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으로 살 것인가, 행동으로 살 것인가

우리가 주장하는 방식에 대하여

by 토니샘

당신은 지금 무엇인가?

그리고 어떻게 살고 있는가?


아버지인가?, 아니면 아버지로서 살고 있는가?

디자이너인가?, 아니면 디자이너로 생각하고 있는가?

비슷해 보이지만, 이 두 질문 사이에는 꽤 큰 간극이 있다.


존재와 행위 차이의 미묘함

철학에서는 오래전부터

존재(Being)와 행위(Doing)를 구분해 왔다.


존재는 상태다.

사람, 아버지, 교수, 상급자, 디자이너.

명함에 적히고, 호칭으로 불리고,

때로는 권위를 부여받는 이름표.


행위는 다르다.

그 존재가 실제로 무엇을 하느냐의 문제다.

아버지로서 책임지는가.

교수로서 가르치는가.

디자이너로서 세상을 새롭게 바라보는가.


나는 존재가 행위를 보장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오히려 반대로,

행위가 존재를 증명한다고 본다.


사람이라는 존재는 존엄하다.

그러나 그 존엄은 행동을 통해 드러난다.

아버지이기 때문에 기둥이 되는 것이 아니라,

가족을 위해 애쓰기 때문에 기둥이 된다.


직함이 아니라, 선택이

존재의 의미를 만든다.


나도 한때 이름표를 추구했다

졸업하자마자 디자인 회사를 세웠고,

이른 나이에 교수가 되었다.


‘대표’라는 말,

‘교수’라는 호칭이

나를 설명해 준다고 믿었다.


그러다 삼성전자 갤럭시 UX 팀에서 일하고,

다시 학생들을 가르치며

깨닫게 되었다.


직함은 시작일 뿐,

디자인의 깊이와 판단의 기준이

나를 증명한다는 사실을.


그 이후로 스스로에게 묻기 시작했다.


나는 디자이너라는 이름으로 살고 있는가?
아니면 디자이너로서 살고 있는가?
나는 교수 직함으로 살고 있는가?
아니면 교수로서 살고 있는가?


진짜 디자이너는 누구인가

직함이 '디자이너'라도,

시키는 일을 빠르고 정교하게 처리하는 데만 몰두한다면,

그것은 도구의 역할에 가깝다.

디자이너라는 존재가 아니라,

디자인 실행자.


반대로,

디자인업에 종사하지 않더라도 집 안을 꾸미고,

가족이 더 편안하게 생활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기 위해

고민하는 많은 분들이 있다.

나는 그분들이야말로 진정한 디자이너라고 생각한다.


문제를 발견하고,

더 나은 가능성을 상상하고,

행동으로 구현하는 사람.

그것이 디자이너의 행위이므로.


존재만 주장하는 사람 옆에 있다면

주위를 돌아보면

존재만으로 주장하는 사람들을 만난다.


논리보다 직함이 앞서고,

상황보다 권위가 앞선다.


그 자리에 있기 때문에 옳다고 믿는 태도

이런 사람들과 마주쳤을 때

우리는 상당히 어려운 상황에 놓인 것이다.


많은 이들이 고개를 끄덕인다.

“그런 사람 알아.” 하고.


그런데, 혹시 나는?

오늘 내가 정말 하고 싶었던 이야기는 사실 이것이다.


그 '존재로 주장하는 사람'이

나는 아닐까?


부모이기 때문에 아이의 말을 끝까지 듣지 않은 적은 없나?

선배이기 때문에 후배의 생각을 가볍게 여긴 적은 없나?

경력이 있기 때문에 새로운 방식을 처음부터 닫아버린 적은 없나?


존재는 선언만으로 쉽게 얻을 수 있다.

그러나 행위는 매일 증명해야 한다.


당신은 지금 무엇인가?

그리고 어떻게 살고 있는가?


이 두 질문의 차이를

오늘 하루 한 번쯤 떠올려보시길 바란다.


(2편에서 이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