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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공구집아들래미 Aug 27. 2019

Current-war made a current war

영화 <Current war 커런트 워> 리뷰


current는 '현재의, 오늘의'라는 뜻도 있지만, '전류(electronic current)'라는 뜻도 지니고 있다. 따라서 영화 <커런트-워>는 우리말로 '전류 전쟁' 혹은 '전기 전쟁' 따위의 말로 직역할 수 있다. 이처럼 영화는 19세기 말 직류 전기(direct current)를 고집한 발명왕 에디슨과 교류 전기(alternating current)를 중심으로 사업을 이끌어나가는 조지 웨스팅하우스와 니콜라 테슬라 기업 간의 경쟁을 다루고 있다.


사정 상, 우리나라에 먼저 개봉하고 미국에는 10월 중에 개봉한다고 한다.


고등 과학 수준마저 외면했던 미천한 문과생 출신으로서, 기술적으로 자세히 이해하려 들기에는 다소 무리가 있었으나 영화를 보는 내내 보는 등장인물이나 회사들이 결코 낯설지 않았다. GE(제너럴 일렉트릭), JP모건, 테슬라, 지멘스 등 오늘날 세계 기술 시장을 이끄는 핵심 키워드들이 등장하기 때문이다.


Current-war(전류 전쟁)이 current war(현재의 전쟁)로 이어지다.


과연 '4차 산업'이라는 단어를 단 한 차례도 듣지 않고 졸업하는 학부생이 있을까. 인문계나 순수 자연계, 심지어 문예창작, 철학과까지도 4차 산업의 영역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다. 그리고 아마존, 구글, 지멘스, 테슬라, 시스코, GE, 우버 등의 기업은 이를 이끌어 나가는 핵심 주체로 인정받고 있다. 이번 영화를 보면서 놀랐던 것은 '전기가 상용화되지도 않았던 때에 설립된 전통 제조업 출신 회사들(지멘스와 GE)이, 혁신을 바탕으로 4차 산업을 주도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극 중, 에디슨의 최대 라이벌로 등장하는 웨스팅하우스는 교류 전력의 비전을 알아보고 전기 사업으로 진출하려 하자 발전기 특허권을 에디슨이 갖고 있어 제대로 수급받지 못했다. 그러나 이때 독일 지멘스의 발전기를 수입하고, 에디슨의 직원이었던 니콜라 테슬라를 영입하여 당당히 교류 전기를 가지고 에디슨과 맞선다. 에디슨과 JP모건이 설립한 '에디슨 제너럴 일렉트릭'은 실제 기술적으로 우위에서 떨어진다는 것을 알면서도 에디슨의 독단적인 판단하에 직렬을 고수하였고, 그 결과 시카고 만국박람회(엑스포의 전신)의 패배로 전류 전쟁(Current-war)의 주도권을 빼앗긴다. 그 이후, JP모건의 막대한 자금을 잃은 채  에디슨은 GE에서 쫓겨났다.


- 지멘스는 19세기 중반(강조하자면, 이때 우리나라는 고종이 태어나기도 전) 설립된 독일의 제조업 회사로, 장거리 전신과 전차, 전기동력장치를 만들며 성장하였다. 오늘날에는 헬스케어부터 원자력, 가전제품, 도시 인프라 등 하드웨어부터 소프트웨어까지 모든 공정에 솔루션을 제공하는 기업으로, 독일 인더스트리 4.0의 스마트팩토리의 핵심 주체로 인정받고 있다.

- GE(제너럴 일렉트릭)은 이후 JP모건의 막대한 지원을 바탕으로 재기에 성공하여 전기 시장을 양분하여 발전 분야의 최강자가 되었으며, 조선업, 부동산, 열차 등 제조업의 최강자로 자리매김해왔을 뿐만 아니라, 우리가 알고 있는 6시그마, 린 제조 등의 공정 솔루션을 제공하는 세계적 스마트 팩토리 기업이다.


독특한 점은, 전류 전쟁에서 만났던 두 주체가 오늘날 4차 산업의 스마트 팩토리라는 분야에서 또다시 만났다는 점이다. 스마트팩토리는 쉽게 말해, 제조 공장이 스스로 인식(Iot, bigdata) > 판단(AI) > 행동(엑추에이팅)하는 세팅을 말하며, 이 모든 것은 CPS(Cyber Phisycal System)에서 디지털트윈(Digital twin)으로 구현된다. 즉, 실제 존재하는 대상(공장)이 가상 속 대상(컴퓨터 속 공장)과 일치화됨을 의미한다. 이러한 디지털 트윈 솔루션에서 지멘스는 '프리딕스'라는 산업용 Iot 플랫폼을 제공하며, GE는 마인드스피어(Mindsphere)를 제공하면서 새로운 스마트 팩토리의 표준(Standard)을 가지고 새로운 Current war에서 맞붙게 된 것이다.


세상은 점(순간)이 아니라, 전류처럼 흘러가는 선이다.

