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 독서 계기: 9월 모의고사를 시간적 배경으로 한 소설. 독특한 소재이다 보니 궁금증이 들어 서평단 신청했고, 당첨되어 읽게 되었습니다.
(1) 감상평: 책은 작가 5인이 9월 모의고사를 소재로 쓴 5개의 단편으로 구성됩니다. 책을 읽으면서 왜 하필이면 ‘9월 모의고사’가 소재일까 반복해서 생각해보았습니다. 대한민국 고3에게 9월은 어떤 의미일까요? 30대가 되어 돌이켜보니 화창한 가을 날씨와 피크닉을 즐기기보다 평가원 시험을 앞둔 압박감이 훨씬 더 큰 시기입니다. 이는 ‘수능=전부’라는 그릇된 프레임에 사로잡혀 있기 때문인데요. 과도한 입시 경쟁은 삶에 필수불가결한 덕목인 공동체 의식 발달을 저해하는데, 소설적 장치를 통해 ‘대한민국 고3의 가을’에 대한 작가님들의 관점과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랑과 우정 등 인간적 면모를 잃지 않으려는 아이들의 순수함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다섯 편의 단편은 모두 열린 결말인데, 개인적으로 '대한민국 고3의 가을'이 지금까지보다 덜 괴로운 시기로 회상되었으면 하는 바람이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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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내용, 인상깊은 문장
1. 9월 모의고사 날 세계 멸망: 9월 모의고사를 보는 날 세상이 멸망할지도 모른다는 설정에 대한 학생과 부모들의 반응이 인상깊었습니다->김도윤이 하지현의 세상에 균열을 냈다. 그러나 그 균열은 단지 상처만은 아니었다. 자유가 파고들어 자라날 공간이었다.
2. 시계 없는 아이들: 선생님은 예비 종이 울리는 소리를 들은 후 교실을 나오면서 속으로 중얼거렸다. ‘대체 우리 반 시계는 어디로 간 거야?’
3. 프리즈! 종종 생각했다. 이삭이 불쑥 다가올 때마다 내가 듣고 있던 음악이 끊겼던 것도 전부 고차원 문명의 메카닉한 시그널이었던 건 아닐지.
4. 좀 더 살아 보고 말할게요: 언젠가 엄마에게 물어본 적이 있다. ”삶은 흔적을 남길까요?” 아마 어느 조숙한 아이가 나오는 동화책에서 읽었던 것 같다. 그때, 엄마는 내 이마를 톡 치며 말했다. “아직 나도 몰라요. 좀 더 살아보고 말할게요.”->삶은 질문과 대답이 영원히 반복되는 것이 아닐까 생각해 봤습니다. 하지만 그게 무엇이든 매 순간 진실하다면, 바로 그게 최선을 다해 삶을 살아가는 사람의 자세가 아닐까, 하고 겨우 조금 짐작해 봅니다.
5. 우리의 필적 확인 문구: 살면서 또 어떤 일들 때문에 힘들어질지 알 수 없다. 하지만 나와 모리, 명수가 무얼 하건, 우리는 딱 우리만큼 해낼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