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워도우 제빵일기

오늘부로 야매는 졸업한다

by 젊은이



응애~



기록을 하기로 마음먹었다.

매번 달라지는 레시피와 구울 때마다 천국과 지옥을 오가는 빵 상태에 진절머리가 났기 때문이다. 야매의 단계에서 아마추어로 진화하리라. 고작 삼일 전 구운 사워도우임에도 과정이 희미하니.. 발전이 없다.


일단 참조한 원 레시피는 필리젬마님이 수정한 hamelman의 vermont sourdough. 어째서 '참조' 냐면 내 사정에 맞게 밀가루 종류를 바꾸고 수분량도 바꾸고 소금량도 바꿨다.

하하하

재료의 가지 수가 셋-르방(발효종)을 포함하여 넷이라고 할 수도 있겠지만 르방도 결국 밀가루와 물-인데 그중 셋을 꼴리는 대로 썼다. 내가 하고 있는 짓이 제과가 아니어서 다행이란 생각밖에..라고 허술한 정신승리를 하자니 며칠 전 정주행을 끝낸 한 쿠킹쇼가 생각이 난다






더 쉐프쇼 시즌1의 3부 마지막 회차인 '도와줘요, 캔디스' (The Chef Show, E20 · Extra Helpings With Candace Nelson) 편에서 로이와 존은 파티시에 캔디스 넬슨과 초콜릿 케이크를 만든다.

캔디스는 반죽을 붓기 전 팬을 치밀하게 코팅하며 존&로이와 대화를 이어간다



C.N.) i am a pastry chef. i'm a sort of an over-preparer


야 너두? 야 나두!


there're some happy accidents that happen


그래서 나는 가스레인지 직화로 구우니까 괜찮다고 생각했다



J.P.) it's the diffence between a baker and a savory cook | 입닥쳐 존파브르 흑흑


나는 제빵사도 아니고 요리사도 아니니까 괜찮다고 행복 회로 살살 돌린다




"in pastry~" 라 했으니 제빵보단 제과가 맞겠다(고 회로 터져버림) 그러나 어느 정도, 아니 사실, 굉장히, 정확하게 맞는 말이다. 기분 좋은 사고란 없다. 사고는 사고일 뿐. 떡빵이 나올 때면 하루 종일 기분이 언짢고 베이킹 블로거, 유튜버, 인스타그래머 누구랄 것 없이 멋진 사워도우를 만들어내는 그들을 나는 욕한다.


개빡쳐.. 지들끼리만 알아! 지들끼리만 잘해먹는다고! 나는 왜 안되냐고 어흐흐흐그ㅡㄱ흐그극







그렇다. 문제는 명백하고 언제나 인지하고 있었다.

게으른 주인 때문에 시들시들한 발효종(유구무언), 임의 대체 사용한 가루류(홈베이커의 기지라니깐), 계량 중 꺼져버린 전자 저울(개빡침22), 온도와 습도 등 여러 변수를 고려하지 않은 레시피 겉핥기(야매잖아요) 등등.


내 죄를 내가 알리니 정말 쉽네

그러나 변명하자면 이런 나의 나태함이 사워도우 베이킹과 천생연분일 줄 알았다는 거?


앞서 사워도우 빵의 재료가 오직 셋-밀가루, 물, 소금-이라 했지만 무형의 재료를 꼭 한 가지 추가한다면 그건 '시간'일 것이다. wild yeast를 충성스러운 반려 효모로 들이는 것, 왕성하게 키워내는 것, 반죽을 시작하면서부터 글루텐을 형성하기까지, 선행해야 할 부분은 차치하더라도 본 제빵에 드는 시간은 화학 이스트를 사용하는 제빵관 확연히 다르다.

아, 그러면 공정 내내 반죽을 끼고 살며 시시각각 얼러줘야 하느냐? 하면 또 그렇지도 않다. 인간은 왼손일 뿐.. 마더네이처가 해결해 준다니까? 때문에 더 어렵다 쇤네 미천한 인간이라 천기를 못 읽는다고 웅앵웅앵험한욕


발효의 싸이언쓰~ 에 기대 묻어가려던 것이 내 수작질이었을 뿐. 막말로 우리는 발효의 민족 아닌가?!

으 씨, 내 빵은 우!주!의! 힘!으로 잘 될 거라고 생각했다고!





