끝내주지 않아요?"
"와 정말, 그렇네요 한국사람이 이런 연주를 하는 건 처음 듣는 것 같네요. 이분 유럽에서 태어났거나, 오래 유학을 한 걸까요?"
"아닌 거 같아요. 순수 국내파라고 하던데요"
"와.. 대박"
그 아티스트의 이름은 바로
박주원이다.
대한민국에서 찾기 어려운 집시 기타리스트, 연주만 들으면 도저히 서울에서 태어나신 분이라고 믿어지지가 않는다. 스페인 골목을 누비며 어린 시절을 보내지 않고 이런 연주를 한다고? 기타 연주의 테크닉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서양인이 창을 부르면 어색하 듯, 외국인이 음악의 원류가 가지는 고유한 정서와 그루브를 표현하긴 어렵다. 그러나 박주원은 달랐다.
집시음악의 한과 애절함 때로는 불타오르는 정열을 표현하는 능력이 탁월하다. 그래서 그런지 그의 별병이 '불꽃 핑거링'이다. 대한민국에서 누가 기타 제일 잘치는지 논쟁하면 늘 빠지지 않고 등장한다. 그의 미치도록 정확하고 강박에 가까운 미려한 연주는 귀호강을 한다는 말이 무슨 뜻인지 알게 해 준다. 난 곧 팬이 되었고, 그의 음악은 나의 수많은 순간들과 함께 했다. 그런데 말입니다...
더 놀라운 것은, 십수년이 지나 알게 된 사실이 그가 나와 함께 오래 일했던 분의 동창 친구였다는 거다. 심지어 최근 그분의 공연과 신곡의 디자인에 참여해 달라는 요청을 받았다는 사실이다. 뭐, 아이돌 팬까진 아니지만 이런 걸 성덕이라 하나 싶다. 그저 영광이고 기쁜 일이 아닐 수 없다. 직접 만나 이야기를 나누고 디자인을 하는 과정이 정말 즐거웠다. 얼마 전, 독학으로만 기타를 배워온 나에게 그가 악보집을 선물로 주었다. 이제 기타 학원을 가야 하나..
행복했던 작업 결과물들과 그의 대표곡들을 공유해 본다. 새로운 공연이 성공리에 마칠 수 있길 기원하고 응원한다. 새로운 디지털 싱글도 많은 사랑을 받기를. 구독자 여러분들께 그의 음악이 이 화창한 봄날에 즐거움이 되기를.
2024년 4월에 발매한 디지털 싱글이다. 기쁘게도 디자인에 직접 참여했다. 보컬 권오성은 한국과 일본을 오가며 가수활동을 했고 요리 크리에이터로도 유명해진 만능 엔터테이너다. 두 남자의 열정적인 삶이 모두 담긴 이 곡은 느낌 좋은 보이스와 세련된 기타 연주가 놀라운 조합을 이룬다. 작업하면서 하도 많이 들어 꿈속에서도 들린다.
2015년 발매한 <집시 시네마(Gypsy Cinema)> 앨범에 수록된 곡으로 그의 연주 중 내가 가장 좋아하는 곡이다. <첨밀밀>이라는 영화역시도 나에겐 인생영화라 할만한데, 정말 박주원이 연주하면 어떻게 달라지는지 그의 완벽한 재해석이 가미된 역대급 커버곡이 아닐 수 없다.
내가 박주원을 처음 알게 된 곡, 위에서 언급한 프로젝트 담당자가 나에게 들어보라고 했던 바로 그 곡이다. 2011년에 발매된 이곡은 박주원이라는 기타리스트를 세상에 알린 곡이기도 하다. 그 후 그는 수많은 가수들과 협연하며 그만의 사운드를 입혀온 대한민국 대표 기타리스트로 성장했다.
박주원과 조정치라는 두 걸출한 기타리스트가 만났다. [온스테이지 플러스. 31] 무대에서 선보인 따뜻한 우정의 대화 같은 무대다. 박주원의 까랑까랑하고 담백한 펜더(Fender) 기타 사운드와 조정치의 포근하고 달콤한 깁슨(Gibson) 기타 사운드가 참 조화롭고 감미롭다.
2013년 발매된 아이유의 3번째 정규음반의 첫 번째 수록곡으로 박주원이 연주하는 집시 기타의 익살맞음과 아이유의 보컬이 잘 어우러지는 숨은 명곡이다. 1950년대 재즈클럽에서 들려오는 듯한 낭만적 스코어로 가득한 명반이며 아이유 음반 중 가장 완성도가 높다고 알려져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