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대전환의 본질

토스가 디자인 직무를 합친 이유

by 토니샘
4월 1일, 토스가 디자인 직무를 6개에서 2개로 줄였다.

Product Designer, Tools Product Designer, Platform Designer, Interaction Designer, Graphic Designer, Brand Designer, 각각의 이름으로 존재하던 역할들이 Product Designer와 Visual Designer라는 두 범주로 흡수되었다.


토스의 설명은 간결했다.

직무 간 경계는 이미 현장에서 흐려지고 있었고, AI가 하드스킬의 문턱을 낮추면서 도구 기반 직무 구분의 근거가 약해졌으며, 그 자리를 채우는 것은 결국 '무엇이 좋은 경험인지 판단하는 감각'이라는 것이다.


급진적 변화가 아니라 현장의 변화를 제도가 뒤따라간 것이라는 이 설명이 핵심이다.

제도가 현실을 뒤따라갔다는 것은, 그전까지 제도와 현실이 어긋나 있었다는 고백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 어긋남은 토스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실패율 70%

2026년 4월 가트너(Gartner)는 AI를 적극 도입한 기업 중 기대 수익을 완전히 달성한 사례가 28%에 불과했고, 5개 중 1개는 완전히 실패했다는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AI 도입률은 오르고 투자 규모도 커졌지만, 기대했던 전환은 일어나지 않고 있다.


이 실패에 대한 반응은 대개 비슷하다.

AI 툴 선택이 잘못되었다, 직원들의 AI 리터러시가 부족하다.


그러나 두 처방 모두 같은 전제 위에 서 있다.

AI 전환은 기술 도입의 문제이고, 성패는 도구와 역량에 달려 있다는 것이다.


70% 이상이 기대한 결과를 얻지 못했다.

도구도, 역량도 아니라면 — 우리가 놓친 것은 무엇인가?



① 역할의 전환

가장 먼저 놓친 것은 역할이다.


지금 대부분의 조직이 하고 있는 일은 AI를 기존의 역할 구조 위에 올려놓는 것이다.

마케터는 AI로 카피를 만들고,

분석가는 AI로 보고서를 쓴다.

도구가 바뀌었지만 그 사람이 조직 안에서 차지하는 위치는 그대로다.

이것은 전환이 아니라 대체다.


올바른 질문은 이것이다.

"AI가 이 업무를 처리하게 되면, 이 팀의 사람들은 무엇을 하는 사람이 되는가?"


토스의 변화에서 인터랙션 디자인을 한참 찾다가 이 질문이 떠올랐다.

인터랙션이 사라진 것이 아니라, AI가 그 상당 부분을 처리하게 되면서 사람들은 사용자의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지, 그 경험을 어떻게 구현할지를 담당하는 역할로 재편된 것이 아닐까?


존 마에다(John Maeda)가 올해 보고서에서 UX에서 AX(Agentic Experience)로의 전환을 선언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AI 에이전트가 행동을 대신 수행하는 세계에서 디자이너가 설계해야 하는 것은 흐름이 아니라 판단의 구조 — 에이전트의 결과를 사용자가 신뢰하고, 필요하면 되돌릴 수 있는 구조다.


역할이 바뀌면, 교육도 바뀌어야 한다.

그런데 지금 조직들이 가르치는 것은 프롬프트 작성법과 툴 사용법이다.

도구를 쓰는 방법이지, 역할을 재정의하는 방법이 아니다.



② 일의 문법 전환

역할이 바뀐다는 것은 표면의 변화다.

더 깊은 곳에서는 일의 문법이 바뀐다.


일의 문법이란 조직 안에서 누가 가치 있는 사람인가를 결정하는 보이지 않는 규칙이다.

AI 이전에는 정보를 많이 가진 사람이 힘을 가졌고, 분석을 잘하는 사람이 신뢰를 받았으며, 빠르게 자료를 만드는 사람이 유능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AI는 이 문법을 통째로 무너뜨린다.

정보 소유는 더 이상 희소하지 않고, 분석과 자료 생산은 AI가 압도한다.


새로운 문법은 다르다.

무엇을 물어야 하는지 아는 사람이 힘을 갖는다. 정보 더미 속에서 진짜 중요한 것을 가려내는 사람이, 분석을 소비하는 것이 아니라 그 분석에 책임을 지는 사람이 가치를 인정받는다.