나로선 감격스러울 정도로 잘 나와준 빵 | 빵 너머 발효종이 보인다



할많하않 이쯤에서 사담은 줄이며,

현 빵에 집중의 박수를! 짝짝짝



약 88% 강력분; bemtat organic wheat flour(터키)

약 12% 스펠트; PureLiving sprouted grain organic spelt flour(네덜란드)

+ 아인콘; joviel organic einkorn whole wheat flour (이탈리아)

수분 ??? 약 60~65% 추정

약 37% 발효종

소금 아마도 3~4g



원 레시피보다 양을 줄였을 것이고 아닐 수도.. 때문에 baker's % 로 적었는데 굉장히 부정확하다. 기록을 시작했으니 앞으로 발전이 있겠지. 원래도 많은 반죽은 아닌데 장비빨을 기대하기 힘든 상황이라 용량을 줄이는 편이다. 레시피엔 강력분과 호밀 또는 통밀가루를 사용했는데 강력분 말곤 음 없쪙. 스펠트랑 아인콘 섞어 썼다. 비록 뇌피셜이지만 내 나름의 논리로 계산했으니 그냥 넘어가자




처음으로 쿠프를 한 큐에 그었다 | 바타르 성형 후 둥근 샐러드 보울에 마지막 발효한다 반느통 따위 없어



이 빵 이전, 수분량 80%가량 되는 반죽에 도전했다가 줄줄이 떡 짓고 쓰린 가슴으로 돌아온 안전빵 레시피였다. 전자저울의 농간(개빡침333)으로 수분량은 추정치지만 그 말 잘~듣던 반죽과 이런 결과물이라면 분명 70% 이하였다고 확신한다.


그간의 실패로 위로가 좀 필요했다 흑흑




직화 빵의 바닥은 화형



염분이 반죽 탄력에 영향을 준다곤 하지만 많이 무시하는 편이다. 내 입맛에 맞는 소금 양이 있기 때문. 특히 해외 레시피 그대로 쓰면 너무 짜다. 천일염을 사용하는 게 좋다고 해서 웃기게도 우유니 사막에서 사온 핑크솔트를 사용한다




갑분깻잎. 엄마가 씻쳤는지 채반에 있길래 두 장 집었다. 초록이 필요했는데! 굿!



인스타그램으로 성형하는 방법을 유심히 관찰한다. 특히 요즘 시국에 프로 베이커들이 쿼런틴~ 하다 보니 프로의 홈베이킹 튜토리얼이 올라온다던가 숙련자의 양질의 팁이 자주 눈에 띈다.


바타르 성형이 재밌어서 여러 방법을 따라 해 보는 중이나 완성도는 많이 떨어진다ㅎ. 발효통은 비록 둥글지만 바타르만 조진다. 불 성형은 노잼인 데다가 오늘 새로 읽은 글에서 바타르 성형이 오픈크럼을 만드는데 불 성형보다 더 좋은 영향을 끼친다는 실험 결과가 있었다




완성한 빵은 속이 x나 궁금해도 참고 다음날 자른다. 막 미친다 궁금해서 으억



직화로 굽는 과정은 엄청나게 할 말(주로 불평)이 많아서 요약하자면,


무쇠냄비 안에 받침대를 넣고 뚜껑을 닫아 가열 -> 쿠프 낸 반죽을 넣고 뚜껑 꾹 -> 한편에 윗 색을 낼 용도의 두 번째 팬 가열 -> 때가 되면 가열한 팬으로 냄비를 덮고 그 위에 뚜껑을 올린다 -> 불 끄고 완성!이지만 바로 꺼내지 않는다. 뚜껑 없이 십여분 있다 뺀다


못해도 230도 이상의 화력을 쓴다. 사고 날까 봐 개쫄리고요.. 보통 25분가량 굽는다




샌드위치 너머 발효 중인 반죽이 보인다



이렇게 구운 빵은 밥이 되고 간식이 된다. 밥반찬도 빵과 함께 먹는다. 괴식처럼 보일까? 난 좋은걸. 더부룩하거나 밀가루 잡내가 전혀 나지 않는다. 마치, 꼭, 정말이지, 밥 같은 맛이다. 그저 밥은 잘 안 내키는데 빵은 숭덩숭덩 넘어가기 때문에 더욱이 사워도우 빵을 굽는다.


오늘 점심으로 샌드위치 해 먹었다. 자른 빵을 빠쟉하게 굽고 전날 먹다 남은 마요 듬~뿍 닭가슴살 샐러드를 얹어 집에서 만든 배쨈을 쓱싹 바르면

입천장 까지는 줄 모르게 순삭이다




나는 여전히 배가 고프다. 여빵추~!



빵 한 덩어리가 여러 생각을 들게한다. 여러 생각을 해야 무사히 한 덩어리를 얻는다.

애증의 사워도우 제빵기를 이렇게 시작해본다.


삶의 이유는 식욕이 맞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