영화 속 세 인물 에디슨과 웨스팅하우스 그리고 니콜라 테슬라는 엎치락 뒤치락을 거듭한다. 웨스팅하우스가 초기 사업에 성공하였으나, 에디슨의 모략이 성공하여 파산 직전까지 갔었고, 그런 에디슨의 비리가 세상에 드러나며 다시 웨스팅하우스가 승세를 뒤엎는다. 결국 전 세계에서 3천만 명이 찾는 시카고 만국박람회의 전구는 교류 전기로 이루어진 웨스팅하우스와 니콜라 테슬라의 전구가 사용되며 전 세계에 전류 전쟁의 승리를 알린다. 니콜라 테슬라는 전 보스였던 에디슨에게 통쾌하게 한 방 먹이며 웨스팅하우스와 함께하여 결국에는 승리를 거두게 된 것이다. 하지만 영화가 끝난 그 이후는 어땠을까.


우리 모두가 알고 있듯이 에디슨은 축음기부터 라디오, 영사기 등 1,000개가 넘는 발명품으로 '발명왕'으로 후세에 기억되고 있다. 그러나 니콜라 테슬라는 '미치광이 실험가' 혹은 '비운의 천재' 등으로 안타까운 인물로 기억되고 있지는 않은가? 아니, 생각해보니, 한국에서 거의 인지도가 전무한 웨스팅하우스의 경우를 보면 테슬라는 양반일지도 모른다.


세상은 점이 아니라, 선이라고들 한다. 그 순간에 모든 것이 결정되는 것처럼 느끼지만, 실제로는 선처럼 길고 그 끝에 웃는 사람은 다르다는 것이다. 에디슨은 GE에서 쫓겨났지만 재기에 성공했다. 웨스팅하우스와 니콜라 테슬라는 당장 성공을 바탕으로 나이아가라 폭포에 세상에서 가장 큰 발전기를 세웠지만, 실패했고 그 불화로 각자의 노선을 갔다. 이후 웨스팅하우스는 자신이 세운 회사에서 쫓겨나 평범하게 살다 죽음을 맞이했고, 테슬라는 밀린 월세 속에서 허름한 여관에서 쓸쓸히 운명을 맞았다.


정말 역사는 승자만 기억하는가.

 

베네딕트 컴퍼배치가 연기한 에디슨은 내가 어릴 적에 위인전에서 보던 에디슨의 모습이 아니다. 이전에 마이클 패스벤더가 연기한 스티브 잡스나 <소셜 네트워크> 제시 아이젠버그의 마크 저커버그처럼 한 대 패 버리고 싶을 정도로 전형적인 사업 천재의 모습을 보여준다. 주변 사람은 뒷 전에 두고 자기 일의 성공에만 미친 듯이 집중하며 더럽고 치사한 술수를 써서 결국에는 이기고야 마는. 그래. 사실 알고 있다. 실제 에디슨은 내가 기억하는 그 모습보다는 컴퍼배치의 에디슨에 훨씬 가까울 것이라는 사실을.


 에디슨이 세운 GE는 여전히 세계를 주름잡는 핵심 기업이지만, 웨스팅하우스가 세운 웨스팅하우스 회사는 한때 원자력 회사로 유명세를 떨쳤다가 몰락하여 도시바에 인수되었다가 이제 그 마저도 사라질 위기에 처해있다고 한다. 영화에서는 그 순간 에디슨이 패했지만, 결국 길게 봤을 때 역사는 에디슨을 승자로 기록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다시 강조하고 싶은 말이 있다. 세상은 점이 아니라, 긴 선으로 이루어지고 있는 것이라고. 그리고 그 선은 죽어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후세가 기록하는 역사가 끝나는 그 순간까지 이어지는 것이라고.


불가능한 것을 알지만, 나는 단순히 승자에 의해 기록되는 것보다는, 세상에 긍정적인 임팩트를 준 사람이라면 모두 인정받을 수 있는 세상이 오기를 바란다. 오늘날 '비운의 천재' 니콜라 테슬라에 깊이 감명받은 한 사업가가 있다. 그리고 그 사업가는 니콜라 테슬라의 이름을 따, 세계 최대의 전기 자동차 회사를 만들었고 그 시장을 개척하고 있다. 앞으로 4차 산업의 핵심 기업으로 인정받기도 한단다. 그런 점에서, 테슬라라는 회사를 잘 알지는 못하지만 응원하고 싶다. 이 회사가 세계적으로 더욱 성공하면, 니콜라 테슬라라는 사람에 대한 재조명이 이루어지고, 결국에는 그의 업적과 세상에 남긴 임팩트로 그 또한 '승자'로 기억될 수 있지 않을까.


니콜라 테슬라의 기념비에는 그가 말한 문구가 기록되어 있다고 한다.


미래가 진실을 말하도록 두라. 내 업적과 성과는 하나하나 미래에서 평가받을 것이다. 현재는 그들의 것일지 모른다. 허나, 미래는, 내가 진정으로 일함으로써 얻은 미래만큼은 다른 누구도 아닌 나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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