NNGroup(사용자경험 전문 리서치 기관)이 올해 보고서에서 강조한 것도 이것이다.

AI가 표준적 UI를 쏟아내는 환경에서 경쟁 우위가 되는 것은 선별된 취향, 맥락적 이해, 비판적 사고 — AI가 흉내 내기 어려운 판단의 능력이다.


일의 내용은 비슷해 보인다.

여전히 보고서를 만들고, 미팅을 하고, 전략을 논의한다.

그러나 그 안에서 작동하는 문법이 달라졌다면,

열심히 일하면서도 점점 소외된다는 감각은 여기서 비롯된다.



③ 조직 구조의 전환

역할과 문법이 바뀌어도 조직 구조가 그대로라면, 변화는 정착하지 못한다.


생각해 보자.

AI가 분석하고 옵션을 제안했다.

담당자가 검토하고 승인했다.

팀장이 보고를 받았다.

임원이 결재했다.

결과가 좋지 않았다.

이 결정의 책임은 누구에게 있는가?


이 질문에 선뜻 답하기 어렵다면, 그것이 조직이 아직 재설계되지 않았다는 신호다.


AI의 추천에 이의를 제기하기 심리적으로 어렵고, 책임 소재가 불분명한 구조가 유지되는 한, AI는 새로운 생산성 도구가 아니라 새로운 책임 회피의 구조가 된다.


가트너가 기록한 실패의 상당수는 개인의 역량 문제가 아니라 바로 이 구조의 문제였다.


ACM Interactions(국제 컴퓨팅 학술지)에 발표된 UX 3.0 프레임워크는 이것을 설계의 언어로 표현한다. 인간과 AI가 협력하는 단계에서 조직이 다루어야 하는 것은 개별 화면이 아니라 신뢰, 통제, 설명 가능성까지 포함하는 관계의 구조라는 것이다.


디자인 조직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AI를 도입하는 모든 조직이 직면하는 질문의 수준이 근본적으로 바뀌고 있다.



개인의 질문

역할이 바뀌고, 문법이 바뀌고, 조직 구조가 바뀐다.

이 세 전환은 결국 개인에게 하나의 질문으로 수렴한다.


비탈리 프리드만(Vitaly Friedman)은 올해 커리어 가이드에서 그 출발점을 이렇게 제안한다.

커리어 설계의 기준은 시장의 수요가 아니라 "나는 어떤 판단을 잘하는 사람인가"라는 질문이어야 한다고.

AI 시대에 대체되기 어려운 자리는 기술 스택이 아니라 판단력에 의해 정의되기 때문이다.


토스는 이 질문에 조직의 언어로 먼저 답했다.

도구 기반의 직무 분류를 내려놓고, 판단의 종류에 따른 역할 구조를 선택했다.

옳은 답인지는 아직 모른다.

토스의 것은 첫 번째 프로토타입이다.


우리 각자에게 남은 질문은 하나다.

나는 지금 어떤 판단을 하는 사람이며, 그 판단은 AI 이후에도 유효한가?





[참고 자료]

• 토스: 디자인 직무를 2개로 줄인 이유 → (https://toss.tech/article/47067)

• John Maeda: Design in Tech Report 2026 — From UX to AX → (https://johnmaeda.medium.com/design-in-tech-report-2026-from-ux-to-ax-f9d83164f4d2)

• ACM Interactions: A UX 3.0 Paradigm Framework → (https://interactions.acm.org/archive/view/march-april-2026/a-ux-3.0-paradigm-framework-designing-for-human-centered-ai-experiences)

• Vitaly Friedman: UX And Product Designer's Career Paths In 2026 → (https://www.smashingmagazine.com/2026/01/ux-product-designer-career-paths/)

• NNGroup: State of UX 2026 → (https://www.nngroup.com/articles/state-of-ux-2026/)

• Gartner: AI Projects in I&O Stall Ahead of Meaningful ROI Returns → (https://www.gartner.com/en/newsroom/press-releases/2026-04-07-gartner-says-artificial-intelligence-projects-in-infrastructure-and-operations-stall-ahead-of-meaningful-roi-retur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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